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던 스님이 ‘어디서 오셨냐?’고 묻는다. ‘스님 뵈러 왔다’고 말하니까 손에 낀 목장갑을 벗으면서 내가 서 있는 쪽으로
걸어온다. 내가 만나고자 했던 그 스님이었다. 스님은 승복 바지를 툴툴 털고 암자로 걸었다. 스님은 평소에는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암자 뒤
차밭에서 시간을 보낸다. 물론 끊임없이 정진하는 시간이야 엄격하다. 옷매무새를 단정히 한 뒤 스님은 나를 암자 안으로 안내했다. 찻물이 끓고
차향이 암자에 그윽하게 퍼진다. 산속을 헤맸던 정신이 차분해진다.
찻잔을 사이에 두고 스님과 나는 한 시간 반 동안 얘기를 나눴다. 얘기라기보다는 내가 묻고 스님은 답해 주는 형식의 대화였다. 여러 가지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했는데 내 처지와 빗대었을 때 절실한 말 한마디는 ‘죽은 물고기는 물길을 따라 흘러내려 가지만 살아 있는 물고기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는 말이었다.
그 말에 생명의 힘과 삶의 경건함을 느꼈다. ‘거슬러 올라가는’ 그 끝에서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생명이 태어나고 죽는 것에 대한
성찰이 곧 부처님의 깨달음으로 통하는 길일 것인데, 그것을 놓쳤던 순간순간이 이어져 습관이 되고 생활이 되고 삶이 되지는 않았는지. 아귀다툼
같은 세상을 헤치고 거슬러 올라가면 그 위에는 분명 무엇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 이상을 검증받고 이상이 흔들리면 다시 정진할
줄 아는 삶의 자세를 배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