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숲길 걸어 만나는 1500년 고찰
오리숲길 걸어 만나는 1500년 고찰
  • 나무신문
  • 승인 2010.04.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

▲ 법주사를 돌아보고 다시 오리숲길로 걸어가는 여행자. 말티재를 넘는다. 말티재는 고려 태조 왕건이 법주사를 찾아 가는 길에 닦은 길이다. 이후 조선 세조가 법주사를 찾아갈 때 길에 얇은 돌을 깔았다. ▲ 법주사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인 팔상전. 건물의 모양이 화려하면서도 늠름하다. 국보55호로 지정됐다.

말티재를 넘어서 조금만 더 가면 도로 왼쪽에 오래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800살도 더 된 정이품송이다. 세조가 말티재를 넘어 법주사로 가는 길에 가지가 늘어진 소나무 가지 앞에서 ‘소나무 가지에 연(임금이 타는 가마) 걸린다’고 말하자 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올려 지나갈 수 있었다. 세조는 그 나무에 지금의 장관급인 정2품의 품계를 내렸다.

 


▲ 거대한 불상이 법주사 마당에 서 있다. 사내리 상가지역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걷기 시작했다. 속리산 법주사 ‘오리숲길’이 이곳에서 시작된다. ‘오리숲길’이라는 이름은 사내리 상가거리부터 법주사까지의 거리가 10리(4킬로미터)의 반인 5리(2킬로미터) 정도 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그 길에 소나무가 빽빽하다. 숲길 옆에 황톳길을 만들었다. 솔 향의 싱그러움과 함께 황톳길을 걸으며 풋풋한 봄을 온몸으로 느낀다. 오리숲길을 반쯤 걸었을 무렵 법주사의 일주문이 여행자를 반긴다. 일주문을 지나 ‘자연관찰로’로 접어들었다.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생강나무 고로쇠나무 참나무 조릿대 등 수 많은 종류의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숲길 옆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걸으니 마음이 평화롭다. 숲길 끝에 절로 들어가는 작은 다리가 있다. 그 아래로 흐르는 푸른빛 시냇물이 정토의 세계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씻어주는 것 같다. ▲ 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의상. 거대한 바위에 정교한 석공의 손길이 느껴진다. 보물216호로 지정됐다.
법주사는 553년 의신 스님에 의해 세워졌으니 그 역사가 1500년 가까이 된다. 이후 776년에 진표스님과 영심 스님이 중창을 했다. 임진왜란 때 거의 모든 건물이 불타 없어졌다. 전쟁이 끝나고 승병을 이끌던 사명대사와 벽암 스님 등에 의해 다시 절이 지어졌다.


법주사는 고려 시조 왕건은 물론 고려의 공민왕, 조선의 세조 등 여러 임금이 찾았던 절이다. 절이 가장 번성했을 때는 절에 머무르는 스님만 3천명이 넘었다고 전해진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경내에 높이 120㎝, 지름 270㎝, 두께 10㎝의 대형 솥이 놓여 있다. ‘철확’이라고 하는 이 무쇠 솥은 수천 명이 먹을 국을 끓일 수 있는 크기다.  


절 마당 왼쪽에는 청동미륵대불이 서있다. 776년 진표율사가 절을 중창하면서 ‘금동미륵대불’을 처음 세웠는데 조선 말 대원군 때 몰수 되었다가 1964년 시멘트로 불상을 만들어 세웠으나 붕괴 위험이 있자 1990년 청동대불을 만들어 다시 세웠으며 2000년에 들어서 처음 세웠던 금동미륵대불의 제 모습을 찾아주고자 80킬로그램의 금을 입혔다. 


청동미륵대불 앞에는 법주사를 상징하는 팔상전이 있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5층 목조탑이다.
법주사로 가는 솔숲길은 걷기 좋고 법주사는 아주 오래 전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