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대학 수목원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대학 수목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3.11.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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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100 - 글·사진 권주혁 박사
두 그루의 용혈수와 '하늘에 오르는 계단'
두 그루의 용혈수와 '하늘에 오르는 계단'

코뿔소의 뿔처럼 생겨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이라는 별명을 가진 동북부 아프리카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 에티오피아는 아비시니아 고원 위에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이 나라에서 인류의 첫 문명이 시작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의 진위에 상관없이 하여튼 이 나라는 독특한 고지(高地)문명을 만든 나라로서 필자에게는 141번째 방문 국가이기도 하다. 이 나라의 면적은 111만㎢로서 남한의 약 11배에 달하는 광대한 면적을 갖고 있으나 동부 지역에는 건조한 사막지역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남부 지역은 울창한 삼림지역으로 덮여있다.

아프리카 전체의 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수도 아디스아바바는 해발 2500m 고원 위에 있는 도시로서 연중 우리나라 가을 날씨 같은 온화한 기후를 갖고 있으므로 생활에 쾌적한 환경을 주고 있다. 아디스아바바의 뜻은 ‘새로운 꽃’으로서 시내에는 사시사철 피는 꽃도 많고 20세기 초에 호주에서 수입하여 심은 유칼립투스 나무들은 거대한 숲을 이루기도 하며 도로변에 엄청난 높이로 자라면서 고원 속에 푸른 도시를 만들어 놓았다.

시내에 있는 아디스아바바 대학은 이 나라 최고의 명문 대학으로서 3개의 도서관을 갖고 있을 정도로 지성의 상아탑(象牙塔)을 자랑하고 있다. 이 대학의 본관 앞에는 이탈리아 식민지 시절에 심은 수목들이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서 큰 숲을 이루고 있는데 수목원이라는 별도의 이름을 발견하지는 못하였으나 필자가 보기에는 충분히 훌륭한 수목원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므로 필자 나름대로 수목원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소개한다. 필자는 2022년 2월17일자 나무신문에 타이완 진리대학 캠퍼스 안에 잘 관리된 식물들을 보고 ‘진리대학 식물원’(제89회)이라고 이름 붙여 소개한 적이 있다.

아디스아바바 대학 본관 앞의 아름드리 수목들
아디스아바바 대학 본관 앞의 아름드리 수목들
에티오피아 후추 나무
에티오피아 후추 나무

대학본관 건물 앞에서 시작하는 숲은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가 생전에 살았던 궁전(현재는 민속학 박물관) 앞까지 넓은 면적을 점하고 있다. 참나무, Australian Blackwood(학명, Leguminosae Acacia melanoxylon) 등 수십년 내지 백년 이상된 여러 수종이 한데 어울려서 자라고 있다. Australian Blackwood는 아마 20세기초 호주에서 유칼립투스를 수입할 때 함께 들어온 것으로 추측된다. 이곳에는 아프리카 동부 지역에서 생육하는 용혈수(龍血樹: Dragon Tree)도 보이는데.  원래 용혈수는 서북 아프리카 원산으로서 나무 형상이 버섯모양이다. 그러나 이곳의 용혈수는 버섯 모양이 아니고 수간이 두 개이고 가지들이 마치 배추처럼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수형이다. 민속박물관 앞에서 대학 정문 방향으로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두 그루의 용혈수(학명:Dracaenaceae Dracaena steudneri) 사이에는 하늘을 향해 올라가다 중단된 계단이 있는데 박물관 경비원의 설명에 의하면 이탈리아 식민지 시절에 이탈리아인들이 만든 것이라고 하며 이 계단을 만든 이유는 모르겠다고 한다. 이곳의 수목 가운데에는 남태평양 원산으로서 가장 높게 솟은 노폭(Norfolk) 소나무도 보인다. 호주 동쪽에 있는 조그만 노폭 섬이 원산지인 이 나무는 일반명으로 소나무라고 부르고 있으나 사실은 소나무과에 속하지 않고 남양 삼나무과에 속한 나무이다(학명, Araucariaceae Araucaria heterophylla).  필자는 에티오피아를 여행하면서 곳곳에서 후추나무(일반명: Pepper Tree, 학명: Anacardiaceae Schinus molle)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곳에서 생육하는 후추나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동남아시아에서 보는 후추나무보다 최소 서너 배는 훨씬 크고 수간도 굵어 거목으로 성장하여 서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후추나무를 대량 재배하여 얻은 후추를 외국에 대량수출하고 있으나 에티오피아에서는 후추나무가 자연적으로 자라고 있어 경제수목으로 각광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후추나무를 대량 식재하여 열매인 후추를 수출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 점은 아쉬워 보인다.  

참고로 아디스아바바에는 도시 외곽 굴렐레(Gulele) 지역에 식물원이 있다. 에티오피아는 현재 북부지역에 정부군과 반군이 내전중인 지역이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큰 뉴스에 가려져 에티오피아 내전은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해 우리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내전분위기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필자가 택시들을 잡고 굴렐레 식물원에 가자고 하자 택시 운전기사 여러 명이 그 곳은 멀고 강도의 위험이 있다며 가기를 거절하므로 아쉽게도 이 식물원에는 가 볼 수 없었다.    /나무신문

권주혁 박사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20개월 배낭여행 80개국 포함, 142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20권과 시집 1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