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식물원
체코 프라하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4.01.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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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101 - 글·사진 권주혁 박사
언덕위의 식물원 전경. 유럽의 전형적인 전원 풍경이다. 어디선가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이 들려오는 것 같다.
언덕위의 식물원 전경. 유럽의 전형적인 전원 풍경이다. 어디선가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이 들려오는 것 같다.

오늘날 유엔회원국가는 모두 193개국이고 아직 유엔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까지 합하면 전세계에는 200여 국가가 있다. 그러나 1950년 6월, 북한이 소련제 T34 전차를 앞세우고 기습남침을 하였을 때 전세계의 국가는 91개국에 불과하였다. 즉, 지난 70여년 동안 전세계에는 한 개의 나라가 두 개 또는 여러 개의 나라로 분리, 독립되면서 국가 수가 증가한 것이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프라하 식물원을 가진 ‘체코’도 분리된 나라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체코슬로바키아 사회주의 공화국’이었으나 현재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라는 두 개의 나라가 된 것이다. 1989년에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그 영향을 받아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 프라하에서는 공산당의 일당독재에 항거하는 시위가 일어나 공산당 정권이 붕괴한 것을 계기로 체코와 슬로바키아라는 연방공화국이 생겼다. 이 혁명은 피를 흘리지 않고 부드럽게 진행된 무혈(無血)혁명이므로 ’비로드(포르투갈어 Veludo, 영어 Velvet) 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3년 뒤인 1992년에는 연방해체법이 계기가 되어 1993년 1월1일 오전 0시에 2개의 나라로 완전 분리되었다. 분리되기 이전에 체코슬로바키아는 체코 민족과 슬로바키아 민족으로 구성되었으나 두 나라가 분리되자 각 민족의 나라가 된 것이다. 분리 이전에 체코는 자동차, 식품가공업 등이 발전되었던 반면 슬로바키아는 소련의 군수산업을 지원하는 산업이 발전되어 있었으므로 두 나라가 분리되자 체코는 서유럽국가들의 투자를 받아 경제가 크게 발전된 반면 슬로바키아는 소련이 1991년에 이미 붕괴해 버린 후이므로 경제에 타격을 받게되어 지금도 체코가 슬로바키아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하다.

여하튼, 체코나 슬로바키아 모두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도시 또는 도시의 일부가 남아있고 자연풍광이 아름다우므로 멋있게 보이는 나라들이다. 특히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옛것과 새것이 어울려 나그네의 마음을 잡으므로 정말 오래 머물고 싶은 도시이다.

프라하의 식물원은 프라하 시내가 멀리 내려 보이는 고지대 위에 자리 잡고 있다. 필자는 시내에서 전차(電車)를 타고 가다가 도중에 다른 전차로 환승한 뒤 다시 112번 버스를 타고 식물원에 갔는데 버스가 식물원에 가까이 가자 고급 주택지역이 나타난다. 즉, 식물원은 트로자(Troja) 지역에 있는 고급 주택단지 바로 위 언덕에 넓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버스 종점은 식물원 아래에 있다. 그러므로 버스에서 내리면 앞에 포도원이 있는 언덕이 보이는데 여기가 식물원이다. 포도원 옆에 나타나는 좁은 계단길을 잠시 걸어서 올라가면 식물원 정문이 나온다. 식물원은 입장료를 내어야 하는 바 60세 이상은 절반 할인 되므로 필자는 할인 혜택을 받았다. 할인을 받으니 일단 기분이 좋다.  

프라하 식물원 가는 길.  버스 종점에서 포도원이 보이는 언덕위에 식물원이 있다.
프라하 식물원 가는 길. 버스 종점에서 포도원이 보이는 언덕위에 식물원이 있다.

식물의 과학적 연구를 위해 1969년 1월1일에 개원한 이 식물원은 10만평 대지위에 1만5천종의 각종 수목과 꽃이 식재되어 있다. 유럽, 북미, 남미, 중미, 아프리카, 아시아, 대양주(호주) 그리고 지중해 지역 등 전세계에서 수집된 다양한 기후대에 속한 식물들은 기후대와 지역별로 구분되어 식재되어 있다. 북미에서 온 자이언트 세콰이어(Sequoia) 고목(高木)은 여기서도 하늘높이 쭉 뻗은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온 식물은 거대한 온실 속에서 생장하고 있다. 이 식물원을 한마디로 평가하라면 필자는 이 식물원을 유럽의 전형적인 전원(田園)을 배경으로 한 식물원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물론 다채로운 꽃들도 하나의 집단군(集團群)을 차지하며 여기저기 있고 전세계에서 온 각종 수목들도 기후대와 지역별로 잘 정돈되어 있지만 식물원 전체에서 전원의 은근하고 푸근한 냄새가 나오고 있다.

필자는 세계의 수많은 식물원을 둘러보면서 한 가지 부러운 게 있다. 그것은 좀 이름있다하는 식물원에 가 보면 영락없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일본 정원이 있고 일본에서 가져 온 식물들이 식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식물원에도 일본 정원이 자리 잡고 있는바 벚나무 등 일본을 대표하는 식물들이 1997년부터 이곳에 식재되어 있다. 필자가 세계 142개국을 둘러보면서 한국 정원이 있는 식물원을 본 것은 우크라이나의 키이우 식물원뿐이다. 이조차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궁화 등 식물은 볼 수 없고 한국측에서 큰돈을 들여서 지어놓은 한국 전통 정자(亭子)만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다.

일본에서 가져온 수목, 관목, 꽃을 심었고 제법 큰 일본식 연못도 있는  일본 정원(사진에 연못은 보이지 않는다).
일본에서 가져온 수목, 관목, 꽃을 심었고 제법 큰 일본식 연못도 있는 일본 정원(사진에 연못은 보이지 않는다).

이 식물원은 다른 식물원들과 달리 식물원 안에 넓은 포도원이 있다. 이 포도원은 13세기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포도원의 일부를 이곳에 옮겨 놓은 것이라고 하며 포도원 위에서는 멀리 프라하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어떤 식물원은 서너 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곳이 있지만 프라하 식물원은 이틀은 부지런히 걸으며 둘러보아야하는 곳이다. 중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프라하 구(舊)시가지의 고풍스러운 모습과 전형적인 유럽의 전원같은 식물원의 기가 막히는 완벽한 조합은 누가 만든 솜씨인가?  /나무신문

권주혁 박사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20개월 배낭여행 80개국 포함, 142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20권과 시집 1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