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을 열며/산은 그 자체로 거대한 생명체다
월요일을 열며/산은 그 자체로 거대한 생명체다
  • 나무신문
  • 승인 2008.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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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길본 북부지방산림청장

공식적으로 조사된 등산로는 전국적으로 약 1만8천㎞이며 조사되지 않은 등산로는 이것의 몇 배는 될 것이라 추측된다. 지금도 무분별한 등산객에 의하여 생겨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중 심각하게 훼손된 등산로는 30%이상이며 관리책임자도 명확하지 않으며 안내지도 및 표지판 등 등산 정보의 제공수준과 안전시설 대책, 등산 질서와 문화도 그리 자랑할 바 아니다.

산림청은 이러한 등산 수요와 문제에 대응한 등산정책을 최근에야 추진하고 있다. 2005년 6월 제정된 「산림문화 및 휴양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등산지원 기본계획」을 마련하였다.

산행, 입산, 탐방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는 것을 가장 보편적 용어인 ‘등산’으로 정의하여 법적으로 채택하였다. 등산로 관리체계도 선진국, 행정관리의 편의성, 고유의 백두대간 인식체계 등을 참고하여 구축하고 있다. 즉 등산길이 지나는 공간의 크기, 길이 등에 따라 「국가등산로」, 「광역등산로」, 「지역등산로」로 구분하고 노선단위로 책임 관리하는 체계이다.

예를 들면 백두대간과 정맥, 기맥의 산마루 등산로와 지리산길과 같이 역사성, 생태성이 큰 장거리 등산로 등은 국가가 책임 관리하는 「국가 등산로」에 해당된다. 훼손이 심각한 등산로에 대해서는 생태복원사업과 함께 「등산로 휴식년제」가 도입되고 전국 주요 산에 대해서는 「국가표준 등산로 지도」의 제작도 시도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등산정보를 종합적으로 서비스하는 「등산지원센터」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등산에 대한 국가서비스의 향상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용자의 올바른 등산문화이다. 등산문화의 핵심은 산에 남겨진 다녀간 흔적의 문제이다. 바위에 새겨진 낙서, 취사와 불 피운 잔해, 버려진 쓰레기, 공공시설 훼손 및 식물의 채취와 답압, 심지어 고성방가 등의 소란스런 소리 등이다. 거의 모든 등산로의 나뭇가지에 묶여있는 과도한 표지 리본도 잘못된 등산문화의 예이다.

자연은 인위를 배척한다. 등산은 인위가 없는 자연을 찾아가는 행위이다. 외국에서는 현재와 미래세대가 오래도록 자연을 향유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등산문화의 하나로 다녀간 ‘흔적 남기지 않기(Leave No Trace)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서 제시하는 7가지 원칙은 우리 자연에 맞는 등산문화를 지향하는 풍향계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원칙 1과 2에서는 산행을 미리 계획하고 야영할 때 주의사항을 통해 이용자들의 안전을 배려하고 있다. 특히 야영할 때는 바닥이 단단한 곳으로 계곡에서 적어도 60미터 이상 떨어진 곳이어야 하며 가능한 기존 야영장을 이용해야 한다. 원칙 3~6에서는 쓰레기 처리와 자연물을 그대로 남겨두고 산불을 조심하며 야생동식물을 존중하는 등 보존을 의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원칙 7에서는 다른 방문자들에 대한 배려이다. 등산로에서 짐을 가진 사람과 마주쳤을 때에는 비켜주며,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떠들거나 소음을 내지 말아야 한다. 원칙은 어떤 행동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하는 규칙이나 법칙을 말한다. 7가지 원칙이 방법이나 전략이 아닌 원칙이니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듯 하다.

도시를 벗어나 등산을 하는 행위에는 인위가 없는 자연으로 회귀하고자하는 열망이 내재해 있으며 자연을 대표하는 이 산은 그 자체로 거대한 생명체이다. 따라서 산을 찾는 손님(등산객)으로서 주인(생명체)에 대한 배려를 잊어서는 안 된다. 여름 휴가기간을 맞아 많은 이들이 휴양림과 산을 찾을 예정이다. 산의 주인인 생명체와 산을 찾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숲이 주는 휴식은 배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