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건축의 기술과 의미①
목조건축의 기술과 의미①
  • 나무신문
  • 승인 2009.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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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솔토건축사사무소  조 남 호  대표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동안 건축은 돌, 흙 등의 자연재료가 주종이었다. 이 시대의 자연과 건축 사이에는 조화로움이 있었고, 특히 목재는 그 중심에 있었다. 환경친화적 재료인 목재는 구조적으로 강인하면서도 따듯한 재료적 특성을 가져 건축의 미학적 진화를 주도하여 왔다.

그러나 근대화와 함께 새로운 재료-콘크리트, 철, 유리 등-가 등장하면서 급속도로 그 영향력이 감소되었다. 뛰어난 효율성과 생산성, 경제성을 가진 재료들이 건축환경을 지배하게 되면서 환경 파괴, 비인간화라는 문화 이전에 우리의 생존의 문제를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하였다. 결과적으로 ‘친환경, 지속가능성’이 시대의 주요 화두가 되어 있다.

이러한 건축적 위기 상황에서 현대의 기술을 접목한 목조건축은 미래건축에 주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건축에서 친환경, 의장, 구축성 등의 측면에서 중심 위치를 차지하여 왔던 목조를 다시 복권시킴으로서 근대건축 이후 건축의 위기적 상황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목조건축은 중요한 위상을 갖는다.

이 글은 목조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1998년 이후 습작하듯이 경험을 더해가는 과정에서 실무건축가로서 직면했던 목조건축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 본 것이다. 그것들은 역사에 대한 단편적인 생각과 실무에서 얻어진 기술지식 사이에 있는 것이다.
 
CO2의 저장고 목조건축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기후협약이 구체화된 도쿄의정서 이후 2007년 발리로드맵에 따르면 미국을 포함한 모든 개도국이 2012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대상국이 되며 2009년에 구체적인 양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 세계 9위 국가로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대체에너지 개발을 포함한 복합적인 전략이 필요한데 목조건축을 통한 CO2 저감책도 그중 한 가지가 될 것이다.1)

산림은 공기 중에서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탄소통조림(나무)을 생산하는 공장이며, 나무는 탄소의 1차 저장고이다. 1차 저장고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 물성을 변화시키지 않는 목조건축 또는 가구로 활용되어야 한다. 목조건축은 탄소의 2차 저장고이다.
미국의 목조주택 단지에 포함되어져 있는 목재량(탄소저장량)은 40년생 숲의 6~8배에 이른다고 한다. 목재생산을 통해 얻어진 재화는 다시 산림을 가꾸는 비용으로 전용되어 인위적 환경과 자연환경 사이에 지속가능한 순환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목재산업도 글로벌 환경에 통합될 것이지만 지역의 풍토적인 특성에 따라 제작된 지역재를 그 지역에서 활용하는 작은 순환고리도 생겨날 것이다. 

근대를 만든 목재의 기술
인류문명이 발생한 이래 건축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근대라는 짧은 시기가 있으며, 그 위에서 현대의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근대라 함은 기술적으로는 19세기말의 철골구조와 철근 콘크리트구조의 성립을 의미하지만, 그때까지 수 천 년의 시간 동안 사람들은 오로지 목재를 사용하여 인장력과 전단력에 대처해 왔다.

근대화에 의해 종지부 맞게 된 서구의 근원이 로마와 그리스의 소위‘벽의 문화’였다. 그러나 그 많은 건축물들에 올려진 지붕은 목구조였다. 아치와 같은 완전한 압축의 구조가 아닌 이상 휨이 발생하는 보구조는 나무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공간의 근대화는‘벽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했다. 근대사회는 역이나 공장 같은 무주의 대 공간을 찾기 시작했고, 작은 공간에 있어서도 커튼 월, 필로티 등의 근대를 상징하는 개념이 생겨났다.

하지만, 아시아건축에 눈을 돌려보면, 예로부터 기둥과 지붕으로 공간을 만드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트러스구조와 라멘구조는 근대를 상징하는 건조형식이다. 전자는 장 스팬은 가능하게 하고 후자는 벽을 하중으로부터 해방시켜 공간의 밝기와 가벼움을 가져왔다. 이것들의 구조는 근대에 와서 연구하여 생긴 것이 아니다.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러‘나무의 사용법’을 더듬어 보면 그 양상을 잘 알 수 있다.

한옥의 경우 흔히 진화에 실패한 채 근대 이전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1930년대에 대량으로 지어진 서울의 도시한옥은 소위 집장사라고 할 수 있는 소규모 건설회사들에 의해 공급되었고, 대량생산을 위해 제재목 각주(角柱)를 사용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형태는 여전히 전통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유통과 제작방식에서 근대성을 지닌 유산이라고 할 만 하다.

한옥 현대화의 가장 큰 쟁점 역시 형태언어의 문제 이전에 시대의 건조환경이 반영된 제작술의 문제라고 볼 때, 조립식 건식공법인 한옥은 이미 현대건축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CAD/CAM 시스템을 적용한 공포, 맞춤 등의 프리패브 가공을 전제한 팩키지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붕의 문화와 공간의 변화
온난 다습한 지역에서는 지붕이 발달해 그 디자인이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동시에 지붕의 지지방법이 발전되어 왔는데 공간의 질은 이 구법에 의해 결정되었다. 거기엔 두 가지의 계보가 있다. ‘무거운 지붕’과 ‘가벼운 지붕’이다. 
무거운 지붕의 전통은 중국 대륙의 불교 건축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거운 기와지붕을 큰 기둥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무거운 하중을 분산하여 넓은 추녀를 내기 위하여 소위 공포를 둔다.

이런 초기의 불교 건축은 폐쇄적인 것으로 이를테면 탑에 가까운 건축이었다. 그러나 불교의 변화에 따라 불당 내부에 기능이 필요하게 되면서 그 구조는 바꿔질 필요가 생겼다.
공포를 이용한 프레임 구조로 대규모의 목조를 튼튼하게 만든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그것은 불교건축의 공간화와 동시에 구조를 공간으로부터 분리해내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가벼운 지붕의 건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초가지붕, 판자지붕과 같은 가벼운 지붕의 전통은 그 기원을 벼농사의 문화와 함께 생긴 고상식(高床式)의 건물에 두고, 관습과 기후, 풍토와 밀착한 벽 없는 공간을 만들어 왔다. 이런 건축은 지붕을 가볍게 하기 위해 공포를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 목재는 절대적인 구조 성능 보다 무게 대비 강도 성능이 뛰어난 구조재이다. 따라서 무게를 가볍게 구성하는 것이 내구성 있는 건축물을 만든다. 동남아시아의 전통건축에서 보여 지는 예들이다.

일본의 경우는 불교건축을 중심으로 하는 무거운 지붕과 다실건축 등의 가벼운 지붕의 전통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이에 비해 우리 한옥은 창방과 평방이 휘어질 정도로 무거운 지붕만을 계속 유지해 온 배경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것은 흔히 형이상학적으로 설명되곤 하는 칸(間)의 개념은 있으나 명확한 모듈이 잘 읽혀지지 않는 평면시스템과도 같은 문제이다. 정체되어 있던 한옥의 진화는 기후와 풍토, 현대의 산업화에 따른 제작술의 변화 등을 수용해 가야 할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1) 도쿄의정서에 의해 일본은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의 6%를 줄여야 하는데, 그 중 3.9%를 목조건축의 육성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 성장한 숲의 탄소흡수량이 제로에 가까워지므로 산의 나무를 베어 내고 새로운 식재를 통해 탄소흡수의 여력을 높이는 동시에 목조건축을 통해 탄소의 저장기능을 유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