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여신님이 보고 계셔,
몇 해 전 일본 벌목장비 전시회에서 ‘미스 재팬, 미도리’가 포워더를 조종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 장면은 해가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나무를 자르는 일을 ‘숲을 해치는 행위’로 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과 달리, 일본은 숲을 ‘관리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미스코리아 숲의 여신’ 쯤 되는 사람이 벌목장비 전시회에서 시연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일본 사회 전반을 흐르는 이와 같은 임업에 대한 인식의 중심엔 정부의 치밀한 시스템이 있었다. 이번 르포는 조림부터 벌채, 원목 유통, 제재, 프리컷 가공, 시공까지 현장을 따라가며, 성공한 일본의 임업과 목재산업이 시사하는 바를 살펴 보았다. 취재는 3월26일부터 28일까지 후쿠오카 일원에서 진행됐다. 산림청, (사)한국원목생산업협회, ㈜편백마리 등이 도움을 주었다. <편집자 주>
임업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자연도 산다
일본 후쿠오카현 우키하 지역의 산림은 조용하지만 분주하다. 이곳의 산림을 관리하는 우키하 산림조합은 연간 약 3만5000㎥의 원목을 생산하면서도, 조림과 재조림을 빠뜨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순환산림’ 시스템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벌채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심고, 도로를 유지하고, 장비를 확보해 현장을 지킨다.
이시이 미노루 우키하 산림조합 사업과장은 “우리는 9000㏊ 규모의 산림을 관리한다”며 “간벌 중심으로 숲의 생장을 유도하는 작업이 주를 이루고, 환경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키하 산림조합은 후쿠오카현 9개 산림조합 중 하나다. 연간 원목 생산량은 평균 2만8000㎥에서 최대 3만5000㎥에 이른다. 이 중 약 70%는 제재용 스기(삼나무), 나머지 30%는 히노끼(편백나무) 등으로 구성된다.
벌채 작업은 주로 조합 내 직원 17명이 맡고 있으며, 외부 위탁 인력까지 포함하면 총 60~70명이 참여한다. “조합 소속 인원이 5000㎥ 정도를 감당하고, 나머지는 위탁업체들이 작업한다”고 이시이 과장은 설명했다.
산림작업의 핵심은 장비와 접근성이다. 우키하 조합은 8톤급과 12톤급 하베스터를 갖춘 장비 세트를 4세트 운영 중이다. 장비 구입에 필요한 자금은 일본 정부가 일부 보조하는데, 구입가의 약 50%까지 지원된다.
산림 접근을 위한 임도도 충분히 확보돼 있다. 이시이 과장은 “벌써 40~50년 전부터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진입 도로는 대부분 정비가 끝난 상태”라며 “벌채 대상지도 도로 접근이 가능한 곳을 중심으로 선정한다”고 말했다.
벌채 이후 재조림은 당연한 수순이다. “심지 않으면 홍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재조림은 실질적으로 의무다. 산을 가진 이들의 부담은 없고, 대부분 위탁업체가 다시 나무를 심는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재조림에도 일정 부분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지원 규모는 지역별 차이가 존재한다.
나무를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것이 자연을 지키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일이라는 게 일본 벌목현장에서 만난 전문가의 말이다.
때문에 벌목 작업에 대한 마을 주민이나 환경단체 등의 반발은 거의 없다. 벌목이 산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 관리자가 가리키는 간벌이 된 산림과 방치된 산림은 한눈에 보기에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전자는 햇볕이 땅까지 도달하면서 갖가지 식생이 활발하게 살아나 있었다. 반면 후자는 무성한 나뭇가지로 햇볕이 막히면서 바닥에는 풀 한 포기가 제대로 자라지 않고 있었다. 현장 관리자는 “나무를 자르지 않으면 오히려 숲이 병들고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또 일본 벌목 현장의 눈에 띄는 부분은 ‘번듯한 임도’였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임도는 우리나라의 국도에 견주어도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산에 임도가 없어서 벌목 작업을 할 때 대부분 마을 진입로를 이용하게 되는데, 이때 마을에 ‘발전기금’ 명목의 이용료를 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말에 대해, 이 관리자는 “일본에서는 들어 본 적이 없는 일”이라며 “오히려 마을 사람들이 임도를 이용하면 했지. 벌목을 위해 마을 진입로를 이용할 일은 없다. 임도가 모든 산에 잘 조성돼 있다”고 답했다.
