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동의 여행과 상념/경남 함양 화림동 계곡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경남 함양 화림동 계곡
  • 나무신문
  • 승인 2008.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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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흐르는 계곡의 밤
▲ 화림동 계곡 거연정

하늘에는 세상의 불빛 보다 많아 보이는 별들이 ‘총총’ 빛난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헝클어 놓고 지나간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 뜨거운 속을 훑고 지나간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인공의 불빛 하나 없는 별빛만 있는 밤하늘을 본 적이 있는가.

더러는 눕고 또 누군가는 담배를 피우고 어떤 친구는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노래를 읊조렸다. 계곡 물소리에 소리가 묻힐 때면 노래가 끊어졌고 흥이 오르는 대목에서는 가락이  이어졌다.

말없는 시간은 호젓했다. 순간 별 사이로 별보다 반짝이는 무언가가 ‘휙’ 지나갔다. 별똥별이었다. 그 짧은 순간 나는 소원을 빌었다. 그 소원이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기원한 그 것은 비밀로 간직하리라.

화림동 계곡에는 세 개의 정자가 있다. 거연정과 군자정 동호정이 그것이다.

‘두문불출’이란 말의 뿌리를 찾아가다 보면 고려 시대의 마지막이자 조선의 건국과 얽힌 고려사람 72명의 이야기가 나온다. ‘두 임금을 섬기지 못 한다’며 고려의 충신으로 생을 마감한 그들의 마지막 거처가 두문동이었다. 그들이 그 두문동에 들어가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하여 지금도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두문불출’이라고 했던 것이다.

이 화림동 계곡에 있는 정자 ‘거연정’이 바로 그 두문동 72현 중 한 사람인 전오륜의 후손들이 세운 정자다. 정자 정면 소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푸른 기상이 두문동에 들어가 생을 마감한 고려 충신 두문동 사람들의 그것과 닮은 듯하다.

거연정 바로 옆에는 ‘군자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군자정’은 우리가 묵었던 군자가든 마당에 있는 정자다. 이 정자는 조선 5현이라고 알려진 일두 정여창 선생과 연관이 있다. 정여창 선생의 처가가 정자가 있는 봉전마을이었다. 그가 처가에 머무를 때 자주 머물렀던 곳에 전씨 문중의 전세걸 진사 등이 1802년에 선생을 기리면서 정자를 세운 것이다. 해동군자가 쉬던 곳이라 해서 이름을 ‘군자정’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동호정은 임진왜란 때 선조임금을 등에 업고 의주로 피난을 했다는 장만리 선생을 기리기 위해 그의 후손들이 1890년 경에 지은 것이다. 장만리 선생은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인 서하면 황산마을에 내려와 지금 정자가 있는 곳에서 낚시를 즐겼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손들은 선생이 즐겨 찾았던 그 물가에 정자를 세운 것이다.    

동호정은 규모 또한 세 정자 가운데 가장 크다. 정자마루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여유롭다. 바위 끝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이 뙤약볕 아래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다. 아마도 그 옛날 장만리 선생 또한 저렇게 앉아 젊은 시절을 되돌아보며 그 동안 가늠하지 못한 세상살이를 흐르는 물에 흘려보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