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94 - 코스모스(Cosmos)
나무와 꽃이 있는 창 94 - 코스모스(Cosmos)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4.0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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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여름에서 가을 들면서 제일 정겹게 피는 꽃은 단연 코스모스이다. 아무 데나 씨를 뿌리면 제 키를 알아서 죽죽 커주고 또 야단스럽지도 않게 음전한 꽃을 피운다. 코스모스는 영어사전에 우주, 질서, 조화의 의미가 있다. 가지런한 꽃잎 8장이 원(圓)을 이루며 처녀들이 부채춤을 추듯 몸을 맞대고 피어나는 모습이 그야말로 온갖 생명과 사물들이 조화와 질서를 이루어 존재하는 우주(宇宙, Cosmos)와 닿아있다. 가을이 되면 국화와 함께 제일 오감(五感)에 와닿는 꽃임엔 틀림이 없다. 오늘도 지지 못한 늦깎이 코스모스 꽃잎에 코를 갖다댄다. 야단스럽지도 그렇다고 농염한 것과는 거리가 먼 코스모스 특유의 향내가 난다. 코스모스는 작지도 커지도 않은 꽃을 피우며 씨앗을 많이 맺기에 다산형(多産形)이다. 봄날 뽕잎을 한잎, 한잎 따듯 그 꽃씨를 거두는 즐거움이 크다.  

‘대머리총각’을 노래한 이마가 훤하니 튀어나온 김상희의 비음(鼻音)이 섞인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 노래를 누군가 오카리나로 부르던 게 경쾌한 여운으로 남는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단풍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미워서 꽃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순정(純情)

그대가 순정파라는 걸 오늘 알았어요
외대에 가지벋어 그 꼭대기에
이쁜 망울 달더니만 기어이 꽃을 피우네요

여덟 장의 꽃잎이 받쳐든 작은 우주
그 속에 노란 평화가 숲속의 작은 공주처럼
잠을 자고 있어요

그대의 꽃술에서 밀치지 않는 향기가 나요
나는 자꾸만 그대의 강으로 끌려가서
자분히 발을 잠급니다

어쩌지 못하는 그대의 얼굴과 향기 앞에서
나는 철없는 종(從)이 되고 말아요
  /나무신문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