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 소상공인은 살아갈 수 없나
전문가 기고 | 소상공인은 살아갈 수 없나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11.16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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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진 (사)한국목재재활용협회 회장
한국목재재활용협회 유성진 회장
한국목재재활용협회 유성진 회장

한국목재재활용협회 설립 후 10년 간 전문위원 활동, 6년 간 협회장을 맡아왔던 내가 최근 회원사들한테 조리돌림을 당하는 처지이다.

목재재활용협회 회원사들은 협회장인 내가 바이오매스발전소에 각을 세우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가중치(REC)를 낮추기 위한 활동을 계속했기 때문에, 만약에 ‘REC가 없어지거나 하향 조정될 경우 발전소들이 폐목재고형연료(Bio-SRF) 구매 중단 또는 납품가격을 크게 낮출 것이라는 우려로 문제제기를 한다.

대충 보면, 그분들이 당연히 오해할 소지가 충분하다.

내가 오해받는 부분에 대해 해명해 본다. 나는 개별 발전소와 적대적 관계를 조장한 것이 아니다. 국가가 잘못 설계한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제도가 발전소들만 살찌어 주고, 정작 바이오매스 당사자인 임업-제재업-합판보드업-펄프칩 생산업-목재펠릿 제조업에는 심각한 원재료 부족과 구입원가 상승을 초래했다. 더불어 바이오매스발전소들은 다양한 목재연료 중에 가장 가격이 낮은 폐목재연료로 전기를 생산해도, 값비싼 목재연료와 동일한 REC(사실상 보조금 효과) 가중치를 적용받는 혜택까지 누리고 있다.

, 폐목재연료를 태우는 발전소 REC가 문제일까? 통상 기업 규모는 소상공인-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분류된다. 나는 26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해 폐목재 재활용 우드칩 공장을 경영한 지 7년이다. 우리 업종에서 매출 규모로 보면, 나는 소상공인 수준이다.

대부분 업종은 태동- 성장-한계 상황-구조조정 수순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폐목재 재활용업계는 90년대 중반부터 태동했고, 2012년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제도(RPS) 시행으로, 연간 400만톤 2500억원대 규모로까지 크게 성장했다.

현재 전체 시장 70%가 발전소 연료로 들어가고, 30%는 목재제품 원재료로 공급되는 상황이다. 발전소의 수요 급증 영향으로 공급 가격은 크게 상승했고, 목재업계가 대응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 영향으로 오랫동안 정착되었던 폐목재 배출자의 처리비 지불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그 이유는, 연료가 부족한 대형 발전업체가 Bio-SRF(폐목재고형연료) 공급업체에게 웃돈 주며, 추가 납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혹한기에 발전소 공급되는 물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면, 발전업계끼리 돈 놓고 연료 쟁탈전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당연히 폐목재 재활용 업계는 갑들의 조달전쟁 여파로 영세한 소상공인 규모 폐목재재활용 업체들이 구조조정 당할 처지이다.

나는 90년대 중반 유사한 사례를 직접 경험했다.

그 당시 경인권 제재 업계에서 발생된 부산물을 적재-운반하는 영세한 업체가 어림잡아 200여 업체 정도였다. 제재부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보드 사는 대성목재와 동화기업 밖에 없었다. 당연히 독과점이니 납품가격은 14000~2만원/톤 수준, 납품업체들은 인건비 따먹기 육체노동과 운송을 하는 처지였다.

그러다가 충남 아산에 동인보드(훗날 한솔홈데코에서 다시 동화기업으로 매각), 인천에 선창산업, 전북 익산 한솔홈데코, 군산에 한국카리화학(현 유니드비티플러스)까지 공장 신설로 원재료 조달 전쟁에 가세하여 치열했다.

그 이후 불과 5~7년 동안 경인권 제재부산물 납품업체는 10여 개 사로 압축되었고, 납품가격은 5배 이상 상승한 상태에서, IMF사태로 더이상 원재료 조달 한계를 느낀 보드업계는 부족한 물량을 해외에서 공동으로 목재칩 수입해 충당했다.

지금까지 내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 가중치(REC)를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

폐목재 재활용우드칩(목재칩) 원재료로 나무판 제조하는 업체들은 국가로부터 어떠한 보조금도 받지 못하며, 수입되는 나무판과 판매 경쟁을 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혜택을 보는 바이오매스 발전업체도 발전 용량이 천자 만별이다(3MWh-5MWh-10MWh-20MWh-30MWh-100MWh-200MWh). 당연히 REC 수익은 발전용량이 클수록 훨씬 많다.

그런데 경기 침체 지속 또는 혹한기에 폐목재 발생량이 급감할 경우에 최종 수요 산업계는 부족한 폐목재 때문에 생존을 위한 연료(원료) 조달 전쟁을 벌여야 한다.

심한 경우에는 보조금 혜택 전혀 없는 목재산업계부터 발전용량이 적은 업체 순으로 순차적으로 나가 떨어질 것이고, 먹이 사슬 최하위 폐목재재활용 업체들도 생산 규모에 따라 순서대로 도태될 운명인 것이다.

그러니 폐목재 재활용량 연간 2만톤 규모 영세업체는 10만톤-15만톤-20만톤-40만톤 생산하는 대형업체와 싸우면 99% 질 것이기 때문에, 발전소가 국가로부터 보조받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합리적으로 하향조정 하자고 주장했던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잘살기 위해 돈을 번다. 나도 작지만 내가 만든 공장을 자식에게 넘겨줄 때까지 오랫동안 업을 하고 싶다. 그런데 REC수익이 엄청난 대형발전소에 대량으로 연료 납품하는 업체들과 돈 싸움 폐목재 쟁탈전을 이길 방법은 사실상 별로 없다.

전국 곳곳에서 100여 개 업체가 폐목재 재활용 업을 하고 있다. 아직은 10여 개 대형업체가 40% 미만으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나는 소상공인 규모 영세한 대다수 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국가가 잘못 만든 제도를 개선하라고 요구해왔다.

내가 살기 위해 외쳐왔다. 나에게 욕을 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내가 큰 잘못을 했다.

오랜 세월 월급쟁이만 했던 사람들이, 순진하고 어리석다고 말하는 이유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