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끝에서 만나는 꽃마을
숲길 끝에서 만나는 꽃마을
  • 나무신문
  • 승인 2010.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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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 상선약수마을

▲ 대숲길을 지나면 나오는 소나무숲길. 장흥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건 오후 두시가 넘어서였다. 늦은 가을이라지만 두 시의 햇볕은 걷기에 충분했다. ▲ 마을에서 대숲길로 들어가는 오솔길.
상선약수마을까지 2킬로미터, 터벅터벅 걸었다. 오르막 없는 찻길이고 길 양쪽으로 넓은 들판이 펼쳐졌다. 작은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난 모습을 보니 마음도 넉넉해진다. 눈앞에 메타세쿼이아 길이 나왔다. 20~30미터 정도 늘어선 그 가로수 길을 통과하니 마을 입구에 정자가 하나 나온다. 그곳에 앉아 목을 축였다.


정자 앞 갈림길에 마을 안내 표지판이 있다. 거기에는 마을을 돌아보는 산책로 등이 지도와 함께 자세하게 그려있었다. 


정자 옆으로 난 대나무숲길을 걸었다. 울창한 대숲 안은 햇볕도 걸러 들어 어둠침침하다. 대숲 길은 작은 산책로다. 대나무 숲에 이어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소나무 숲길을 빠져 나오면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따라 걷다보니 정남진 천문과학관이 나왔다. 천문과학관 앞에 서면 장흥 읍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경치를 즐기고 천문과학관 앞으로 난 길을 따라 산을 내려갔다. 그 길에서 편백나무 숲을 만났다. 하늘을 가린 푸른 숲 사이로 햇살이 몇 가닥씩 갈라져 내린다.
대나무 숲, 소나무 숲, 편백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길은 평화리 상선약수마을의 가장 큰 매력이다. 


편백나무 숲을 벗어나서 걷다보니 약수터가 나왔다. 목을 축이고 약수터 앞에 난 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길은 마을로 이어졌다. 그러니까 마을을 가운데 두고 산을 돌아 다시 마을로 내려온 것이다. 


마을 위쪽에는 작은 절집 ‘성불사’가 마을처럼 소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절집을 지나자 숲속 마을 외딴 집에서 섹소폰 소리가 들려왔다. 소소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인생을 즐기는 장소였다. 이것이야 말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살아 있는 예술의 전형 아니겠는가.


   
▲ (위왼쪽부터 시게방향으로)1.장흥 평화리 상선약수마을 대숲길. 2.철쭉이 피어났다. 가지 앙상한 배롱나무는 여름이면 꽃을 피운다. 3.평화리 상선약수마을 우물. 4.정남진 천문과학관. 별자리 설명도 듣고 별자리 구경도 할 수 있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오래된 우물이 나왔다. 조선시대부터 대나무 통에 숯과 모래, 자갈 등을 넣어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걸러 먹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이 마을 사람들은 마을 공동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물을 지나 걷는데 온통 꽃으로 뒤덮인 지붕 낮은 집이 보였다. 마당과 집 주변이 화사한 꽃들로 가득찼다. 그야말로 ‘꽃대궐’이었다.


그 집 앞에는 50여 그루의 배롱나무가 있는데 여름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아직은 앙상한 가지만 구불거리며 하늘을 이고 있었다. 연못 안 작은 땅에는 큰 소나무 네 그루가 친구처럼 서 있었다. 그렇게 마을길을 따라 나오는 데 해가 지면서 마을 앞 작은 저수지에 노을빛을 뿌려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