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물에 마음맑아지고 몸은 숲에서 푸르러진다
계곡물에 마음맑아지고 몸은 숲에서 푸르러진다
  • 나무신문
  • 승인 2010.05.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 충주 ‘월악산 국립공원 닷돈재 야영장’

▲ 닷돈재 야영장에서 나와 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길가에 저런 절벽이 보인다. 아찔하면서 아름답다. ‘악’자가 들어간 산 중 험하지 않은 산 없다는 말처럼 월악산도 험하다. 특히 월악산은 밖에서 바라본 산의 정기가 대단하다. 날카로운 바위 절벽에 바위 능선이 날렵하게 흐르는가하면 중후한 모양으로 방점을 찍고 하늘과 맞닿은 공룡 같은 산의 정기가 사람 사는 마을에도 내려왔다. 우리는 월악산의 정기를 흠뻑 받고나서 국립공원 내 닷돈재 야영장에 자리를 잡았다. 요즘 텐트는 텐트 안에서 걸어 다닐 정도로 크다. 텐트 안에 야영침대를 깔고 텐트 밖에는 식탁과 조리기구들을 펼쳐 놓았는데 부엌살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우리 텐트는 월세방 수준도 안 돼 보인다. ▲ 월악산 닷돈재 야영장. 캠핑을 즐기는 가족 모습이 행복하다.
우리는 라면을 끓이는데 계곡 건너에서 고기를 굽는다. 이런 곳에 와서는 라면을 먹어야 제맛이라고 스스로 마음을 달래 보지만 이런 곳에서 맡는 고기 굽는 냄새 앞에서 위로가 잘 안 된다.   
그렇게 한 끼 식사를 마친 우리는 야영장 곳곳을 돌아봤다. 야영장은 계곡을 따라 솔숲 아래 길고 넓게 펼쳐져 있었다. 야영장 가운데 계곡물이 흐르지만 수량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여름이면 이곳에서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르겠지.


우리는 야영장을 벗어나 도로를 따라 걸었다. 아스팔트포장길이지만 국립공원답게 자연의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주변에 아름다운 계곡과 맑고 차가운 계곡물로 유명한 월악산국립공원 송계계곡이 있다.
바위 절벽과 계곡물이 만들어 내는 풍경이 때로는 사람을 압도 한다. 덕주산성 부근 절벽과 계곡물이 그랬다. 특히 바위 절벽에 뿌리내리고 푸르게 살아있는 소나무 몇 그루의 기상이 높다.


   
▲ 닷돈재 야영장 계곡
걸었던 길 걸어 다시 텐트가 있는 닷돈재 야영장에 도착했다. 계곡을 건너는 구름다리를 지나 우리의 하룻밤 숙소인 작고 낡은 텐트 앞에 도착했다. 소나무 숲은 추웠다. 계곡으로 내려가 얼굴을 씻는다. 정신이 번쩍 든다.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지 않아 도 됐다. 준비해간 만찬(만찬이라고 해봐야 소주 몇 병과 소시지, 김치, 고추장과 마른 멸치가 다다)으로 이른 저녁을 준비했다. 어두워지면 사위 분간을 하지 못할 것이다. 밥이 되기를 기다리며 소주잔을 먼저 나눈다. 밥도 향기가 있다. 설익건 질척거리건 상관없이 쌀이 밥이 되는 과정에서 나는 건 냄새가 아니라 향기다. 


어둠이 오기 전에 밥을 먹고 남은 술을 따른다. 자연에서 맞이하는 밤은 처음에는 두렵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가스렌턴이나 전기렌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을 밝힐 수 있는 것은 라이터가 다였다. 그냥 그렇게 어둠 속에 나를 맡기기로 했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잤나 보다 일어나니 어슴푸레 새벽이 열리고 있었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