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나무를 만지는 손
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나무를 만지는 손
  • 나무신문
  • 승인 2010.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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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 김도언

넉넉히 5백년은 살았음직한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에 가만히 손을 대보는 사람의 마음. 나는 그것이 봄의 마음이라고 믿고 싶다. 봄을 부르기 위해서는 노련한 의사가 차가운 청진기 대신 온기어린 손을 환자의 몸에 대고 진맥을 하듯, 우리 모두 손을 나무에 갖다 대자. 그리하여 나무의 심장과 혈관의 사정을 헤아려야 한다. 그래야 봄이 우리에게로 달려온다. 우리는 너무나 무심하고 게으르게 봄을 기다려왔던 게 아닌가. 아,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다. 손을 대고 귀를 열어 나무의 숨소리를 듣는 것처럼 우리가 먼저 몸을 움직여 봄을 부를 때, 봄이 기꺼이 자기 곁을 우리에게 내준다는 것을. ▲ 글과 사진 : 김도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