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은 잔치집이다
한옥은 잔치집이다
  • 나무신문
  • 승인 2007.05.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옥은 잔치집이다.

옛 것 그대로나 새로 지은 것이나 한옥에 들어서면 마음 속 두개의 방문이 동시에 열린다.

하나는 ‘그윽함’ 또 하나는 ‘상기’다.

‘상기’란 기(氣)가 들뜬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목에 뜨거운 열기가 ‘훅’하고 지나가는 것 같으며 머리가 쭈뼛 서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열이 올랐다 내렸다 반복된다. 일단 한옥에 들어가면 마음 한구석에서 그런 전조가 보이는 것이다.

‘그윽함’이란 점액질 같이 밀도 높은 기체가 마당 깊은 곳에 자욱하게 가라앉아 있으면서 미동도 없는 상태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마음이 그윽하다는 것은 기(氣)가 순류하여 단전으로 모였다 흩어지는 순환이 자연스러우며, 몸의 어느 한곳에 정기가 모이고, 그 정기는 한 점이자 전체가 되는 것이다.

‘상기’와 ‘그윽함’이 동시에 실현되는 현상을 쉽게 ‘피가 거꾸로 솟으면서도 마음은 편안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현상이 내 몸과 마음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경험은 한옥을 마주 했을 때뿐이다.

그래서 한옥은 몸과 마음에 숨구멍을 열게 하며, 산란하는 햇빛의 광합성 잔치상을 차리게 함으로써 스스로 축제의 주체가 되며 잔치집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한옥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 흔치 않으나 경북 안동 하회마을과 영주 수도리, 충남 아산 외암리, 전남 순천 낙안읍성, 경북 포항 인근 양동마을에 가면 사람이 살고 있는 한옥을 볼 수 있다. 아궁이에 장작을 때는 구들방에서 하룻밤 자보고 싶은 사람은 경북 청송의 송소고택이나 경북 안동의 수애당과 지례예술촌, 농암종택, 전북 전주의 양사헌 등 한옥 고택 민박집을 찾을 일이다. 

서울에서도 한옥에 앉아 술과 밥을 즐길 수 있는 있는 곳이 있다. 종로2가 YMCA건물 옆 민들레영토를 끼고 왼쪽으로 돌아 골목길로 가다가 보면 정면에 있는 ‘시골집’이 그 집이다.

청사초롱 주막 등을 내건 품새가 한옥과 맞아 떨어지는 게 ‘지나가는 길손이온데... 잠시 다리 좀 쉬었다...’라고 말문을 열고 싶기도 하고 ‘주모 여기 국밥에 막걸리 두어 사발 주쇼’라고 퉁명스럽게 말을 건네고도 싶다.

젊은 연인들, 늙은 전사들, 허름한 중년들, 일탈을 꿈꾸는 선량한 시민들,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하루살이처럼 모여들었다 흩어지는 이 집은, 사랑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