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93 - 괴불주머니
나무와 꽃이 있는 창 93 - 괴불주머니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4.01.05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눈괴불주머니.
눈괴불주머니.

봄에 피어서 여름 한철 가을까지 노랗고 특유의 향을 품는 이 꽃을 보노라면 그 이윽한 생명력에 경외의 눈초리로 바라보게된다. 그런데 이름이 참 특이하다. 괴물도 아니고 괴불이라니, 그리고 뒤에 주머니가 붙어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본다. 그리고, 구글(Google)렌즈로 꽃 사진을 찍어 검색해본다. 학명이 Pseudofumaria lutea(동의어; Corydalis lutea, 산괴불주머니)로 나온다. 산과원 들어서면 왼편으로 내려가는 약용식물원에 봄철 피어나던 현호색과 닮은 무수한 꽃들이 무리를 이루고있다. 그래서 현호색과란다. 그리고 ‘괴불주머니’ 이름의 유래는 꽃모양이 전통 노리개인 괴불주머니를 닮아서 붙여졌단다. 우리 고유어인 ‘똥풀이’란 이름도 가졌다. 그런데 잎모양이 산괴불주머니나 괴불주머니는 쑥잎처럼 끝이 뵤족뵤족한 피침형을 이루고있는데 우리집 뒤란의 꽃은 잎 끝들이 좀 둥근형태이다. 눈괴불주머니와 닮아있다. 눈괴불주머니라고 이름붙여본다. 오늘도 잎을 좀더 자세히 보기로 한다. 마치 스케치북에 스케치를 하여 오래 기억에 남도록… 그런데, 개화기가 7~9월이라는데 우리집 꽃은 봄부터 피기에 개화기가 4~6월인 산괴불주머니와 닮아있다. 올해는 그 괴불주머니가 무리지어 이곳저곳 분가한 형태로 피어났다. 한쪽이 생육에 좀 불리하다 싶으면 퍼뜨려 종족을 보존하고자 하는 자연욕망의 발로이지싶다. 그래서 큰집, 작은집 두 무리로 핀 꽃을  대한다. 노란색의 길쭘한 화관(花冠)을 한 괴불주머니란 이름을 달고 산괴불주머니, 눈괴불주머니, 염주괴불주머니 등이 검색된다. 꽃이 언제 문을 닫는지 올해는 눈여겨 봐야겠다. 삭과(蒴果, Capsule)로서 콩꼬투리처럼 매달아 그 속에 씨가 염주처럼 들어있다니, 그 결실 종자 형태와 함께…

넌 왜 괴불주머니란 이름을 가졌니?

애기똥풀이 있듯이
네 이름은 똥풀이라지

그리고도 모자라 괴불주머니란
보물주머니란 꽃말도 달고있구나

널 처음 본 것은 홍릉숲 둘레길에서였어

산비탈 양지 한 켠에 소복이 피어서
봄볕을 쬐고 있더군

노랗고 긴 꽃부리를 가진 꽃
종달새 머리깃이란 별명도 가진꽃

이른 봄 피는 현호색과 닮아있는
노리개 복주머니라선지
끌릴 듯한 너만의 향도 지니고 있더군  
/나무신문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