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을 꿈꾸며 과거길에 오르다
‘금의환향’을 꿈꾸며 과거길에 오르다
  • 나무신문
  • 승인 2010.04.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 연풍 수옥정부터 경북 문경새재 1관문까지 걷기여행

▲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오르던 선비들이 걷던 옛길이 곳곳에 남아 있다. 연풍도 한 때는 지독한 산골짜기였나 보다. 1800년대 말에 천주교 신자들이 피신해 살던 곳이자 붙잡혀 처형된 장소가 있으니 말이다. 지금 그곳은 천주교 성지가 됐다. ▲ 수옥정 폭포. 빛 바랜 사진 속 할머니도 저 폭포수 앞 바위에 앉아 계신다.
성지를 나서서 수옥정으로 걷기 시작했다. 5시 쯤 돼서 수옥정 폭포에 도착했다. 언제부터 폭포가 생겼는지 모르지만 1700년대에 이곳에 정자를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니 폭포가 사람들 앞에 드러나게 된 것은 최소한 300년은 넘었을 것이다.


또 이 폭포 앞에 한복을 입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젊은 시절 할머니 사진이 있으니 우리 가족에게 수옥정폭포가 알려진 지는 적어도 40년은 됐을 것이다.
다른 폭포와 비교했을 때 그 높이와 수량이 크게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이런 내력의 수옥정 폭포는 언제 봐도 친근하다.


▲ 낡은 버스 정류소. 버스는 아직도 여기서 멈추어 서는 지 모르겠다. 폭포를 뒤로하고 우리는 비탈길을 걸어 수옥정관광지 상가단지로 올라갔다. 내일은 경상도와 충북을 잇는 옛 길인 새재를 걸어 넘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하룻밤 묵을 곳으로 새재의 첫 관문을 약 2킬로미터 정도 앞둔 이곳이 적당했다.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도토리묵밥으로 시장기를 달랬다. 턱 없이 모자란 돈으로 하룻밤 유숙을 청했더니 민박집 주인아저씨가 하룻밤 머물다 가라신다. ▲ 수옥정 폭포 위 상가단지 도토리묵밥.

고향 옛길을 걸어 온 하루가 온전하게 마무리 되고 있었다. 다음 날 날은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산길 8킬로미터를 걸어야 한다.


새재는 원래 영남지역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올라가던 고갯길이었는데 지금 우리들은 충북에서 경북으로 넘어가고 있으니 과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선비들의 발걸음 쫓는 일과 같았다.
과거를 본 많은 사람 중 급제를 한 사람은 소수였고 기쁜 마음으로 이 고개를 넘었던 선비들도 드물었을 것이다. 과거에 떨어진 선비들의 무거운 마음을 위로해주었던 건 고갯길 주막의 막걸리였을 것이다.


   
▲ 새재 1관문.
제3관문을 지나 본격적으로 숲길을 따라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넓게 다져진 길도 있지만 그런 길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랐다. 그 길이 원래 옛날 과거길이었다. 그 길 입구에 ‘금의환향’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누군가는 ‘금의환향’을 했을 것이다. 그 마음으로 길을 걸었다.
그 길목에 지금도 주막은 있다. 옛날 주막자리에 초가집으로 주막을 재현했지만 실제로 술과 밥을 파는 주막은 현대식 건물이다.


제2관문을 지나자 계곡의 수량은 많아졌고 계곡 또한 그 위용과 아름다움이 제법 꼴을 갖췄다.
이제 반 왔는데 다리가 팍팍하다. 쉬었다 갈까 생각도 했지만 얼마 남지 않은 길 다 걷고 난 뒤에 ‘금의환향’했던 그 사람의 마음으로 편안하게 고향 같은 밥상 한 번 받아볼 생각이었다.
눈 앞에 마지막 목적지인 제1관문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