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 끼 식사를 마친 우리는 야영장 곳곳을 돌아봤다. 야영장은 계곡을 따라 솔숲 아래 길고 넓게 펼쳐져 있었다. 야영장 가운데 계곡물이 흐르지만 수량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여름이면 이곳에서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르겠지.
우리는 야영장을 벗어나 도로를 따라 걸었다. 아스팔트포장길이지만 국립공원답게 자연의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주변에 아름다운 계곡과
맑고 차가운 계곡물로 유명한 월악산국립공원 송계계곡이 있다.
바위 절벽과 계곡물이 만들어 내는 풍경이 때로는 사람을 압도 한다. 덕주산성
부근 절벽과 계곡물이 그랬다. 특히 바위 절벽에 뿌리내리고 푸르게 살아있는 소나무 몇 그루의 기상이 높다.
▲ 닷돈재 야영장 계곡 | ||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지 않아 도 됐다. 준비해간 만찬(만찬이라고 해봐야 소주 몇 병과 소시지, 김치, 고추장과 마른 멸치가
다다)으로 이른 저녁을 준비했다. 어두워지면 사위 분간을 하지 못할 것이다. 밥이 되기를 기다리며 소주잔을 먼저 나눈다. 밥도 향기가 있다.
설익건 질척거리건 상관없이 쌀이 밥이 되는 과정에서 나는 건 냄새가 아니라 향기다.
어둠이 오기 전에 밥을 먹고 남은 술을 따른다. 자연에서 맞이하는 밤은 처음에는 두렵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가스렌턴이나
전기렌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을 밝힐 수 있는 것은 라이터가 다였다. 그냥 그렇게 어둠 속에 나를 맡기기로 했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잤나 보다 일어나니 어슴푸레 새벽이 열리고 있었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