간곡함 속에 녹아 있는 현실의 무게
간곡함 속에 녹아 있는 현실의 무게
  • 나무신문
  • 승인 201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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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모 박사님, 혼자하지 마세요. 힘듭니다. 같이 하세요. 같이 해야지 멀리 갈 수 있습니다. 혼자 하면 힘들어요.”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이 개최한 ‘보존처리목재의 품질관리제도 설명회’에 참석한 한 보존처리업체 노(老) 사장이 마지막에 뱉은 간곡한 ‘부탁의 말씀’이다.


강승모 박사는 과학원에서 방부목 품질인증을 주관하고 있으며, 산림청에서 이번에 본격적인 시행을 예고하고 있는 방부목 품질표시 단속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더욱이 최근에 있었던 인사개편으로 산림청 담당자들이 모두 바뀐 상황이어서 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러한 때에 우리가 저 노 사장의 말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말이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는 업계에서 품고 있는 품질표시 의무제도에 대한 기대와 염려가 녹아 있다.


“강승모 박사님, (생산업계 배제하고) 혼자하지 마세요. (생산업계가) 힘듭니다. (생산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같이 하세요. 같이 해야지 멀리 갈 수 있습니다. (강승모 박사) 혼자 하면 (서로가) 힘들어(져)요.”


강 박사가 그동안 방부목 품질인증의 정착을 위해 목재업계는 물론, 환경부나 주요 지자체들을 다니며 음으로 양으로 많은 노력을 해 왔다는 사실은 우리 업계 대부분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또 상당부분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진 일도 박수를 보낼 일이다.


그런데 업계에서 국립산림과학원과 산림청에 진짜로 원하는 것은 스마트한 머리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이다.


일을 주관하고 있는 산림청 담당자는 한 명도 참석치 않은 상태에서, ‘수렴 하겠다’는 업계의 의견을 명석한 머리로 단칼에 따박따박 반박해 내는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님’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그런 ‘수렴’의 자세로 그날의 의견들이 얼마나 정확히 산림청에 ‘보고’됐을 지도 의문이다.


과학원과 산림청은 “정말 죽을 지경인데, 이딴 게 되겠느냐”는 한 참석자의 울분을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된다. “행정규제에 앞서 생산업체들의 고민이 무엇인지부터 들어보라”는 충고를 귀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생산업체 입장에서 품질표시 의무제는 ‘묘수풀이’ 연습이 아니라 사활을 건 실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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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