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어느 섬에 가면 파파야 야자수 나무가 있을 터이다. 태양이 수평선 위로 떠오르고, 수평선 아래로 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모래사장 위에는 그 해를 하루종일 바라보며 서있는 야자수가 있을 터이다.
북미가 원산지인 Pawpaw Tree(Asimina triloba, Annonaceae, North America, Tree ID; 17302)는 파파야와 비슷해 스페인어로 파파야(Papaya)를 뜻하는 포포에서 그 명칭이 유래되었다고 한다1). 이 나무를 이곳 조그만 숲(Grove)에서 만난 건 행운이었다. 아열대 식물을 온대, 아한대성 기후 지역에서 만난다는 건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 나무의 4계절 변화가 궁금해진다. 나태주 시인이 자세히 보아야 그 아름다움이 보이는 이름없는 들꽃처럼 그렇게 관심있게 보아야 그 나무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아닐까 한다. 뽀뽀나무라고 명명해 보았는데 이미 달리 부르는 이 이름을 가졌다.
올해 오월도 다 가는 어느 날 이 나무를 찾았다. 짙은 자주색(dark purple)이랄까 흡사 할미꽃을 연상케 하는 작은 종 모양의 아래를 내려다보며 핀 꽃들이 가지에 무수히 달려 있었다. 잎도 별로 나 있지 않은 터라 남태평양의 이미지와는 사뭇 멀었다. 파파야와도 멀었다. 왜 Pawpaw tree라고 이름이 붙여졌는지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아무튼 그 자람새를 더 지켜보아야겠다.
여름날 한 나뭇가지에서 친 잔 나뭇가지에 대여섯 장의 긴 타원형의 넓찍한 잎새들이 붙어 있었다. 이를 혹시 파파야로 본 것일까? 올 가을에는 망고와 파파야 비슷한 열매를 단다니 눈여겨봐야겠다.
그 나무 아래에선 뽀뽀를 꿈꾸지
뽀뽀나무 그늘 아래에서 단꿈을 꾼다.
남태평양 무인도에서 단둘이 있는 꿈을 그려본다.
뫼르쏘가 노려보았을 태양이 내 정수리 위에 있고
물허벅을 진 그 여인의 어깨엔 태양이 남실거릴 때
나는 비로소 저 나무 그늘 아래에서
파파야를 그리며
그녀와 뜨겁고도 서늘한 뽀뽀를 하고 말지
태양은 이글거리고 야수(野獸)가 어슬렁거리는 남태평양
파파야 야자수 그늘 아래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원시인 둘 만이 되어
죽음보다도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뽀뽀를 하고 말듯이… /나무신문
1) : 생태계 자연환경 <뽀뽀나무와 손수건 나무>에서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