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덩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불덩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3.09.14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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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를 둘러싼 여러가지 모험 158 - 글 노윤석

최근 산불의 추이
2023년 올해 8월초 발생하여 아직까지 계속 타고 있는 하와이 마우이섬의 산불은 최소한 115명의 사망자를 내고 약 3500명의 이재민을 냈으며, 많은 실종자도 발생시켰다. 이번 산불은 하와이 역사상 가장 큰 자연재해로 기록되었으며, 이것은 미국 전체로 보더라도 지난 1918년 미네소타 산불이후 가장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 피해를 남긴 산불로 남게 되었다. 이번 산불은 8월8일에 시작되었고, 이 산불은 초속 30m 정도의 강풍이  탈출하기 힘든 만큼의 빠른 속도로 하와이 전체를 집어 삼켜 버렸다. 또한 이번 산불은 적절하지 못한 예방방재 시스템의 문제점도 노출되었는데, 이에 제대로 된 위험 경고를 받지 못한 주민들중 일부는 생존을 위해 바닷물로 뛰어 들은 사람들이 있으며 1000명이상이 행방불명 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의 주원인을 기후변화라고 지목하고 있다. 높은 기온과 강풍 그리고 그로인한 식생의 변화들이 이번 하와이 산불을 일으킨 원인이라고 한다. 이런 기후변화는 이번 산불이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어느 연구기관에서 최근 발표한 지구멸망의 주요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구 곳곳에 산불이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이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증가하면서 기후변화는 가중되며 결국 지구(사실은 지구가 아니라 인류겠지만)는 멸망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이런 말을 들었다면 그냥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시놉시스겠거니 생각했겠지만, 이번 하와이 산불을 보면서 이것이 이제 더 이상 가상의 애기가 아닐 것이라고 느끼는 것은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기후변화가 이번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경찰의 조사와 다수의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번 산불은 송전선에서 발생한 불꽃(스파크)에 의한 발화로 지목되고 있다. 강풍발생시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되어야 하는데 지역전력회사의 실수로 전력이 계속 공급되었고, 이 과정에서 강풍에 의해 발화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2019년 발생한 동해안 산불도 전신주에서 발생한 것으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발생한 산불이 걷잡을 수 없게 확대된다는 점이다. 

예일대학교의 기후학자 Jeff masters는 기후변화에 의한 산불의 발생위험을 다음과 같은 메카니즘에 의해 설명하기도 한다. 이상 고온현상에 의해 공기가 더워지면, 공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게 되며, 그렇다면 토양과 식생속의 수분의 증발산량이 증가하게 되어, 토양은 건조해지고, 식생의 활력은 떨어지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외부의 요인에 의해 발화가 일어난다면 산불의 강도는 더욱 세지는 것이다.

캐나다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불도 심상치 않다. 이번 2023년 캐나다 산불의 경우 이전 캐나다 연평균 산불면적의 3배에 해당하는 약 15백만㏊의 산림이 현재 8월 까지 타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의 산불 역시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로 보고 있는데, 기후변화로 인한 장기간의 가뭄현상 그리고 고온현상에 겹쳐진 강풍으로 인해 그 피해는 더욱 막심해 지고 있다. 기상전문 연구기관인 World Weather Attribution는 캐나다의 퀘벡주를 대상으로 기후변화가 산불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기후변화가 산불의 위협을 2배 이상 증가시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이 연구기관은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를 하루 빨리 막지 못한다면 산불의 빈도와 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캐나다산불센터 홈페이지
캐나다산불센터 홈페이지

위 그림은 캐나다의 산불센터의 실시간 산불현황을 보이고 있는 홈페이지를 이를 살펴보면 현재 활동중인 1041개의 산불 중 거의 70%에 달하는 675개의 산불이 통제불능(Out of Control)으로 되어 있다. 물론 캐나다의 경우 국토면적이 넓고 특히 북부지방의 경우 사람들도 거의 살고 있지 않아 산불의 통제가 쉽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하와이 마우이섬 같은 경우는 주민들이 가깝게 살고 있는 지역이었지만 그 역시 통제가 쉽지 않았다는 것을 볼 때 현재의 산불의 위협이 얼마나 큰 것인지는 잘 알 수 있다.

