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현대화 가로막는 ‘한옥 편법화’
한옥 현대화 가로막는 ‘한옥 편법화’
  • 나무신문
  • 승인 2009.06.01 0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던 한옥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건설교통부 등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한옥 현대화를 기치로 각종 지원책을 앞다투어 쏟아내고 있다. 또 최근에는 학계와 업계가 함께 한옥시장 확대를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견 ‘反 한옥시장’으로 일컬어지는 아파트 역시 ‘아파트를 한옥처럼’이라는 슬로건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대형 건설업계 또한 한옥을 배우고 차용하는 데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주요 주거 소비자들이 한옥에 대한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옥 관련 산업 또한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 목수들의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작업들이 기계화를 통한 자동생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본의 프리컷 기계를 들여와 한옥재 가공에 적용하고 있다. 아예 기둥이나 보, 서까래와 같은 한옥재 가공에 맞춤한 기계설비를 개발해 사용하는 업체도 있다.


자재의 규격화에 대한 업체들 간 협력도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나무를 비롯한 기와, 돌, 흙 등 전국의 10여개 관련 자재 및 건축업체들은 얼마 전 협의회를 구성하고 자재 규격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규격화 한 자재를 캐드(CAD) 시스템을 통해 전국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다는 게 이들의 복안이다. 이것이 실현될 경우 소비자들은 인터넷 쇼핑하듯 편리하게 한옥을 지을 수도 있게 된다.


이처럼 지금은 바야흐로 한옥 르네상스 시대로 접어드는 길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상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바로 불량 자재들의 유통과 사용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옥 시장에도 침전 방부목이 가압식 정상 방부목인 양 팔리고 있다고 한다. 또 일부에서는 인체와의 접촉이 빈번할 수밖에 없는 실내에 허용 등급 이상의 방부목을 사용하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지금의 한옥 붐은 금방 붕괴될 게 뻔하다. 업계의 자정노력은 물론이고 관계 당국의 신속하고 강력한 관련법 마련이 있어야 한다. 편법으로는 한옥 현대화를 이룰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