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는 목재만 부족한 게 아니다
사설/우리는 목재만 부족한 게 아니다
  • 나무신문
  • 승인 2008.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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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나두어도 살기 힘든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 사회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 TV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에서 한 지체장애인이 한 말이다. 말 그대로 온전치 못한 몸 때문에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벅찬데 우리 사회의 갖가지 편견과 부당한 제약 때문에 더욱 힘들다는 얘기다. 이 지체장애인의 절규에 가까운 상황이 지금 우리 목재업계에서도 발생되고 있다.

각종 가구 및 내장재 원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PB나 MDF를 만들고 있는 국내 생산업체들은 최근 전에 없는 원자재난을 겪고 있다. 수년 동안 없었던 원재료 수입이 있었으며, 상당수 업체에서 원재료인 ‘화목’을 구할 수 없어서 제재용 원목을 제품생산에 투입하기에 이르렀다는 소식이다.

그만큼 생산라인을 세울 경우 생기는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는 이와 같은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며칠은 조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게 모두 원자재가 없기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이고, 최근 10여년 동안 없었던 초유의 사건이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 관계당국에서 조금만 신경 써서 챙겨준다면 원자재난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산에 버려지는 숲가꾸기 부산물이나 건축현장에서 나오는 폐목재는 물론이고, 가구 등 생활폐목재 중에서도 상당량의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목질보드류 생산업체들은 이들 쓰레기 아닌 ‘쓰레기’들은 원자재로 확보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고무시켜야 할 정부당국은 ‘협력자’가 아닌 ‘방해꾼’ 노릇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에너지 대책’이라는 허울뿐이 명분으로 멀쩡한 목재를 열원으로 대체하겠다는 황당한 대책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법을 고치면서까지 페인트나 기름 등으로 오염된 건설폐목재까지 불태우도록 조장하고 있다.

산림청도 매한가지다. 바이오매스 운운하며 비싼 돈 들여 멀쩡한 목재를 땔감으로 둔갑시키는 게 지금 산림청의 현주소다. 수십 년 된 목재를 불쏘시개로 제공하겠다며 지역난방공사와 MOU까지 체결했다. 우리는 대부분의 목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목재 부족국가’다. 아무래도 관계당국 ‘공무원들의 머리도 부족한 국가’인 게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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