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삶 : 숢(숲과 함께 하는 나의 삶 이야기)③
숲과 삶 : 숢(숲과 함께 하는 나의 삶 이야기)③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3.11.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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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를 둘러싼 여러가지 모험 161 - 글 노윤석

원시림이 과연 완벽한 산림일까?
원시림은 정의부터 모호하다. 일부는 원시림은 인간의 손이 한번도 닿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 그대로의 산림으로 정의하지만 실제론 그런 숲이 존재할지는 미지수이다. 옛 유럽인들이 처음 남아메리카의 아마존을 발견했을 때 아마존강의 유역을 살펴보고는 그 지역이 이미 많은 원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서 많이 놀라고 실망했다는 기록이 있듯이, 우리가 아무리 원시적인 지역이라고 생각하는 지역들도 이미 누군가의 손에 닿아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따라서 산림분야의 국제기구인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원시림에 대해 인간 활동의 명확한 가시적 징후가 없고 생태학적 과정이 크게 교란되지 않은 토종 나무 종으로 자연 재생된 숲으로 정의한다. 즉 인간의 손이 어느 정도 닿았더라도 토종식물에 의해 자연적으로 재생된 숲 또한 원시림으로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구상에 숲이 처음 생기고 난 후 에도 원시림이 그리 많이 존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아직 곤충 같은 동물들이 제대로 진화되지 않은 시기에는 동물에 의한 교란은 없었을 테지만, 초식동물이 발생하고 난 후 숲은 지속적으로 동물들에 의해 교란을 받아왔었을 것이며, 그 밖에 지진, 화산, 산불, 산사태 같은 자연재해 그리고 곤충, 박테리아 병원체로 인한 병충해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정의에 따른 원시림 혹은 노령림(Old-Growth Forest)이 우리나라에서 큰 논쟁거리가 된 적이 있었는데, 주요 논쟁주제는 노령림도 탄소흡수를 하므로 산림을 벌채해서 재조림하는 것은 산림의 탄소흡수능력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주장때문이었다. 이 논쟁의 시작은 과학잡지 Nature지에 2008년 한 논문에서 기인한 것인데, 이 논문에 따르면 노령림도 탄소흡수를 계속하므로 이를 잘 보전하는 것이 기후변화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일부에서 산림을 베지말고 그대로 나누어야 한다는 논리로 확대해석하여, 벌채논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 네이쳐지의 논문에 대한 반론도 많이 제기되었으며, 필자가 해석하기로는 이 논문의 저자도 일반적인 산림경영활동을 금기시하는 게 아니라 오래된 노령림의 경우 경제작 가치말고도 다른 가치(생물다양성, 서식처 제공) 등이 있고 또한 노령림도 탄소흡수를 지속하고 있으니, 이를 보호 관리하자는 취지이다. 산림경영에 있어서 가장 기본은 산림의 기능구분이다. 산림경영시 보존할 가치가 뛰어난 산림을 개발하는 것은 산림관리자가 가장 먼저 반대할 것이다. 다만 지속가능한 산림경영림에서의 정당한 경영활동에 대해 잘못된 환경적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매우 잘 못된 일이다.

The Lake Mjøsa Skyscraper, Brumunddal, Norway,
The Lake Mjøsa Skyscraper, Brumunddal, Norway,

목재를 이용한 고층건물의 건설
오랜 역사를 지닌 건축자재인 목재는 우리 인류의 건축사에 많은 흔적을 남겼다. 아주 오래전부터 가정용 또는 산업용 건축물이나 고대 대성당과 같은 구조물에서는 목재를 주요 재료로 사용하고 혁신을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건축기술이 발전하고, 공간에 제약이 많아진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경관이 하늘을 향해 성장함에 따라 목재는 초고층 건물 설계 분야에서 강철 및 콘크리트에 대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게 되었는데, 이는 최근 목재와 관련된 공학, 재료 과학, 건축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목재 초고층 건물 건설이 가능해지는 새로운 실험 시대가 열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목재 초고층 빌딩은 전통적인 건축 방식에서 벗어나 미적, 기능성, 생태학적 의식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목재의 고유한 강도 등의 물리적 특성과 안정적인 내화성을 갖춘 소재로서 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매우 적합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목재는 한때 인류의 건축자재의 대부분을 차지했었지만, 어느 순간인가 철근이나 콘크리트와 같은 다른 건축자재에 그 자리를 빼앗겼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 목재는 다시 훌룡한 건축자재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이처럼 목재가 현재의 건축분야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은 21세기 들어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건설 산업은 전 세계 에너지의 약 40%를 소비 하고 온실가스 배출의 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콘크리트, 강철과 같이 산업 시대에 발전한 기존 재료는 생산 시 다량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대표적인 건축 소재이며, 시멘트 또한  생산과정에서 생성되는 온실가스 만으로도 건설 에너지 수요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건축 및 건설 산업에서 절실히 필요한 변화는 많은 건축가와 엔지니어들에게 환경적 책임과 건축미를 모두 우선시하는 대안을 고안하도록 동기가 부여되었으며 결국 목재를 그 대안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고유한 친환경 특성을 지닌 재료인 목재는 전 세계적으로 건설 프로젝트에서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탄소 배출로 악명 높은 제조 공정을 거치는 콘크리트와 달리 나무는 수명 내내 천연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이 나무들이 공학 목재를 만드는 데 사용될 경우 그들은 벌채될 시점에서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지 않고 계속해서 탄소를 격리하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1입방미터의 목재는 1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어 목재는 건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유망한 재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공학목재 생산에는 콘크리트와 강철보다 에너지가 덜 필요하며 또한, 재생가능한 자원으로서 자원 집약적인 건설산업을 기후변화시기에 적합한 산업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다.

