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동의 여행과 상념/소 닮은 섬 언덕에 말이 뛰노네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소 닮은 섬 언덕에 말이 뛰노네
  • 나무신문
  • 승인 2008.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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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도 산호사해변. 해변 백사장이 모래가 아니라 산호가 부서진 거란다.

성산항에서 우도로 가기 전에 우리는 성산일출봉 아래 바닷가에서 해녀가 건저 올린 해산물과 소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쉴 줄 모르는 바닷바람은 우리가 앉은 바닷가 식당 양철지붕을 홀랑 벗겨 낼 기세다. ‘삐걱 끼깅 후당탕 칭칭’ 등 그 소리도 바람의 세기에 따라 달라지던 양철지붕이 곧 우리가 앉은 바닷가 식탁 위로 떨어질 것 같았으나 소금기 밴 바람에 온 몸 맡기고 바다를 닮은 찐한 가슴 즐기는 시간이 더 소중했다. 

시간은 흘렀고 성산 항에서 우도로 가려는 계획을 포기하려 했으나 결국은 가기로 결정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십여 분 정도 지났을까 항구에서 배돌려 담배 한 대 피우니 우도다.
우도에서 처음 만난 바다는 산호사해변이었다. 옥빛바다 투명한 물 아래 모래알갱이처럼 보이는 게 하얗다. 산호가 부서진 것이었다. 그 알갱이가 흰모래처럼 빛난다. 오히려 몸에 들러붙지 않아 모래사장 보다 좋았다. 이곳 이름이 산호사해변이란 것도 다 산호가 부서져서 만들어진 산호모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옥빛 바닷물과 산호사해변은 이국의 바다였다. 나가는 배를 타야 하는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산호사해변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낀 하늘 사이로 햇볕기둥이 바다 위 어느 한 지점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바람은 서늘했고 나는 그대로 그 곳에서 잠들고 싶었다. 일행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우도봉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돌담길을 지나 작은 항구마을을 거쳐 구불거리는 좁은 길을 따라 가다 우리는 어느 이름 없는 언덕 어디쯤에 도착했다. 길을 잘 못 든 것이었다. 그러나 그곳 풍경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바다에서 솟구친 수직절벽의 괴기한 모양과 뒤틀리고 풍화된 흔적이 우리를 압도했다. 그 절벽 꼭대기를 보니 무엇인가 꿈틀거리며 움직인다. 사람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꼭대기가 우도봉의 전망대였다.

차를 돌려 나와 우도봉으로 올랐다. 푸른 초원에서 몇몇 사람들이 말을 타고 있었다. 초원을 가로질러 목책을 따라 사람들은 전망대로 등대로 오간다. 몇 분 전 길을 잘못 들어 찾아간 곳을 전망대 위에서 바라보니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어느 마을의 바닷가 언저리였다. 유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절정의 순간 그곳은 노란 유채꽃 물결로 뒤덮였을 것이다.

눈을 들면 바다 건너 성산일출봉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호사 해변에 누워 바라보았던 햇볕기둥이 성산일출봉과 우도봉 사이 바다에 박혔다. 우연하게도 그 햇볕이 닿는 바다에는 작은 고깃배 한 척이 떠 있다.
소를 닮은 섬, 우도는 바람 많은 아일랜드 어느 언덕마을을 닮은 우도봉이 있고 우도봉 초원에서 말이 뛰어 놀고 사람들은 햇살처럼 웃으며 언덕 아래 바다와 바닷가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