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응오의 쇄설/“광우병은 자본주의 체제의 共業이다”
유응오의 쇄설/“광우병은 자본주의 체제의 共業이다”
  • 나무신문
  • 승인 2008.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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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고기 수입 재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미국은 해마다 약 3천7백만 마리의 소를 도축하고 있지만 그중 40만 마리만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도축 소의 고작 0.1%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24개월이나 30개월 이상 된 소는 100% 검사를 하는 유럽연합의 국가와는 너무나 대조되는 대목이다.
며칠 전 필자도 광우병의 문제점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를 만났다. 그는 광우병에 대해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원칙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공업(共業)”이라고 간단명료하게 정의했다. 

광우병은 이종간 장벽을 무너뜨림으로써 발생한 질병이다. 따라서 그 피해양상도 치료법도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원인만큼은 분명하다. 광우병은 생물학적인 무지의 소산이다. 학계에서는 광우병의 원인 물질로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을 꼽고 있다.

프리온은 모든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핵산이 없는 단백질이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의 뼈와 살과 내장을 먹이다 보니 광우병이 생긴 것이다. 광우병은 인간중심의 사고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잘 대변해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미국 소고기 수입 재개로 일고 있는 광우병 논란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농촌출신이어서 그런지 김종삼 시인의 <묵화>가 떠올랐다.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어릴 적 필자는 저녁마다 꼴을 먹는 소를 보러 가곤 했다. 천천히 꼴을 되새김질 하며 먹던 소의 그 그렁그렁하고 큼지막한 눈망울. 소는 눈이 커서 눈망울에 물기도 크게 맺힌다. 머리를 만지거나 잔등을 쓰다듬으면 소는 고개를 치켜들고 무슨 말인가를 하는 것 같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말은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였다.
저녁마다 소를 쓰다듬던 내 고사리 손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