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여름 맛, 백숙
고향의 여름 맛, 백숙
  • 나무신문
  • 승인 2010.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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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상당산성 닭백숙 마을

▲ 산성 닭백숙 마을 닭백숙과 대추술 닭백숙은 손님을 맞이하고 보내는 ‘마중과 배웅’의 음식이다. 그렇게 마음을 담은 닭백숙은 내는 이와 받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준다. ‘동백꽃’ ‘봄·봄’ 등의 작품을 남긴 소설가 김유정이 병을 앓을 때 ‘닭 삼십 마리만 먹으면 병세가 좋아질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는 그 삼십 마리의 닭을 먹지 못하고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닭백숙은 몸을 보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충북 청주에 일명 ‘닭백숙 마을’이 있다. 청주 ‘상당산성’ 안에 있는 마을 대부분의 집에서 닭백숙을 판다. 이 마을이 닭백숙 마을이 된 사연은 이렇다. 1970년대 이농현상으로 마을은 찬바람만 불었고, 나이 든 사람들은 근근이 살았다. 산성 자체가 문화재로 지정됐기 때문에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마을을 개발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산성 마을 사람들은 청주시에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음식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겠다며 음식점을 내겠다고 상신했다. 당시 허가 조건 중 하나가 음식업과 함께 숙박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산성마을을 찾은 여행자들에게 한옥에서 하룻밤 묵고 갈 수 있는 ‘한옥체험의 장’을 열어주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숙박업은 기대했던 것보다 수익이 많지 않았고 일은 일대로 많았다. 그래서 숙박업은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아직도 음식점 이름에 ‘~장’이라는 여관식 이름이 붙은 곳이 많다. 산성마을 음식점들이 닭백숙을 시작한 건 1990년 전후다. 초창기부터 산성 마을 닭백숙이 유명해진 이유는 손님이 주문하면 닭을 잡아서 요리를 하는 시스템 때문이었다. 미리 닭을 잡아 식당에서 계속 보관하는 것이 아니다. ▲ 산성마을 돌담 안에 핀 해바라기 어린 꽃
닭은 토종닭을 쓴다. 요리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조리기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압력밥솥이다. 불로 가열하는 재래식 압력밥솥을 쓴다. 먼저 닭과 쌀주머니를 함께 넣고 삶는다. 이 때 오가피, 황기, 계피, 밤, 대추 등 10가지 재료가 함께 들어간다. 이렇게 한 솥에서 들끓으면서 각각의 요리재료가 제 향과 영양을 내뿜고 남의 것을 받아들이면서 내 맛 네 맛이 아닌 ‘산성 마을 닭백숙 맛’을 완성하는 것이다.   


압력밥솥에서 완전히 요리된 닭백숙을 전골냄비에 담아 내온다. 먹다 식으면 데워 먹는다. 토종닭이지만 질기거나 팍팍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쫄깃쫄깃하다. 닭백숙을 먹다보면 한약재와 닭을 함께 삶은 국물에 쌀과 찹쌀 당근 등을 넣은 영양죽이 나온다. 산성마을 닭백숙과 그 맛이 어우러지는 대추술 또한 잊지 말기를.


한여름 더위에 지친 몸을 추스르고 고단한 일상의 쉼표 하나를 찍기 좋은 곳, 한옥이 있는 산마을 청주 상당산성 닭백숙 마을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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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