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700년 변치않은 나무의 위대한 속성
사설/2700년 변치않은 나무의 위대한 속성
  • 나무신문
  • 승인 2008.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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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7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다리 일부가 발견됐다. 일부분이라고는 하지만 길이만 4m가 넘는 대형 부재로, 나무 발판용 널을 덧댈 수 있는 L자 모양의 홈이 일정한 간격으로 그대로 보존된 상태라고 한다.
이 나무다리 부재는 동양대학교 박물관 조사단에서 지난 2005년부터 발굴을 시작한 안동시 서후면 저전리와 광평리 일대의 청동기시대 저수지와 관개수로 유적 안에서 발견됐다. 이곳은 저수지터와 잇닿은 80여 미터 관개수로 내부의 진흙층으로, 주변에서는 반쯤 부서진 절구공이와 도끼자루, 가래 등 농경용 목기 유물들도 함께 발견됐다.

조사단은 이 나무다리 부재에 대해 “폭 3m가 넘는 관개수로 양쪽 기슭에 이 상판용 부재를 2개 이상 나란히 수평으로 걸친 뒤 수직방향으로 행가 또는 부목을 대고, 그 위에 잔가지나 풀더미, 흙 따위를 덮어 통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고학 전문가들 또한 이 부재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의 일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다리 유적으로는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돌다리 일정교와 월정교가 거론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 발굴된 나무다리 부재는 이보다 1000년 이상 앞선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처럼 나무다리가 강산이 270번 바뀔법한 세월을 올곧이 제 모양을 지켜낸 데에는 분명 ‘기가 막힌’ 환경적 조건이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다시 말해 목재란 것이 원래 관리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그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재료라는 반증이다. 또 현재의 목재 가공 및 보존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저렴하고 간편한 방법으로 ‘기가 막힌’ 환경적 조건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사실은 굳이 진흙탕 속에 2700년 동안 묻혀 있던 유물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얼마 전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도 600년 동안 이 땅을 지켜왔고, 웬만한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백년 고찰들이 나무의 뛰어난 보존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아직도 나무는 원래가 부식되기 쉽고 약한 재료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2700년 제 모습을 지켜낸 저 나무의 위대한 속성을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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