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 안내판이 길가에 서 있다. 이 지역은 수심이 깊고 간만의 차가 커서 고기가 잘 잡힌다는 것이다. 낚시꾼들에게도 인기겠지만
검은빛 현무암 갯바위가 드넓게 펼쳐진 풍경과 함께 갯바위에서 부서지는 흰 파도를 보니 속이 다 후련하다. 그 갯바위 끝에 사람이 있다. 바다에
낚싯줄을 던지고 있었다. 그 옆 한 사람은 그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사람도 풍경이 됐다.
생활의 흔적이 역력한 남방 하나 걸친 아저씨가 가까운 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희끗한 머리가 모자 사이로 삐져나왔다.
부서지는 포말이 흩날려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저 바다만 바라본다.
바닷가 길을 택해 걸어가다 보니 갯바위가 다른 곳 보다 거칠고 기이하다. 그 앞의 바다는 더 거세게 파도를 밀어낸다. 갯바위 위로는
푸른 풀이 자라난 언덕이며 그 언덕 위에 길이 났다. 갯바위가 언덕을 만들고 그 위에 푸른 풀을 키웠으며 사람의 길 또한 그 위로 지나게 한
것이다.
사람들은 부서지는 바다와 갯바위가 보이는 바닷가 언덕 풀밭에 집을 지었다. 그리고 여행자는 그런 풍경을 멀리서부터 바라보며 걷는다.
그 순간 걷는 게 행복했다.
계획 했던 여행이 끝났는데 몸은 자꾸 더 가라 한다. 버스를 기다리며 다음 여행목적지로 곽지해변을 선택했다. 지금까지 맑고 푸른
바다를 보며 걸었다면, 이제는 그 맑고 푸른 바다에 온 몸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