일본 벌목 현장에서 보이는 ‘작업로’가 우리나라의 임도에 견주어 비슷한 수준이었다. 주목할 점은 벌목 작업이 끝난 이후 원상복구 해야 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작업로를 그대로 존치시켰다. 이후 조림이나 산림관리에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벌목 계획에 앞서 작업로를 설계해 승인을 받는 것운 우리와 같았는데, 실제 현장에서 변경이 불가피할 때 우리는 이를 다시 승인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현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했으며, 별도의 승인이나 사후 신고도 필요치 않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고치현에서 만난 한 제재소 대표는 “원목 가격의 70%는 정부에서 지원한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에, 나무 하나도 허투루 취급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정부에서 산에 임도를 놓고 벌목 장비 구입 및 운용에 들어가는 유류대 등 지원으로 제재소는 70% 싼 가격에 원목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의 임업과 목재산업에 대한 지원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70%’ 중 임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그 다음이 벌목 기계화다.
민간이 주도하는 일본의 원목 유통시장
일본 후쿠오카현 히타시에 위치한 원목시장 ‘남부목재유통’은 연간 약 13만㎥의 원목이 거래되는 지역 중심 유통처다. 목재 유통과 벌채, 경매까지 일괄 체계를 갖춘 이 회사는 창업 65년의 민간기업으로, 일본의 원목 시장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타케시마 아키오 대표는 “산림조합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민간 경매장이 전체 유통의 80%를 차지한다”며 “우리 같은 민간 유통사는 수익을 직접 만들어야 하기에 더 민첩하게 움직이고 시장 가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부목재유통은 월 2회 경매를 운영한다. 원목은 주로 반경 2시간 이내의 산지에서 들어오며 공급의 절반은 개인 벌채업자, 나머지 절반은 회사 자체 벌채를 통해 확보된다.
구매자는 지역 제재소와 수출업체로 나뉘며 거래 건수는 제재소가 많지만, 수출용 원목과 합판회사의 수요도 만만치 많다. 타케시마 대표는 “합판회사 쪽이 한 번에 사는 양이 크기 때문에 전체 거래량 기준으로는 그쪽 비중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에는 민간과 산림조합이 각각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통량으로는 민간이 80%를 차지한다는 집계다. 히타시 인근에는 경매장이 7곳 있는데, 남부목재유통은 거래량 기준으로 3위다. 거래량 상위 3개 경매장이 모두 민간 운영이다.
남부목재유통의 사례는 일본 목재 유통 구조에서 민간이 어떻게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부에서 ‘70%’ 투자해 가꾼 원목이 지역의 고용을 창출하고, 민간이 이를 기반으로 ‘효율성’을 더해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이다.
30년간 한길…지역 제재소의 저력
일본 후쿠오카현 히타시에 자리한 곤도제재소는 연간 약 2만㎥의 원목을 다루는 중소 규모 제재소다. 히노끼를 중심으로 한 주택용 구조재에 집중하며, 대량 생산 중심의 대형 제재소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곤도 토시히로 대표는 “우리는 대형 공장에서 잘 다루지 않는 규격 외 구조재를 소량 주문생산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 수량과 납기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곤도제재소는 주로 히노끼를 활용해 주택용 토대와 기둥 사이 구조재를 가공한다. 원목 구매량은 연간 약 2만㎥이며 이중 약 46%인 9000㎥ 정도가 구조재로 제품화된다. 구조재 중 70%는 토대용 나머지는 간주(마바사라) 등 기둥 보강용 부재다.
제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약 55%가 칩으로 전환되며 대부분 종이 펄프 공장에 납품된다. 특히 히노끼는 밝은 색과 균일한 조직으로 펄프용으로도 고급 취급을 받는다.
곤도제재소는 주문생산 위주로 운영되며, 고객과의 직접 거래에서 납기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은 총 13명으로 소규모지만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협동조합 구성해 건조기 공동 운영… 정부 보조금
곤도제재소는 인근 제재소 다섯 곳과 협동조합을 구성해 건조설비를 공동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는 단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설비 투자를 분산하고 정부의 보조금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다.
곤도 대표는 “건조기 도입 시 약 40~50% 수준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며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5년간 생산량 증대 조건 등 까다로운 기준이 있지만, 협동조합 형태로 대응하면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보조금은 제재기, 몰더기, 건조기 등 핵심 장비에 넓게 적용되지만, 지게차나 건축물 등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국산재 보급률 50% 목표를 달성한 상황이라 앞으로는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곤도 대표의 설명이다.
일본형 건자재 플랫폼의 현장… 목재부터 욕실까지
후쿠오카현 다자이후 시 외곽, ‘텐바이이치바’. 일본 주택 자재 흐름을 읽고자 한다면 반드시 살펴봐야 할 곳이다.
