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86 - 콜로세움에 핀 콜레우스
나무와 꽃이 있는 창 86 - 콜로세움에 핀 콜레우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09.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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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콜레우스(Coleus, Coleus blumei)
내가 잘 가는 조그만 아파트 앞 조성해 놓은 정원의 울타리(Fence) 위에 봄, 여름에 이어 팬지, 그리고 콜레우스를 심어 놓았다. 땅 바닥에는 한련화(旱蓮花, Nasturtium)도 자기를 보아달라는 듯이 고개를 내밀었다. 

9월 마지막 주 어느 날 찾은 Edwards Gardens에는 자주에 가까운 빨강, 연두색, 노란색 길쭘한 이파리들이 제 나름의 무늬를 두른 채 자신을 꽃으로 즐겨 보아달라고 어필하고 있었다. 영어 이름처럼 페인트를 칠한 듯한 그 분장의 솜씨를 가까이서 바라본다.

고향의 보도 켠에는 봄부터 여름 한나절 그리고 가을까지 배(Ship) 모양의 화분대(Planter)에 심겨진 콜레우스가 잎을 먼저 내밀고 자디잔 연보라색 꽃들을 대궁에 단 걸 보여주곤 했다. 잎이 꽃처럼 예쁘고 꽃이 장식용이기나 한 냥 치켜 올라간 모습은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 어쨌거나 그 긴 생명력은 화단 뜰, 펜스에 심어 즐겨 보는 것으로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연상(聯想)으로 시를 써 보았다. 예전에 신라의 달밤에 핀 꽃 Shilla를 노래했듯이, 콜로세움(Colosseum)에 핀 꽃 Coleus를 노래함이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저 이태리 원형 경기장에 가면 얼굴에 분장을 한 투우사가 피 흘린 자국 위에 그 넋을 위로하고자 외로운 보라색 꽃이 고개를 쳐들고 피어서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을 것만 같다.  /나무신문사

 

콜로세움에 핀 콜레우스

그대는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에 가 보았는가

한 투우사와 뿔 사나운 소
웬 숙명으로 
그토록 피 말리는 싸움을 했던가

지금은 스러진 생명의 갓(邊)에
선혈의 꽃이 피었네

노예로 살지 않겠노라고
굴종하며 살지 않겠노라고
하늘 우러러 절규하던…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