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기 밥그릇도 못 챙기는 산림청
사설/자기 밥그릇도 못 챙기는 산림청
  • 나무신문
  • 승인 2009.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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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장 출신이 여길 왜 오나?”
지난 2006년 조연환 전 산림청장이 농협중앙회가 출자해 설립한 농협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선임된데 대한 당시 농협중앙회 노조가 반발한 내용이다. 쉽게 말해 농림부도 아니고 산림청 따위 출신이 왜 농협이 설립한 법인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느냐는 게 노조의 불만이었다.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 퇴직 공무원들의 관련기관 및 단체에 대한 낙하산식 인사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림청 공무원들은 참으로 딴 세상 사람들로 보인다. 산림청장은 물론이고 국립수목원장 등 산림관련 내로라하는 기관장들 모두 퇴임 후 옮겨 앉을 마땅한 자리 하나 없는 실정이다. 기관장이 이 정도니 더 이상은 말하면 입만 아플 지경이다. 하긴 산림청 내부에서 산림청장으로 발탁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니, 퇴임 후 옮겨 앉을 자리 운운하는 것부터가 무리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리가 필요이상 많은 것만큼이나 너무 적은 것 또한 국가적으로 손실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수십년간 쌓아온 산림공무원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하루아침에 용도폐기 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한편 환경부는 어느 날 갑자기 ‘실내 공기질’을 앞세워 가정집 안방까지 차지하고 앉았다. 그런데 산림청은 펠릿산업을 추진하면서 그나마 있던 건넌방까지 남에게 넘겨주고 있는 형국이다. 관련 사업비는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 땔감 나눠주기다 해서 지자체들 생색내기에나 쓰이고, 멀쩡한 목질보드류 원재료는 폐목재로 둔갑시켜 헐값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재업계는 결코 펠릿산업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이왕 할 것이면 산림청이 전문가적 식견에서 주도권을 잡고 처리해 달라는 것이다. 목재에 대한 주무부처가 산림청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어짜피 버려질 숲가꾸기 산물 수집해서 일자리도 만들고 땔감도 나누어주고 펠릿산업도 육성’할 게 아니다. 산은 물론 수입목, 건설현장이나 생활폐목재 전반을 아우르는 목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회성이 아닌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고 펠릿이 됐든 보드류가 됐든 한옥이 됐든 정말 쓸모 있는 목재를 생산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목재를 중심으로 한 확고한 선이 그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또 산림청이 지금 챙겨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