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청풍정 안터마을
옥천 청풍정 안터마을
  • 나무신문
  • 승인 2009.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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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을 거니는 금강의 두 풍경

   
▲ 안터 앞 금강
대청댐의 70%는 옥천에 있다. 그러니까 대청댐 물의 70%는 옥천군에서 흐르거나 머물러 있다는 얘기다. 산이 담고 있는 큰 물과 대청댐으로 흐르는 금강줄기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옥천군이다. 금강길 드라이브 코스 중 두 곳, 청풍정과 안터마을.


청풍정은 갑신정변을 주도한 김옥균이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내려와 은거했다는 곳이다. 그때에는 지금처럼 물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청풍정이 서 있는 곳이 대청호의 수위 때문에 산기슭처럼 보이지만 댐이 없었다면 꽤 높은 절벽이었을 것이다.  


기와를 얹은 모양이 옛 정취가 물씬 풍긴다. 청풍정 아래로 절벽이고 물이다. 뜰 앞 풀밭에 서면 물길의 나이테가 남아 있는 모래톱이 보이고 군데군데 작은 섬들도 떠 있다. 물이 깊어 산 그림자가 다 파묻혔는데, 그 위로 물새 한 마리 물을 차고 날아오른다. 흔들리는 물결에 물속에 잠긴 산이 너울거린다. 꿈결 같다.


옥천읍내에서 옥천구읍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면 정지용생가가 나오고 생가를 지나 계속 가면 석탄리(안터마을)가 나온다. 그곳 또한 꿈결 같은 곳이다.


안터마을로 가려면 다리를 꼭 건너야 한다. 마을 뒤가 산이고 앞은 금강이 흐른다. 햇볕 고이는 이곳은 아늑하고 평온하다. 마을 유래가 담긴 비석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리는데 들뜬 세상의 기운이 가라앉고 마음이 차분해 진다. 햇볕을 즐기며 그곳에 그냥 그렇게 앉아만 있고 싶다.


마을로 들어오는 다리를 건너면서 본 풍경이 궁금하다. 푸른 물줄기와 물가의 연둣빛 풀밭, 노란 유채꽃밭이 생경스럽다. 원래 그곳은 나루터였다. 다리가 없으면 마을로 들어 올 수 없으니 다리가 없던 시절에 나루터가 있던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다리에 밀려난 나루터는 풀밭으로 변했고 배를 드러내고 누운 낡은 배는 더 이상 물길로 나가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저 멀리 낚싯배인지, 고깃배인지 모를 배 한 척이 호수 물살에 출렁이며 물가에 매어만 있다.


물길 옆 유채꽃밭은 강이 있는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혼자만 노랗다. 유채꽃밭은 강을 지나 마을 안까지 이어지는데, 유채꽃밭이 이루어 놓은 풍경 가운데 돌덩이 하나 서 있다. 마을에서 다리를 바라보면서 왼쪽 편에 있는 돌비석은 이 마을 지키는 좌청룡에 해당한다. 그리고 오른쪽 큰 나무 아래 고인돌이 있는데 그 돌 또한 옛 사람의 무덤이라기보다는 선돌처럼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서의 상징성이 강하다.


강과 풀밭, 이제는 폐허가 된 나루터와 강이 없어지고 호수로 변한 물줄기, 물 옆 유채꽃밭과 돌덩이 두 개,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런 것들이 안터마을 품 안에서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