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적벽강, 적벽강 가든/인삼어죽 한 그릇에 적벽강을 따라 걷는다
금산 적벽강, 적벽강 가든/인삼어죽 한 그릇에 적벽강을 따라 걷는다
  • 나무신문
  • 승인 2009.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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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벽강 가는 길·강물에 햇살이 반짝이는 게 피라미 떼가 일제히 뛰어 오르는 모습이다.

강물에 머리채를 드리운 버드나무가 낭창낭창 바람에 흔들린다. 가로수도 버드나무다. 땅까지 닿을 것 같은 가지가 차 지나간 공간으로 출렁인다. 그 곡선이 부드럽다.


붉은 절벽, 적벽 아래 푸른 강물 흐르는 금산 적벽강으로 가는 길 봄 향기가 짙다. 흐르는 것 같지 않은 강을 따라 할아버지 자전거가 달린다. 경운기가 흙을 털어내며 도로를 질주 한다. 도무지 차가 지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런 속도로 달리는 차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이 아주 천천히 다가와 인상 깊게 남는다. 경운기가 지나가고 나서야 우리는 할아버지 자전거를 추월할 수 있었다. 햇볕은 지루하게 내려앉았고 도로에서 움직이는 것은 우리뿐, 아무것도 달리지 않는다. 길 위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 소리마저 들리는 듯 했다.


무너질 것 같은 낡은 다리를 건너야 붉은 절벽 물 위로 솟아난 풍경을 볼 수 있다. 조심스럽게 다리를 건너 풍경 좋은 곳을 찾아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 우리는 강가로 걸었다. 물비린내가 바람에 실렸다.


강가 작은 배가 물결 따라 흔들린다. 강 건너 적벽에 반사된 햇볕이 강물 위에 쌓인다. 고즈넉한 강가에 앉으면 상념도 없다. 정적은 블랙홀 넘어 있을 것 같은 진공의 세상으로 빠져드는 길이다. 점점 먹먹해지더니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물위로 뛰어오른 물고기 비늘이 반사한 햇볕 조각이 눈을 찌르지 않았으면 나는 그 정적에서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일행과 함께 강돌을 밟으며 돌아나왔다. 오후가 한참 지난 시간 적벽강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식당에 앉았다. 그 집은 어죽을 잘한다고 했다. 어죽 맛이 고향 시냇가 뚝방에서 불어오는 그 향기를 닮았다. 금산 어죽은 인삼이 들어갔다는 게 특징이다. 생선의 비린내를 인삼으로 잡아내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인삼 맛이 나는 건 아니다. 은은한 깻잎 향과 들깨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진다. 맵지만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맛도 맛이지만 오래전 부터 금산의 특산물인 인삼과 금산 땅을 흐르는 적벽강의 어죽이 만나 여행자의 밥상에 올랐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다른 지방에서도 특산물을 이용한 먹을거리를 먹어봤지만 흙 향기 강바람을 담아낸 요리를 천 원짜리 몇 장에 맛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른한 오후 여행길에서 만난 어죽 한 그릇에 배도 부르고 명랑해진다. 우리는 다시 강가로 내려갔다. 적벽에 매달린 생명들이 늦은 봄물을 빨아들이는 지 푸른 물이 오른다. 다른 곳에는 벌써 신록이 사라지고 있는데 이제야 연둣빛 물이 오른다. 봄도 여름으로 가기 싫은 가 보다 적벽 강물에 쌓이는 이곳에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