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이라고는 하지만 겨울은 겨울이다. 겨울 바다 찬 기운을 머금고서야 매생이는 제 맛을 낸다.
매생이탕은 꼭 뚝배기에 끓여야 제
맛이 난다. 갓 끓여 나온 탕이었지만 보글거리지 않으면서 김만 피어나는 것이다. 그 뜨거운 열기를 매생이 자체가 다 끌어안고 있었다.
어느 정도 열기가 가신 뒤 입에 넣는 순간 혀에 감기는 촉감이 너무 부드러웠다. 여인의 옥 같은 피부에서 미끄러지는 비단의 촉감 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혀를 감싸고 목구멍으로 내려간다.
몇 숟가락 뜨고 난 뒤 그 맛을 조심스럽게 음미했다. 김의 세련된 맛도 아니고 미역의 진한 맛도 아니었다. 구수한 맛의 깊이가 바다와
같았다. 거기에 바지락, 굴, 날가지 등 해산물이 들어가는 데 먹을수록 진해지는 그 맛은 아마도 뚝배기에서 함께 들끓어 하나의 맛을 내기 때문일
것이다.
칼바람 겨울바다를 이겨내고 생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매생이탕은 뚝배기에 담긴 어머니의 뜨거운 눈물을 속으로 삼키는 일이다. 겨울이 가고 또
다른 봄이 오면 아마도 매생이의 그윽하고 깊은 맛이 또 생각날 것 같다. 뼈를 얼리는 추위라야 그 뜨거운 맛이 제대로 살아나는 매생이탕. 지금
내 목구멍으로 한 숟가락의 바다가 넘어 간다. 비단보다 부드러운 촉감은 자극 하나 없이 풍부한 맛을 낸다.
전날 먹은 술기운이 풀리지 않았는데 매생이탕 한 그릇에 등줄기에 땀이 구른다. 주인아줌마에게 “이거 해장국으로도 손색없겠는데요”하니
아줌마는 “이걸 먹어야 속이 풀린다는 사람들이 있어요”라고 단골자랑을 한다.
▲ 매생이탕 | ||
상선 약수마을은 양지바른 곳에 꾸며진 정원 같다. 마을 진입로 양쪽에 서 있는 키 큰 나무들이 시골정취와 어울려 정겨운 느낌이 든다. 그
길이 끝나고 마을로 막 들어서려는 곳에 대나무산림욕장이 있다. 대숲 길을 걸어 산책길을 따르다 보면 편백나무산림욕장을 만나게 된다.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지 않고 마을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연못을 파 놓은 곳이 나오는데 해마다 5월경부터 각종 색깔의 꽃이 피어난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고즈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