건축 자재로서 목재는 고층 빌딩 건설에 탁월한 선택이 되는 수많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목재의 경량 특성은 기초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일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운송 및 현장 조립을 용이하게 한다. 재료의 유연성은 특히 지진 활동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서 구조적 탄력성을 도와 내진설계를 쉽게해주며, 공학 목재의 한 형태인 교차 적층 목재(Cross Laminated Timber)는 인상적인 강도와 견고성을 제공하여 건물의 지진 저항 능력을 더욱 강화하기도 한다. 공학목재로 만든 건물은 건설기간 이 짧아 건설이 더 빠르고 구조적으로 더 강해 최근 몇 년간 유럽 및 북미로부터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오늘날의 건축 환경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공학목재가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데 ‘Mass Timber’ 또는 ‘구조용 목재 (Structural Timber)’라고도 알려진 공학목재는 가공된 목재(주로 침엽수) 조각을 함께 결합하여 더 크고 강화된 구성 요소를 만들어 구조적 무결성을 향상시켜 제조하고있다. 또한 접착 적층 목재(Glued Laminated Lumber)의 약자인 글루램(Glulam) 과 교차 적층 목재(CLT)는 모두 목재 공학분야에서 최근에 개발되었긴 하지만, 이런 공학목재들은 강도와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많은 연구과 개발을 거쳐 개발되었으며, 그 목재의 구조와 성능을 개선시키려는 연구와 개발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특히 공학목재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합판은 20세기 초부터 인기 있는 건축 자재였으며, 현재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고층 건물에 대한 공학목재 건축의 부활로 인해 ‘PlyScapper’라는 용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Plyscraper는 마천루를 뜻한는 Skyscraper중에서 목재를 사용한 건축물을 일컫는 말로 이는 앞으로의 건축 디자인과 지속 가능성의 변화가 목재를 포함하여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현재의 인류사회는 기후 변화에 대처해야 하는 필요성으로 인해 지속 가능한 자원에 대한 수요가 촉발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지속가능한 탄소중립자원인 목재를 이용한 목재 건축 기술의 발전이 다시 한번 가능해지게 되었다. 동시에, 고층 구조물의 재료로서 목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꾸준히 발전하여 지난 10년 동안 건설된 목재 초고층 건물들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고층목조건축물의 문제점도 없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도시를 위한 우뚝 솟은 목재 구조물을 건설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미래를 약속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해결해야할 일련의 과제도 제시하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공학 목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기존 건축 자재에 비해 가격이 더 비쌀 수 있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Mjøstarnet 건설 비용은 약 1억 1300만 달러로 , 콘크리트와 강철을 이용한 유사한 개발 비용보다 약 11%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목재 자원의 가용성도 목재에 대한 선호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독일, 오스트리아 같은 유럽의 목재가 풍부한 지역,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북미지역의 경우 풍부하고 수확 가능한 산림이 있는 반면, 다른 대다수의 국가에는 가공 목재용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목재 공급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건축에 목재를 사용하는 전통이 없는 국가에서는 목재를 사용한 건축 혁신에 쉽게 참여하지 못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고층 목조건축의 문제점 중 하나는 목재의 구조적 요소가 강철이나 콘크리트보다 크기가 커서 자원 소비를 증가시키고 임대 공간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수익에 직결되기 때문에 많은 우려를 낳을 수도 있다. 또한 목재의 화재에 대한 안전성은 목재 구조물의 문제로 남아 있으며, 목재의 난연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내화 코팅 및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풍부한 산림자원과 예로부터 목재를 이용해온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러한 목재 고층건축물의 건축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국산재의 이용형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국산재의 건축재로의 이용은 매우 저조한 편이며, 이에 따라 국산재를 건축재 또는 공학목재의 원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마련이 시급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목조 고층 건물 건설을 통해 도시 건축에 혁명을 일으키려는 수많은 시도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도쿄에서 야심 찬 W350 프로젝트 는 2041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1150피트의 높이로 목조건축을 짓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특히 획기적으로 만드는 것은 단지 10%의 강철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공학목재를 사용하여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한편, 영구의 런던에서는 높이가 980피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크우드 타워(Oakwood Tower)가 계획되어 현재 목재를 수급하고 있으며, 미국 시카고에서는 높이가 748피트에 달하는 리버 비치 타워(River Beech Tower)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목재재료공학 및 목조건축기술의 지속적인 기술 발전과 글로벌 프로토타입 제작 노력에 힘입어 목조 초고층 건물의 유망한 잠재력이 매우 높다는 것의 실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점점 현실로 구현됨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 건축의 미래를 형성하는 무한한 가능성 점점 실현에 가까워지고 있다.  /나무신문

노윤석 
녹색탄소연구소 선임연구원 / 우드케어 이사 / 우드케어 블로그 운영자

서울대학교에서 산림자원학을 전공했다. (주)효성물산, 우드케어, (주)일림에서 재직했다. 현재 한국임업진흥원 해외산림자연개발 현장자문위원과 녹색탄소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에서의 산림청, 코트라, 국립산림과학원, 농업진흥청 등의 해외임업과 산림을 이용한 기후대응 및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