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무스카트 수목원
오만 무스카트 수목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3.10.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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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99 - 글·사진 권주혁 박사
관리가 전혀 안되고 대추야자나무가 주수종으로 식재된 수목원
관리가 전혀 안되고 대추야자나무가 주수종으로 식재된 수목원

아라비아 반도의 동쪽 부분에 있는 오만은 페르시아만에 면하고 있다. 전설의 뱃사람이며 모험가인 신밧드(Sindbad)가 이 나라 출신이다. 현지에서는 신밧드를 ‘신디바드’라고 부른다. 수도 무스카트(Muscat)의 무트라(Mutrah) 항구에 가면 신밧드가 타고 인도양을 누비던 선박과 동형의 오만 전통 선박이 항구 가운데 닻을 내리고 있다. 물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선박이다.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 공항에 처음 도착하면 누구나 휘황찬란한 공항 내부 모습에 “이 나라가 부자나라구나!”라고 생각을 할 것이다. 아라비아 반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서남쪽(홍해에 면한)과 오만의 남쪽, 그리고 반도 남부의 예멘 지역의 산악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평탄한 사막 지형이다. 그러므로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UAE(아랍에미리트) 둥은 평탄하다. 그런데 오만의 수도가 있는 무스카트 지역은 산악지형이다. 무스카트의 경우, 도시 뒤 내륙 쪽으로는 높고 나무가 없는 바위산들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어 처음 방문한 여행객에게 특이한 인상을 준다.

폭이 상당히 넓은 와디 우드하이바. 마른 바닥은 비포장도로처럼 되어 자동차가 지나 다닌다.
폭이 상당히 넓은 와디 우드하이바. 마른 바닥은 비포장도로처럼 되어 자동차가 지나 다닌다.

아라비아 반도는 무덥고  비가 거의 내리지 않으므로 일년내내 건조한 사막 기후이다. 그러므로 주민들은 바레인과 마찬가지로 집안에서 화초를 많이 키운다. 따라서 시내에는 화초를 판매하는 꽃집이 자주 보이는데 들어가 보니 각종 식물의 모종을 전시하고 판매하고 있다. 인도인 직원에게 물어보니 집에 꽃을 키우는 주민이 많으므로 장사가 괜찮다고 한다. 이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도로에 면해있는 개인 집들을 보니 정원과 창문에 화분에 들어있는 화초를 많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필자가 그 직원에게 여러 질문을 하자 그 직원은 필자가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하였는지 사무실에서 책 한 권을 가져왔다. 책 제목은 ‘Gardening in Oman & the UAE’로서 아라비아 반도의 식물을 조사·연구한 Anne Love라는 영국인 여성 식물학자가 쓴 책이다. 책 속에는 오만과 UAE에서 식생하는 무궁화를 비롯한 여러 꽃, 풀 그리고 나무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들어 있다. 화초는 사지 않고 귀찮은 질문만 하는 여행객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그 직원이 무척 고마웠다.

필자는 무스카트 시내에 있는 수목원을 찾아갔다. 이 수목원은 상당히 대규모 화초 판매점에 붙어있다. 정부가 아니고 민간인이 운영하는 이 수목원의 크기는 가로, 세로 각각 200m, 100m 로서 약 6천평이다. 수목원 바로 옆을 흐르는 ‘알우드하이바(Al Udhaiba’ 와디에 면해있는데 필자가 방문한 5월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와디 바닥은 완전히 말라있었다. 와디는 사막에 있는 시내로서 비가 오면 생겼다가 비가 안 오면 바닥이 완전히 드러날 정도로 일반 평지의 표면처럼 변한다. 무스카트 시내에는 우기에 주위 산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순식간에 만드는 와디가 여러 개 있으며 와디의 물은 모두 바다로 흘러 나간다.  

화초판매장에는 ‘농업묘목장’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화초판매장에는 ‘농업묘목장’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이 수목원에 식재되어 있는 주요 수종은 대추야자나무, 야자나무, 아카시아. 알비지아 등이다. 이곳의 아카시아는 우리나라의 아카시아와는 다른 수형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일반명으로 아카시아라고 부르는 수종은 학명(속)이 pseudo-Acasia 일 정도로 제대로 된 아카시아가 아니고 학명 그대로 가짜 아카시아이다. 문제는 이 수목원은 거의 방치된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워낙 사막기후이므로 녹음이 우거진 지대가 도심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면 될지 몰라도.... 필자가 보기에는 너무 아쉬운 점이다. 이 수목원은 외부에서 파이프로 물을 가져 오지 않음에도 사막의 건조기후 속에서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건기이므로 와디를 흐르는 물은 없지만 우기 기간중 와디 바닥 밑에 스며든 수분이 와디와 붙어있는 수목원의 각종 식물에 수분을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오만은 유향(乳香: Frankincense)의 산지이다. 값비싼 향료의 일종인 유향은 동방박사들이 예수님이 탄생하였을 때 황금, 몰약과 함께 선물로 가져 간 것 가운데 하나로서 유향나무에서 채취한다. 필자는 수년전에 이 나무를 남부 이스라엘의 항구도시, 에일랏에 있는 식물원에서 본 적이 있으나 크기가 너무 작은 것이었으므로 혹시 유향의 주산지인 오만의 수목원에서 제대로 된 성목(成木)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였지만 이 나무를 이곳 수목원에서는 아쉽게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나무신문

권주혁 박사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20개월 배낭여행 80개국 포함, 140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20권과 시집 1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