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신문 17주년 | 천상현 ㈜스틸라이트 대표
나무신문 17주년 | 천상현 ㈜스틸라이트 대표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11.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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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OSC
㈜스틸라이트 천상현 대표
㈜스틸라이트 천상현 대표

해마다 콘크리트 건물 대형 붕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023년 경제강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믿어지지 않는다. 여러 부실의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숙련공 부족에 따른 인력난이다. 기공이든 조공이든 이제 모든 공정을 막론하고 일할 사람 모시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이미 콘크리트 골조공사비용은 10년 전보다 거의 2~3배까지 올랐다.

얼마전 국회에서 ‘건축분야 탄소중립달성을 위한 국회토론회’ 행사가 있었다. 녹색건축정책에 따른 그린모델링과 더불어 향후 이슈화될 인근건축물 음영 침해로 인한 태양광 에너지에 대한 권리, 그리고 건물전생애주기 LCA 관점에서 자재생산, 사용, 환원 단계의 내재탄소감축/ 저탄소소재 EPD자재적용 등에 대한 내용이 다루어졌다.  

또한 향후 콘크리트 사용은 인력난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실천의 이유 등의 이유가 더해져 점점 더 어려워 진다는 것이다. 건축물의 무게와 탄수배출량은 비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향후 저탄소인증과 EPD(Environmental_Product_Declaration) 인증을 받지 않은 자재는 사용할 수가 없는 시간이 올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RE100 뿐만 아니라 CF100 원칙까지 더 해져 앞으로 산업 전반에 걸친 가시적인 구조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산업계에서 이슈화 되고 있는 OSC(Off Site Construction)는 인력난 등 건설산업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가치는 탄소중립 목표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점이다.  

OSC라고 하면 보통 모듈러건축을 생각하게 되는데 모듈러건축은 아주 많은 대안 중의 하나일 뿐이다. 모든 건물을 모듈러로 해결할 수도 없다. 층간소음, 내화규정 등 가장 까다로운 한국의 관련법규를 만족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용차원에서 또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법도 아닐 수 있다.  

그래서 모듈러와 다른 축으로 현장조립방식, 서브어세블리(SubAssembly)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목재나 스틸을 활용하여 경량화되고 부품화된 각 멤버들을 프리컷 방식이나 패널라이징, 또는 제품화된 요소를 가능한 공장제작 비율을 높여 현장으로 공급, 조립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각 공정별로 숙련공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모든 공법은 프라모델 만들 듯이 조립방식으로 이루어지며 건물의 효용이 변하여 멸실을 해야 할 때도 가볍게 해체될 수 있다. 이러한 제작, 시공, 해체 등의 과정을 고려한 조건을 건축물 전생애주기평가 LCA(Life_Cycle_Assessment)라 한다.  탄소중립은 이 모든 LCA를 고려하여 평가되어야 한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인력난뿐 아니라 탄소중립 이슈로도 생산에서부터 폐기 전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콘크리트 공법은 이전처럼 아주 편하게 적용할 수 있는 공법은 아니다.  

물론 콘크리트가 가지고 있는 대체불가의 물성, 즉 내화성능과 가격대비 적정 밀도, 이 두가지는 포기할 수 없는 성질이다. 분명 어떤 형태로든 사용되겠지만 기둥, 보를 제외한 다른 요소들은 가벼운 목재나 스틸로 대체되어야 한다. 

이제 고성장의 잔치는 끝난 듯하다. 마구 헐고 지어대는 시대가 아니다. 근대건축의 상장과도 같은 힐튼호텔도 멸실의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건축물도 시간에 따라 효용이 변하는 소비재로 인식해야 한다. “당신 건물 무게가 얼마나 나갑니까?”_벅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 중요한 시기, 나무신문 17주년을 축하한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