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튀니스 식물원
튀니지 튀니스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4.02.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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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102 - 글·사진 권주혁 박사
농업연구소 부지 안에 있는 미니 식물원과 필자.
농업연구소 부지 안에 있는 미니 식물원과 필자.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공항을 이륙한 튀니지 항공사의 에어버스 320 제트여객기는 공항을 이륙한지 1시간 50분이 되자 지중해를 종단하여 북(北)아프리카에 위치하고 있는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상공에 도착하였다. 오른쪽 창문을 통하여 튀니지 해안이 눈에 들어온다. 지중해의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해안에는 나무가 많이 보인다. 튀니지는 아프리카 국가이지만 북부해안과 북부지역에는 삼림지대가 넓게 퍼져있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밀라노를 떠난 지 정확하게 2시간 만에 튀니스 국제공항에  착륙하였다. 튀니스 식물원은 국제공항 바로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식물원을 찾는 데 필자는 아주 애를 먹어 도중에 방문을 포기할 까하는 생각조차 하였다.  

이 식물원은 필자가 방문한 145개국의 식물원 가운데 가장 찾기 어려웠던 식물원 가운데 하나이다. 식물원 정문에 식물원이라는 표식이 없고 전혀 다른 이름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튀니스 시내 중심지에서 택시를 타고 휴대폰에 표시된 구글맵을 운전기사에게 보여주자 성실하게 보이고 영어를 약간 말하는 운전기사는 필자를 휴대폰 네비가 보여주는 장소로 데려다 주었다. 운전기사는 여기가 당신이 찾는 식물원이라고 하였으나 뭔가 정문을 통하여 보이는 안쪽이 정부 관공서 같고 식물원 같지 않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운전기사에게 정문 경비실에 가서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정문입구에는 영어가 아닌 아랍어로 써 놓았기에 아랍어를 모르는 필자로서는 확인하기가 어려워 부탁을 한 것이다. 정문 경비원들과 이야기하고 돌아온 운전기사는 이곳은 식물원이 아니고 농업부이며 이 근처에는 식물원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비원은 운전기사에게 왔던 방향을 멀리 가리키며 그리로 가라고 한다. 이곳은 유턴이 불가하므로 운전기사는 유턴 장소까지 가려고 출발하여 달렸다. 그런데 10여초 지나자 오른편에 다른 관공서 같은 정문이 나타나고 잠시 더 달리자 식물원처럼 보이는 곳이 나타나므로 “아! 여기가 식물원이구나” 싶어 운전기사에게 정차하라고 하고 입구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입구가 보이지 않아 방금 지나온 관공서 정문까지 후진하여 갔다. 이곳 정문 경비원들도 이곳은 식물원이 아니고 농업연구기관이라고 한다. 그런데 필자가 정문을 통하여 보니 수백m  안쪽에 식물원처럼 보이는 곳이 보인다. 경비원들과는 영어로 소통이 안되므로 필자는 손짓으로 양해를 구하고 정문을 들어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식물원을 찾아서 왔다고 하자 이 속에는 식물원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저기 보이는 많은 나무와 꽃들은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그제야 직원 한 명이 필자에게 자기를 따라오라고 한다. 그러므로 택시를 보내고 이 직원을 따라갔다. 이 직원도 영어를 못하지만 계속 따라갔더니 연구동(棟)으로 보이는 여러 건물을 지나 흰색 건물 안으로 필자를 안내한다. 그 건물의 책임자가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방에 들어가자 왠 갈색머리 미녀가 책상에 앉아있다. 필자를 안내한 직원은 영어가 가능한 직원에게 데려온 것이다. 알고 보니 이 건물은 품종연구소이다. 소장인 마흐무드 박사는 프랑스어와 영어가 유창하며 이 연구소에서 종자개량을 담당하고 있었다. 마흐무드 박사는 이 연구소 부지 안에는 식물연구를 위해 미니 식물원이 있고 제대로 된 더 큰 식물원은 연구소 부지 바로 옆에 붙어있다고 한다. 몇 분 전에 필자가 택시 속에서 보고 택시를 정차시킨 바로 그곳이다.

