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숭례문이 지하에서 웃는다
사설/숭례문이 지하에서 웃는다
  • 나무신문
  • 승인 2008.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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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형을 형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우선 아버지와 형에 대한 예우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평소 아버지와 형을 부정하는 일에만 골몰하는 아들 혹은 동생이 어느 날 갑자기 호부호형 하지 못하는 세상을 탓한다면, 그만한 코미디도 없을 것이다.
최근 목재업계서는 일명 ‘합성목재’를 호적에서 파내야 한다는 공분이 일고 있다. 목재산업임을 자처하는 이들을 도저히 목재산업 범주에 넣어줄 수 없다는 목소리다.

‘합성목재’는 쉽게 말해 목분과 플라스틱을 적당히 버무려서 만들어낸 제품이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지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소개된 것은 그리 짧은 역사가 아니다. 또 국제적으로도 이미 오래 전부터 널리 쓰이는 조경 및 건축 재료임도 분명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합성목재’가 국내 목재산업계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는 데에는 전적으로 ‘합성목재’ 업계의 잘못에서 기인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목재산업계의 텃세부리기도 아니고, 얼토당토않은 어깃장 놓기도 아니라는 말이다. 임산가공 기술의 발달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합성목재’는 목재가공 기술 발전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거의 쓸모없이 버려지는 목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 플라스틱과 목분을 주재료로 했음에도 플라스틱은 슬그머니 숨기고 ‘목재’만 전면으로 내세운 이들의 작명법부터 문제가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인 WPC 또한 ‘wood plastic composite’로 플라스틱이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의도가 의심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들의 영업행태에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들은 ‘목재’로 불리기 원하면서도, 정작 목재 본래의 특성과 성격을 폄하하는 방법으로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목재산업의 영역을 허물고 있는 것이다.

‘합성목재’ 업계가 진정으로 목재산업의 범주 안으로 들어올 생각이 있다면 지금 배포하고 있는 영업자료부터 당장 바꿔야 한다. ‘목재의 단점’이 아닌 플라스틱과의 비교우위를 통해 승부를 내라는 말이다. 목재의 내구성이 5년이라는 등의 모략은 600년 한을 품고 사라져간 숭례문이 지하에서 코웃음 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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