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91 - 도라지
나무와 꽃이 있는 창 91 - 도라지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11.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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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어머니 하늘나라로 가시고 찾은 산소 곁에 파란 꽃을 별처럼 피운 도라지(桔梗, Baloon Flower, Chinese bellflower, Platycodon grandiflorum) 한 포기를 만났다. 어머니 생전에 가꾸시던 고향 텃밭에 자라던 푸성귀며, 산자락에 가을 무렵 노랗게 피어나던 마타리와 산국(山菊)들… 청도라지가 어머니의 잔영(殘影)과 클로즈업되면서 서러움으로 승화하였다. 그 후로 동생들에게 그 도라지의 안부를 묻곤 한다. 

오늘은 경기민요 ‘도라지 타령’을 듣고 싶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로 반실만 되누나/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어여라 난다/ 지화자 좋다/ 네가 내 간장을/ 저기 저 산밑에 도라지가 한들한들’

청(靑)도라지~ 그 오로지의 길 

어머니 산소곁에
한포기 청도라지

파란 하늘 이마 받이
한평생 사신 자취

이제는 청도라지로
사시네요 어머니

2首

멀리서 지켜보는
당신이 있삽기에

이 몸이 가는 길은
어둔 밤 두렵잖았소

오늘은 청도라지로
환한 등(燈)을 켜셨네요

3首

얼마를 더 살아야
당신 속을 드오리까

어릴 적 무던히도
당신 속 썩혀드렸소

이제사 청도라지로
피는 사연 알으려오 
  /나무신문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