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군과 적군을 혼동치 말라
사설-아군과 적군을 혼동치 말라
  • 나무신문
  • 승인 2007.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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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의 건자재 유통 사업 진출 계획 발표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보도에 따르면 알려진 것만 LG그룹, KCC, 한솔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및 목재분야 1군 기업 등에서 앞 다퉈 이 분야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들 기업들의 이와 같은 모색이 길게는 수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돼 온 결과물이라는 데 있다. 그만큼 사업적인 측면에서 건자재 유통 분야가 전망이 밝다는 반증으로 풀이될 수 있다. 또 그와 같은 이유로 건자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목재산업의 미래 또한 밝다고 할 수 있다.

목재업계는 일단 이들 대기업들의 진출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 기업의 풍부한 마케팅 능력이 발휘되면 목재소비 문화의 저변확대에 큰 힘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아울러 혼탁한 유통질서를 개선하는 데도 고무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함께 들리는 게 현실이다. 이들이 단순한 시장논리를 내세워 현재의 목재업계 퇴출을 시도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업계에 진출하려는 대기업들에게 한 가지 주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주문은, 현재 국내 목재업계 시장 구조에서 최종 소비자는 목재품 제조업체와 자재 유통업체, 관련 시공업체 등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 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중소규모 목재업계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로 경쟁해야 하는 관계가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거창하게 건축자재 유통 시장에 진출해 종래에는 DIY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 장사나 할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의 목재업계와 건전한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방안부터 모색해야 한다.

대기업 입장에서 힘의 논리로 보면 지금의 중소규모 목재업계는 만만한 경쟁상대로 보일지도 모른다. 무한경쟁을 시도한다면 십중팔구 대기업의 승리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승리는 적군을 상대로 한 전과가 아니라, 아군에 대한 오인사살이라는 오욕으로 남을 것이다. 소비자 없는 황량한 벌판에 남겨질 우를 범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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