대안은 없는가??
위에서도 몇 번 언급했듯이 현재 발생하는 산불의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이다. 지속적인 가뭄과 건조, 강해진 바람과 허리케인이나 태풍과 같은 열대성 폭풍 등이 육상생태계에 끊임 없이 영향을 주고 이런 영향으로 쇠약해진 산림이 산불에 민감해지고 더욱 강해지게 되는 것이다. 하와이 마우이 산불과 같은 경우는 외래종으로 가축사료나 조경용으로 유입된 기니어그래스(Guinea grass) 같은 작물이 지역에 넓게 퍼지게 되었는데, 이 식물이 산불에 매우 취약하여 산불을 더욱 강하게 만든 원인중의 하나라고 한다, 이처럼 생태계의 건강성을 해치는 여러 요소들이 결국 산불의 강도를 심하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대안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인류가 화석연료의 이용을 줄이고, 폐기물을 줄이는 등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후위기는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각국의 이행상황도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 더욱이 이런 대형산불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오히려 기후변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촉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재앙에 가만히 있기보다는 우리가 할수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장기적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 이겠지만, 그에 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몇 가지 일들도 있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산불피해로부터 주민들을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경고체계의 구축 및 점검이다. 이번 마우이 산불의 경우 주민대피경고가 제대로 내려지지 않아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고 한다. 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하와이 같은 경우는 화산, 지진,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가 자주 일어나는 곳인데, 이와같은 곳에서 이런 대형산불이 일어났는데도 제대로 주민대피경고가 안 내려졌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불에 대한 대응은 산불 발생전에 산불발생 위험도에 따라 예보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산불발생시 긴급문자 등을 통해 빠르게 알리고, 사전에 대피 동선 등을 정해 긴급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런 대책은 지속적으로 유지관리 되어 유사시에도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의 인력을 활용하여 산불감시단이나 산불전문예방진화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지역기반의 산불감시체계도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역을 잘 알고 있으며, 또한 외부인자에 대한 감수성도 높기 때문에 산불을 보다 빨라 감지할 수 있다. 물론 현재 이 분들이 매우 노령화되어 있으며, 보수도 많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이를 더욱 보완 개선시켜 산불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산불이 대형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산불의 원료가 되는 산림 바이오매스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다른 나라의 산림의 경우도 산림내에 들어가 보면 고사목, 낙엽, 잔가지, 초본류 등이 산림토양 위에 상당히 많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유기물들이 나중에 분해되어 토양유기물로 바뀌게 되지만, 이런 분해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온대나 한대지방의 경우는 이런 유기물들이 장기간 산림속에 유지되게 되고, 이러한 것이 결국 산불 발생시 산불의 원료가 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우리나라 같은 경우 산불예방 숲가꾸기란 형식으로 산림내 바이오매스를 가능하면 제거하는 방식의 산림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과 같은 경우는 더욱 적극적으로 고사목 뿐만 아니라 소경목(직경이 작은 나무)들까지 일부러 베어내어 이를 목재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면서, 산불의 원료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산불이 발생하더라도 산림생태계가 건강하다면 산불의 발생을 어느 정도 콘트롤 할 수 있다. 특히 산불이 잘 발생하는 지역의 특색을 살펴보면 침엽수 단순림의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같거나 비슷한 수종들이 대규모로 자라고 있어 한꺼번에 발생하는 병해충에도 취약할 수 있고, 환경변화에 대한 취약성도 혼효림보다 훨씬 더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단순림을 혼효림으로 바꾸어주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우라 나라의 경우도 산불에 강한 나무들 (이를 내화수종 이라고 함. 대표적으로 굴참나무, 황벽나무, 아왜나무 등이 있음)을 인공적으로 심어 내화수림대를 조성하는 사업들을 시행하고 있으며, 외국과 같은 경우는 드론에 이런 내화수종이나 향토수종 등의 씨앗이나 묘목을 넣고 산림이 훼손된 지역에 뿌려 산림의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산림생태계의 회복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산림내 인공습지를 조성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고려될 수 있다. 최근 발전된 원격탐사기술로 수십년전 부터의 산림내 수자원의 유무를 조사했는데 전 지구적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수분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산림내 습원은 산림생태계에 수분과 영향분 그리고 산림내의 곤충 동물들에게도 서식처와 수분을 공급해주는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이다. 더욱이 이런 산림습원은 산불발생시 산불을 저지하는 역활과 더불어 산불진화용수로 사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산림습지를 복원하거나, 인공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위적인 산림습지의 조성이 생태계의 균형에 파괴를 가져올 우려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산불은 전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불진화대도 얼마전 캐나다 산불지역애 파견되어 캐나다의 산불진화를 도와준 것처럼 이제 산불은 전지구적인 재앙으로 지구 전체가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한다. 위에서 현재 산불에 대응할 수 있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지만 결국의 최선의 대안은 기후변화를 완화해야 해결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한시라도 늦출 수 없는 이유이다.   /나무신문

노윤석 
녹색탄소연구소 선임연구원 / 우드케어 이사 / 우드케어 블로그 운영자

서울대학교에서 산림자원학을 전공했다. (주)효성물산, 우드케어, (주)일림에서 재직했다. 현재 한국임업진흥원 해외산림자연개발 현장자문위원과 녹색탄소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에서의 산림청, 코트라, 국립산림과학원, 농업진흥청 등의 해외임업과 산림을 이용한 기후대응 및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