30년 역사의 텐바이이치바는 목조주택에 필요한 모든 자재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현재 후쿠오카를 포함해 큐슈 지역에서만 각각 약 300여 개 건설회사와 협업하고 있다. 이곳의 마츠나가 츠토무 목재부문 담당자는 “이 시장은 단순한 도·소매상이 아니라 주문에서 납품까지 풀패키지를 조율하는 건자재 종합 유통기지”라고 설명했다.
텐바이이치바는 목재를 포함한 주택 자재 전반을 다룬다. 바닥재, 벽재, 루바 등 내장용 목재는 물론 욕실, 화장실, 주방 등 설비류까지 취급한다.
이곳에 비치된 자재를 현장에서 바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텐바이이치바는 프리컷 공장, 설비업체 등과 연계해 필요한 자재를 해당 현장으로 직송한다.
담당자는 “건축업자가 한 채를 짓는 데 필요한 자재를 일일이 각지에서 모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중간에서 통합 조달해 준다”며 “프리컷 작업도 제재소에서 받은 목재를 다시 프리컷 회사로 연결해 보내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특이한 예로, 한국 부산에 거주하는 한 ‘일반인’ 건축주가 구글 지도를 들고 찾아와서 프리컷된 목조주택용 자재를 ‘구입’해서 집을 지은 예도 있다. 수출입 과정은 하노쇼텐이 진행했고, 텐바이이치바는 프리컷 공장과의 조율을 도왔다.
현재 텐바이이치바는 후쿠오카 본점 외에 쿠마모토 지역에도 ‘키쿠스 이치바’라는 별도 지점을 두고 있다. 두 지점을 합치면 약 600곳의 거래 고객이 있다.
거래 고객은 대부분 법인이다. 신축 전문 시공업체, 리모델링 업체, 프리컷 가공사, 제재소, 설비회사 등이다.
공급하는 자재의 출처도 다양하다. 히노끼·스기 외에도 레드파인, 미송, 느티나무 등 일본산·수입 목재 모두 취급한다. 수입재는 직접 수입하진 않지만 관련 업체와 연계해 조달하고 있다.
월평균 6~7채 분 자재 출하…트렌드는 작고 실용적인 집
두 시장을 합쳐 월 평균 약 6~7채 분량의 주택 자재가 출하된다. 마츠나가 담당자는 “고객사 중에는 연간 한 채만 짓는 곳도 있고 월간 2~3채를 시공하는 규모 있는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30년간 주택 트렌드 변화도 이곳에서 고스란히 반영된다. “예전에는 3세대가 함께 사는 40~50평대 주택이 주류였다면, 지금은 1~2세대 중심의 소형 주택이 많아졌고, 자재 수요도 함께 줄었다”는 분석이다.
또 “과거에는 생목(그린재)을 선호했지만 지금은 건조재를 기본으로 찾는다”며 “내외장 마감재 역시 여전히 목재가 강세이지만, 비용과 실용성을 따지는 소비자들은 비닐 마감재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건축주들이 최근 가장 많은 비용을 들이는 공간은 단연 욕실과 거실이다. “과거엔 다다미방이나 별도 방으로 나뉘었지만 지금은 거실을 넓게 개방하는 식의 요청이 많다”는 것. 또 욕실 설비도 고급화되며 ‘물이 통하는 공간’에 대한 투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
리빙룸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방을 줄이는 대신 가족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더 넓게 짓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드레스룸이나 붙박이 수납공간에 대한 요청도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컷 시스템으로 바꾼 목조주택의 시간표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산림에서 시작된 ‘목재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곳이 바로 프리컷 공장이다. 벌채, 제재, 유통 단계를 지나온 원목은 이곳에서 주택 구조재로 탈바꿈한다.
와이테크는 야마이CI그룹의 자회사로 일본식 목조주택의 핵심인 프리컷 구조재를 전문으로 가공하는 기업이다. 2005년 그룹 내 목재 부문에서 독립해서 현재는 일본 전역에 4개의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사사키 히데아키 계장과 야마모토 도요히사 씨는 “와이테크는 설계-영업-가공 공정이 한 공간에 밀착돼 있어 빠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와이테크의 생산 능력은 월 약 450채, 연간으로는 수천 채 규모다. 전체 가공 면적으로 따지면 월 1만9000㎡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기존의 재래식 방식이라면 목수가 3개월 넘게 걸리던 골조 시공이 프리컷 방식에선 2주 이내로 단축된다. “미리 자른다는 ‘프리컷’의 뜻 그대로 모든 부재는 설계도면에 맞춰 자동화 장비로 미리 가공되며 현장에선 조립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프리컷은 정밀도, 시공 속도, 인건비 절감 등에서 장점이 크다. 현재 일본 단독주택 중 약 80%가 목조 구조이며 이 중 상당수가 프리컷 방식으로 지어진다.
