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살아 있는 마이클 잭슨
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살아 있는 마이클 잭슨
  • 나무신문
  • 승인 2011.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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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 김도언

   
마이클 잭슨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6개월쯤 지났을 때, 뉴욕의 거리에서 마이클 잭슨을 만났다. 나는 그래서 아, 그가 죽지 않고 살아 있었구나. 맞아, 마이클 잭슨이 죽을 리가 없지라고 생각했다. 나는 뉴욕의 길에서 춤을 추는 그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공연을 하고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쉽게 수백억 달러를 버는 그가 조명도 없고 유료관객도 없는 누추한 길거리에서 춤을 추다니. 나는 그런 조마조마한 생각으로 그를 지켜보았는데, 그는 자신의 무대가 길바닥인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행복하게 춤을 추었다.

아, 그는 춤을 추는 동안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냥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눈 앞에서 보란 듯이 현란한 움직임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육체의 유한성은 썩어서 소멸되는 운명을 지니지만, 그 육체가 어떤 사람들의 마음속에 감동과 추억을 선물한다면, 그 육체는 영원히 썩지 않고 그 마음속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언제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뛰어나와 저처럼 거리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마이클 잭슨은 죽지 않고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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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미술과 사진에 관심이 많다. 1998년 대전일보,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이룸), 『악취미들』(문학동네),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민음사), 『꺼져라 비둘기』(문학과지성사), 청소년 평전 『검은 혁명가 말콤X』(자음과모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