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마음으로 들어왔다
길이 마음으로 들어왔다
  • 나무신문
  • 승인 2010.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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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 길이 갈라졌다. 왼쪽으로 가야 한다. 길이 유혹한다. 푸른 바다, 현무암갯바위, 바닷가 초록 언덕과 언덕 위 집 한 채, 이런 풍경이 어울려 마음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이 길을 걷고 있다는 게 행복했으며 길이 나를 이끌었다. 일과2리 어촌계 앞부터 신도항까지 약 7km 구간은 모두 바다를 바로 옆에 두고 걷는 길이다. 맑은 공기가 가슴을 씻어 주는 느낌이다. 푸른 바다와 바닷가 풍경이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바닷가 길을 걷는 느낌이 그랬다. ▲ 제주도에 가면 꼭 먹어야할 오분자기해물된장뚝배기.
낚시터 안내판이 길가에 서 있다. 이 지역은 수심이 깊고 간만의 차가 커서 고기가 잘 잡힌다는 것이다. 낚시꾼들에게도 인기겠지만 검은빛 현무암 갯바위가 드넓게 펼쳐진 풍경과 함께 갯바위에서 부서지는 흰 파도를 보니 속이 다 후련하다. 그 갯바위 끝에 사람이 있다. 바다에 낚싯줄을 던지고 있었다. 그 옆 한 사람은 그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사람도 풍경이 됐다.


생활의 흔적이 역력한 남방 하나 걸친 아저씨가 가까운 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희끗한 머리가 모자 사이로 삐져나왔다. 부서지는 포말이 흩날려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저 바다만 바라본다.


▲ 곽지해변. 바다와 사람들은 이곳에서 그렇게 생활처럼 지내나보다. 길을 걷는 여행자는 바다와 바다사람들의 관계를 생각지 않고 그저 풍경처럼 보며 지나간다. 익숙해진 풍경에 마음이 지루할 때 쯤 낭만적인 풍경이 또 나타났다. 갈림길은 바다처럼 낮게 엎드린 모습이었다. 오른쪽은 내륙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계속 이어지는 바닷가 길이다. ▲ 바다와 갯바위 푸른 풀밭과 언덕 위의 집이 어울린 풍경이 좋다.
바닷가 길을 택해 걸어가다 보니 갯바위가 다른 곳 보다 거칠고 기이하다. 그 앞의 바다는 더 거세게 파도를 밀어낸다. 갯바위 위로는 푸른 풀이 자라난 언덕이며 그 언덕 위에 길이 났다. 갯바위가 언덕을 만들고 그 위에 푸른 풀을 키웠으며 사람의 길 또한 그 위로 지나게 한 것이다.


사람들은 부서지는 바다와 갯바위가 보이는 바닷가 언덕 풀밭에 집을 지었다. 그리고 여행자는 그런 풍경을 멀리서부터 바라보며 걷는다. 그 순간 걷는 게 행복했다.


▲ 해안길을 오가는 자전거 여행자도 많다. 그렇게 길은 사람을 유혹했다. 신도항까지 걸은 뒤에 신도항 어촌계 건물 옆으로 난 길로 접어들었다. 이제부터 약 2km는 제주 농촌 풍경을 볼 수 있는 길이다. 길 양쪽 옆으로 펼쳐진 넓은 밭과 돌담은 제주를 제주답게 만들고 있었다. 그 길 끝에 이번 걷기여행의 종착점인 신도1리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 해안길에서 바라온 현무암 갯바위.
계획 했던 여행이 끝났는데 몸은 자꾸 더 가라 한다. 버스를 기다리며 다음 여행목적지로 곽지해변을 선택했다. 지금까지 맑고 푸른 바다를 보며 걸었다면, 이제는 그 맑고 푸른 바다에 온 몸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