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림조합중앙회의 안일한 상황인식
사설/산림조합중앙회의 안일한 상황인식
  • 나무신문
  • 승인 2009.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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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망월(見指忘月).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본다는 말이다.
최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산림조합의 상호금융 연체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를 산림조합중앙회에 주문한 바 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연체율 10% 이상인 조합 수가 몇 년간 감소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29개까지 줄어들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6월 현재 45개 조합으로 다시 늘어난 상황이다. 또 당기순손실 조합은 2007년 20개에서 지난해 11개로 감소했지만, 신용부문 적자 조합은 같은 기간 21개에서 32개로 늘었다.
특히 울릉, 완도, 울진, 서울 조합 등은 각각 연체율이 85.08%, 40.19%, 30.17%, 29.74%나 됐다. 돈을 빌려간 사람 10명 중 3명에서 8명 이상이 돈을 갚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와 같은 보도가 나가자 산림조합중앙회는 즉각 해명 아닌 해명을 해왔다. 중앙회는 울릉조합의 예를 들어서, 국정감사 자료 작성이 6월 기준이기 때문에 그간 상당부분 연체율이 낮아진 것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 연체비율로 따지면 85%이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2100만원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10월 현재 연체금액은 1500만원으로 줄어든 상황이라는 게 중앙회의 해명이다. 아울러 1500만원이 모두 상환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정도 금액은 대손처리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앞으로는 기사를 내보낼 때에는 사안의 전후사정을 더욱 면밀히 검토해 줄 것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중앙회의 이와 같은 상황인식이야 말로 다시 한 번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문제를 제기한 유기준 의원 역시 연체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산림조합 상호금융 이용자들의 열악한 채무의식 부재를 지적했다.


때문에 우리는 연체율 상위 10개 조합의 총 연체금액이 267억6700만원에 달한다는 것과, 이들의 평균 연체율이 32%를 넘으며, 연체율 평균을 밑돈 서울조합은 금액면에서는 96억9400만원으로 최고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이 사안의 본질은 연체금액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채무의식 결여에 있다는 유 의원의 진단에 동감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중앙회에서 내놓은 해명의 본질 또한 채권의식 부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