정부 보조로 프리컷 설비 지원…지역재 사용조건
와이테크는 일본 정부의 프리컷 설비 지원제도를 통해 일부 자동화 장비를 도입했다. 지역산 목재 사용이 조건으로 붙어 있다.
기계를 지원해주는 대신 지역 목재를 일정 비율 이상 써야 하는 것이 지원 정책의 핵심이라는 설명했다. 또 전기요금 역시 보조 대상이다.
와이테크는 약 18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후쿠오카를 비롯한 일본 4개 지역에 프리컷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각 공장은 지역 건축 수요에 맞춘 구조재를 가공하며, 영업소와 공장이 같은 장소에 있어 고객 요청-설계-가공-납품까지 원스톱 대응이 가능하다.
나이스 철수 이후, 한국 시공사도 협력 검토 중
최근에는 한국의 시공사들도 일본 프리컷 공장과의 협업을 타진 중이다. 한국내 최대 프리컷 가공업체였던 나이스코리아가 철수하면서, 한국 내 수요는 커졌지만 가공처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와이테크 측은 “한국 시공사와의 협업에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설계가 RC 구조로 돼 있을 경우 이를 목조 구조로 재해석하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설계가 목구조에 맞게 풀려 있다면 가공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생산 후 한국까지 배송하는 데는 약 1주일 내외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목재는 사람을 숨 쉬게 한다
후쿠오카 근교 한적한 주택지, 공사가 한창인 2층 목조주택. 일본 전통 가옥의 정서를 현대식으로 풀어낸 이 집은 개인 시공사 ‘노부건축’의 시공현장이다.
노부 대표는 “우리는 하우스 메이커처럼 규격화된 공장형 주택이 아니라, 고객의 요청에 맞춰 설계부터 마감까지 유연하게 대응하는 개인 시공사”라고 소개했다.
현재 시공 중인 주택은 연면적 약 130㎡(40평) 규모의 2층 목조주택으로, 일본 특유의 와풍 양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노부 대표는 “목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는 목조주택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습도 조절 능력을 꼽는다. “목재는 습기를 빨아들이기도 하고 내뿜기도 하기 때문에 사계절 내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RC 구조보다 비용 부담이 낮고 건축 속도도 빠르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일본 내에서 목조건축이 널리 사용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 정부는 국산 목재, 특히 지역산 목재를 사용하는 건축에 대한 지원 제도를 운영 중이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주택을 지으면 100만 엔 정도의 지원이 있고, 지역 목재를 사용하면 에너지 전략 차원에서 추가 지원이 가능하다.
특히 지금은 50년생 원목이 대량 출하되는 시기로, 정부는 이를 소진하기 위해 국산재 사용을 적극 장려 중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일본식 목조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술 교류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노부 대표는 “하우스메이커는 정해진 틀 안에서만 움직이지만, 우리 같은 개인 시공사는 고객 요구에 따라 설계와 자재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맞춤형 주택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일본의 개인 시공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한국 건축주와 시공사들이 현장을 직접 보고 배워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일본의 주택 전시회 등 현장을 경험하는 것이 기술과 자재 이해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미스코리아, 숲의 여신을 기다리며
일본의 임업과 목재산업은 마치 잘 설계된 집처럼 치밀하게 맞물려 있다는 인상이다. 조림에서 벌채, 유통, 가공 그리고 건축 현장까지. 한 그루의 나무가 주택 구조재로 완성되기까지의 전 과정이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듯하면서도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이어져 있다.
그 중심에는 정부의 일관되고 촘촘한 지원정책과 철저한 현장 기반 행정, 그리고 그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민간과 지역 공동체의 자율적인 실행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일본 임업의 가장 큰 강점은 ‘숲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인식의 차이다. 벌목은 숲을 해치는 일이 아니라 숲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관리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임도를 통해 숲에 드나드는 벌채 작업을 당연하게 여기고, 다시 심고 가꾸는 일을 지속하는 것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처럼 사회 전체가 숲을 ‘순환할 생명’인 동시에 ‘소비할 자원’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도 숲을 ‘자원’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고 했다. 이들 역시 벌목 현장에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과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있었다는 것. 그러나 원목 생산이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목재가 돈이 되면서 인식이 바뀌게 됐다. 우리도 오래지 않아서 ‘미스코리아, 숲의 여신’이 학여울역 세텍 전시장 광장에서 하베스터를 운전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나무신문
인터뷰 | 하노쇼텐 츄토무 하노 대표
“한국 목재 시장은 일본의 10분의 1, 그러나 확장성은 10배 이상이다”
수출 12년 차. 한국을 가장 가까운 파트너로 두고 있는 일본 목재 유통업체 하노쇼텐. 츄토무 하노 대표는 지난 10여 년간 한국·중국·대만 시장을 넘나들며 일본산 목재의 활로를 개척해 왔다. <편집자 주>
대표님의 일과는 어떻게 시작되나요.
