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초심자를 위한 HARDWOOD 안내서⑦ / 체리(Cherry, 벚나무)
연재 | 초심자를 위한 HARDWOOD 안내서⑦ / 체리(Cherry, 벚나무)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09.21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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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의 64%가 벚나무…치수안정성 탁월한 최고의 가구재

글 · 사진 해인실업(주) 이규천 상무
체리.

매년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생각나는 나무는 누가 뭐래도 벚나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 주변 가까이 가장 많이 심어 있는 가로수뿐만 아니라 산이나 들에 봄이 되면 2주 남짓 만개한 꽃의 향연은 콘크리트 도시에 살고 있는 고단한 우리 삶을 위로해주며 희망과 꿈도 심어줍니다. 

하지만 벚나무는 도시공해와 여러 종류의 벌레들로 외피 상당 부분이 상처투성인 경우가 많은데, 이 기간에는 나뭇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꽃이 활짝 피어나 그동안 피곤함의 보상이라도 받듯 화려한 자태를 뽐냅니다.

벚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성 교목으로 일반적인 특성은 심재는 적갈색이고 변재는 황백색을 띠며 비중은 0.5~0.58에 중간 정도의 강도로 충격에 대한 저항성이 좋으며 절삭성, 도장성도 우수합니다. 건조가 상당히 빠르므로 수축률이 큰 편이지만 건조 후에는 치수 안정성이 좋으며 작업 시에는 부드럽고 독특한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체리 대패 전.
체리 대패 후.

또한 다양한 문양 특성을 지니고 있어 지금까지 블랙 월넛과 함께 블랙 체리는 미국 및 유럽에서 최고의 가구용 재료로 목공인들을 매료시켜 왔습니다. 가끔 다당류의 Gum성분(갈락투론산의 중합체로 성장 시 상처받을 때 분비되는 물질)에 의한 가늘고 짙은 줄무늬와 주변의 작은 옹이 무리가 주는 자연스러움이 다른 활엽수재보다 더 돋보이게 해주는 요인이고, N.H.L.A(미국활엽수제재목협회)의 등급판정 규정에도 이 2종류의 자연적 특성이 존재해도 무방한 것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90년대 말 만해도 인테리어 몰딩, 가구, 문틀 창호, 무늬목 등 심지어 아파트 바닥재, 장판, 멤브레인 필름 등의 모든 무늬가 체리 문양으로 도배되었을 정도로 가장 인기 있는 수종이었습니다.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팔만대장경에 사용된 목판을 조사한 결과 크게 산벚나무, 돌배나무, 자작나무, 층층나무, 단풍나무 등이었는데 국보라는 자료 특성상 전수조사는 논의할 수 없으나 약 200여 장 이상을 표본 조사한 결과 약 64%가 벚나무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체리  번들.

이렇듯 외관적인 아름다움 이외에 강도, 가공성, 내구성, 치수 안정이 양호함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경판 평균 폭 마감 치수는 약 24㎝이고 길이와 두께, 개수를 대입해서 어림 계산해보면 약 18만 재 가량이 투입되었는데, 지금 시대에도 어려운 과제일 것입니다. 재질이 균일하고 넓은 폭에 무결점재를 이정도 수량으로 생산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피땀 어린 노력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위대한 세계유산을 후손들에게 남겨주신 조상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며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긍지를 갖게 합니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