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100회 돌파…그러나 아직 끝낼 수 없는 이야기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100회 돌파…그러나 아직 끝낼 수 없는 이야기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12.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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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의 아부다비 식물원 입구.

권주혁 박사의 인기 연재물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가 어느덧 100회를 맞았다. 이 연재는 그 어느 기사보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나무신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간판 콘텐츠다. 권주혁 박사에게 그간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지난 2010년 6월에 시작된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연재가 2023년 11월에 100회를 넘겼습니다. 개인적인 소회를 밝혀주세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벌써 어느덧 13년이 지났습니다. 이미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연재를 처음 시작하던 시점에는 제가 세계 90여 개국을 방문하였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한 나라마다 식물원 한 개를 선정해 식물원 연재를 100회에서 끝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가면서 제가 여행하는 국가가 점점 더 많아짐에 따라서 결국 100회 이상으로 수정하게 됐습니다.

전 세계 식물원을 직접 찾아다니며 소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재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외국에서 첫 식물원을 방문한 것은 1979년 7월, 호주 시드니 식물원이었습니다. 그 이후 외국의 많은 식물원을 방문하면서 식물원의 개념이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식물원을 희귀한 식물을 볼 수 있고, 도심 속에 자연이 살아있는 체험 학습공간, 가족 나들이와 산책 코스, 그리고 휴식공간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외국의 식물원을 계속 방문하다 보니 “어!, 이건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식물원과는 뭔가 다른 목적이 식물원 안에 숨어 있구나!”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999년대에 싱가포르 식물원을 방문했을 때 그 점을 깊이 느꼈습니다. 즉, “식물원은 강대국들이 국부(國富)를 창출하고 국력 신장을 위해 기초자연 연구기관으로서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혼자 생각을 하게 됐니다. 그래서 이 점을 조사하다보니 제 생각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식물원 연재를 통해서 이러한 사실을 우리 국민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 식물원.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식물원.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식물원658

요즘은 인터넷 등 통신이 매우 발달돼 있는 시대입니다.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검색을 통해서도 관련 자료를 모을 수 있습니다만, 현장에서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신다면요. 

=인터넷 때문에 집에 앉아서 외국에서 필요한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사실은 천지개벽할 만한 과학기술의 발달입니다. 사업도 해외 거래처와 통신으로 할 수 있는데 왜 기업의 임직원들이 해외 출장을 갑니까? 집에서 인터넷으로 사진을 보고 관련 기사를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은 1차원적인 것이고 일단 현장에 가면 3차원적으로 볼 수 있지요. 인터넷으로는 어떤 특정한 꽃을 볼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꽃이 자라는 현장 조건, 냄새, 방문객들이 보이는 반응, 실제 그 꽃을 보고 피부로 느끼는 감정 등 인터넷이 도저히 제공할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보고 즐길 수 있지요.

100회째를 진행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식물원과 그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영국 런던의 큐 식물원, 독일의 베를린 식물원, 쿠바의 하바나 식물원, 러시아의 모스크바 식물원, 남아공의 케이프타운 식물원, 에콰도르의 과야킬 식물원 등 너무 많습니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아무리 줄여서 이야기하더라도 너무 길게 돼 다음 기회에 충분한 공간을 갖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이들 식물원의 공통점은 모두 나름대로 독특한 특색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웨덴 웁살라 린네 식물원
아제르바이잔 바쿠 식물원

세계 각국의 식물원과 우리나라에 조성된 식물원의 차이와 같은 점은 무엇이 있나요?

=앞서 2번 질문에서 줄거리를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서양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은 식물원의 설립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제2, 제3의 목적이고 서양 국가들이 식물원을 만든 것은 기초자연과학 연구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2019년 초에 개원한 서울 식물원은 돈만 많이 들였지 식물원의 본래 목적(서양 강대국들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과는 동떨어진 식물원입니다. 그래서 제가 서울시에 그 점을 지적하는 편지를 보냈더니 식물원 담당직원에게 저의 뜻을 전하겠다는 답장만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식물원 가운데 서양 강대국들(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가진 식물원 개념대로 제대로 만든 식물원은 인천 대공원안에 있는 ‘인천 식물원’입니다.  

식물원 탐방지 중에는 내전이 발생하는 등 위험한 지역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위험했던 순간은 없었나요. 또 그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에콰도르 제2의 도시 과야킬 식물원입니다. 시내도로에 이정표가 잘못되어 있어 강도를 당할 뻔했습니다만, 마침 지나가는 트럭을 막아 세우고 트럭 운전자의 친절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일본 데지마 식물원
이탈리아 로마 식물원
일본 도쿄 식물원

현재까지 142개국을 방문했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은 나라와 그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하하(웃음)…. 제가 여행을 너무 좋아하므로 방문했던 142개국을 모두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 특히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이 자주 눈앞에 나타납니다.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연재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독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수십 회 더 하면 종착역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계속 여행을 해 180개국 정도 방문하게 되면 연재 횟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관심을 갖고 애독해 주신다면 힘이 더욱 솟아날 것입니다.  /나무신문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20개월 배낭여행 80개국 포함, 142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20권과 시집 1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