=전체를 총괄하다 보니 하루 대부분은 무역 업무나 매출 체크, 시장 동향 파악으로 시작합니다. 한국 쪽은 (한국인) 직원에게 위임했지만, 중국은 직접 바이어와 연락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제품시장인 텐바이이치바 등의 매출이나 동향도 함께 살펴보고요. 경매 일정이 있는 날은 직접 원목 시장에도 나가기도 합니다.
공급처는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원목 거래처는 큐슈 전역에 걸쳐 약 30곳, 제재소 거래처도 30~40개 정도 됩니다. 예전까지의 누적 거래처는 200~300개 이상이죠. 매번 꾸준히 거래가 발생하는 곳만 따지면 30~40곳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거래처와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하고 계신가요.
=주요 제품시장에서 전담 직원이 담당하고, 대표로서 직접 만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요. 하지만 원목시장이나 모임에서 자주 마주치고 골프 같은 교류도 이어지다 보니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가 됩니다. 30년 넘게 같은 업계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쌓인 친분입니다.
수출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본격적인 수출은 12~13년 전 한국이 처음이었습니다. 지금도 거래하고 있는 인천 S목재와의 인연이 시작이었죠. 그 뒤로 중국, 대만으로 확대됐고요. 중국은 약 6년, 대만은 10년 이상 됐습니다.
일본, 한국, 중국, 대만의 목재 시장은 어떻게 다릅니까.
=일본은 ‘목재는 곧 건축자재’라는 인식이 강해요. 원목 시장에서도 이를 기준으로 등급이 정밀하게 나뉘는데, 한국 중국 대만은 건축 이외의 용도로도 다양하게 사용하죠. 그래서 일본에서 A급이라 해도 다른 나라에서는 다르게 평가받는 경우도 많아요.
가장 까다로운 시장은 어디인가요.
=아무래도 중국입니다. 돈만 있으면 모든 자재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은 거래 신뢰를 중시하는 문화라 그런 방식이 통하기가 힘들죠. 또 중국은 양적 수요가 많아 공급 한계와도 자주 부딪칩니다.
대만과 한국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대만은 일본 시장에 대해 공부한 바이어들이 많고, 한국은 실제 사용자가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소통이 잘 되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맞지 않더라도 조율하며 다음에 개선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어요. 협의가 잘되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가장 안정적입니다.
10년 전과 비교해 한국 시장의 수요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예전에는 루바를 찾는 수요가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어요. 대신 한국은 일본과 달리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예를 들어 히노끼로 가구, 인테리어 소품, 악세서리까지 만들어요. 그런 창의성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앞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은 어떤 걸로 보시나요.
=오히려 저희가 한국 시장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싶을 정도입니다. 일본은 큰 변화 없이 정체되어 있는 반면 한국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분위기예요. 나무를 태워가며 독특한 디자인을 만드는 등 그 창의력은 배울 점이 많습니다.
일본 목재 산업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첫째 품질 좋은 신호키 같은 나무가 생산됩니다. 둘째 적정한 사이즈의 목재가 안정적으로 공급됩니다. 셋째 제재 규격과 정밀도가 우수합니다. 넷째 수질·자원 관리가 잘 돼 있어 공급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섯째 저희처럼 소량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업체가 있어 소규모 고객도 접근하기 쉽습니다.
일본의 임업이 성공한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목재 문화 자체가 오래됐고 임업도 산업으로서 체계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자원을 베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꾸준히 재생산하고 유통 체계도 세분화돼 있죠. 그게 중국 및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나 업계가 목재 사용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언을 주신다면.
=목재 사용이 단순히 건축재를 넘어서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산 목재가 좋다고 강조하기보다는 한국의 주거문화와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사용 목적과 요구사항에 대한 충분한 사전 조율입니다. 그렇게 하면 저희도 그에 맞춰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한국 목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시나요.
=단독주택 건수로만 따지면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확장성은 10배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시장까지 뻗어가는 한국의 유연함은 일본과 가장 다른 점입니다. 일본에 비해 한국은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무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