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옆 바위계곡을 건너 숲길로 들어간다. 하늘을 가린 푸른 숲 속으로 이어지는 흙길은 여행자의 발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다.
오솔길 옆으로 졸졸 거리며 물이 흐른다. 백사실계곡이다. 계곡이 있는 숲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조선시대 사람 백사 이항복의 별장 터로 추정 되는
곳이다.
인공적으로 꾸며 놓은 연못이 있고 연못 옆에는 기둥을 받쳤을 것 같은 주춧돌이 땅에 박혀 있다. 이곳이 ‘백석동천’으로 불리는
곳인데 ‘백석’은 ‘백악’ 즉 ‘북악산’을 말한다. 그러니 ‘백석동천’은 ‘북악산에 있는 경치 좋은 곳’이 되겠다.
예로부터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이 이곳을 두고 ‘백사실계곡’이라고 불렀다. 이는 조선 시대 사람 이항복의 호가 ‘백사’이기 때문에
그가 지내는 계곡 이름을 ‘백사실’로 불렀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계곡 옆에 ‘이곳에 도롱뇽이 산다’는 내용의 팻말이 있다. 연못 주변 숲 그늘에 앉아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연못을 지나 계곡 위로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아빠와 함께 온 아이들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고개를 숙여 무엇인가 바라보고 있다. 머리를 맞대고
눈길을 떼지 못하며 사뭇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에게 이 계곡은 살아 있는 학교다.
계곡이 끝나는 곳에서 흙길도 끝난다. 이어지는 시멘트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자하문 쪽에서 올라오는 아스팔트길을 만난다.
‘산모퉁이 카페’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가다보면 갑자기 눈앞에 북악산과 산에 세워진 서울성곽이 나타난다. 그 풍경 또한 이 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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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