농업연구소 부지 속에 있는 미니 식물원과 필자를 안내하는 마흐무드 연구소장.
농업연구소 부지 속에 있는 미니 식물원과 필자를 안내하는 마흐무드 연구소장.

마흐무드 박사는 우선 연구소 부지 안에 있는 미니 식물원으로 안내해 주었다. 가로, 세로 각각 100m 정도인 미니 식물원 안에는 ‘이탈리아 사이프러스(이탈리아 삼나무)’ 수목을 포함한 지중해 식물들과 거대한 선인장 등을 포함한 아열대, 열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미니 식물원을 둘러보고 마흐무드 박사는 필자를 데리고 도로를 건너 튀니스 시청 소속의 건물에 갔다. 식물원 관리는 시청에서 담당하고 있으므로 식물원 방문을 희망하는 사람은 시청에서 식물원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에 가서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절차를 따라 식물원을 방문하는 것은 필자가 그동안 방문한 145개국의 수많은 식물원 어디에도 없는 일이었다.

필자는 마흐무드 박사를 따라가서 담당자를 만나 식물원을 방문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은 뒤 도로 위에 세워진 약 70m 길이 육교를 건너 식물원으로 들어갔다. 이 육교는 식물원을 방문하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으므로 시청의 식물원 관리 건물에서 도로를 넘어 식물원까지 연결되어 있다. 식물원은 가로, 세로 공히 250m 크기로서 프랑스 식민지 시대인 1891년에 만들기 시작하여 수년 뒤에 개원되었으나 지난 수십 년 동안 방치하였다가 최근에 정비중이며 과거에는 농업부 소속이었으나 수년 전부터 튀니스 시청으로 관리가 이양되었다고 한다. 현재 입장료는 무료이다.  

튀니스 식물원. 육교가 도로 위를 지나 식물원에 연결되었다.
튀니스 식물원. 육교가 도로 위를 지나 식물원에 연결되었다.

화초보다는 지중해 원산지인 수목을 주로 식재하였고 호주, 남미의 브라질, 동남아시아, 중국 등지에서 가져 온 나무도 보인다. 필자가 20년 이상 남태평양의 솔로몬 군도에서 많이 본 바이텍스(Vitex)도 이곳에 식재되어 있는데 수형이 남태평양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서 Vitex negundo 이다. 바이텍스는 티크(Teak)와 같은 과(科)로서 티크 대용으로 사용되는 고급 나무이다.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에서 자주 만났던 카수아리나(Casuarina)도 이곳에서 만나니 반갑다. 잎이 바늘잎이므로 침엽수로 오인받아 말레이시아에서는 해송(海松, Sea Pine)이라는 일반명으로 부르는 카수아리나는 사실은 활엽수이다. 필자는 이 글을 그리스의 아테네의 한 호텔에서 쓰고 있는데 바로 어제 아테네에서 멀지 않은 살라미스(Salamis) 섬에 갔다가 우연히 카수아리나를 만났다. 서부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호주에서 수입한 유칼립투스가 많이 식재되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 식물원에도 유칼립투스가 여러 그루 식재되어 있다. 또한 ‘반얀트리(Banyan Tree)’라는 일반명으로 부르는 Ficus도 보인다. 나름대로 제대로 된 식물원을 만들려는 노력이 식물원 현장 여러 곳에서 보인다.

몇 년 뒤 다시 이곳을 찾아올 때는 한층 발전된 식물원의 모습을 갖추기를 바라면서, 시간을 내어 필자를 안내해 준 마흐무드 박사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식물원을 떠났다.  /나무신문

권주혁 박사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20개월 배낭여행 80개국 포함, 145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20권과 시집 1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