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마나마 식물원
바레인 마나마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3.09.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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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98 - 글·사진 권주혁 박사
폐쇄된 식물원의 정문과 필자. 정문위에 조그만 국기(붉은색)가 보인다.
폐쇄된 식물원의 정문과 필자. 정문위에 조그만 국기(붉은색)가 보인다.

필자는 쿠웨이트의 자지라(Jazeera) 항공사의 JB 109편 에어버스 A320 여객기를 타고 쿠웨이트의 수도인 쿠웨이트 시티를 떠나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Manama)에 도착하였다. 쿠웨이트 시티에서 마나마까지는 서울-부산 거리와 비슷하므로 비행시간은 1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자지라 항공사는 항공료가 저렴한 대신 서비스가 좋지 않아 수화물이 도착하지 않거나 연발착을 자주한다는 악명을 갖고 있으나 필자가 탄 여객기는 승무원들의 서비스가 좋고 정확하게 이·착륙을 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앞바다에 있는 바레인은 조그만 섬나라로서 면적이 제주도 절반 크기도 안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는 길이 25km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비록 조그만 국토를 가졌으나 석유가 나므로 부자나라이다. 아라비아 반도의 석유 수출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오만, UAE(아랍에미리트), 카타르처럼 오일 달러가 풍부하므로 현지인들은 편히 쉬면서 허드렛일은 모두 외국인(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필리핀, 스리랑카 등)이 도맡아 하고 있다. 필자를 숙소까지 태워준 택시 운전기사도 파키스탄인이었다.  

금년(2023년) 여름은 세계적으로 기온이 높아 우리나라도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바레인의 평균 날씨는 금년도 우리나라 여름날씨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무더위 속에서 필자는 아들과 손자를 데리고 마나마 시내에 있는 알암마리야(Al Ammariya) 식물원을 찾아갔다. 아들과 손자는 간편하게 반바지차림이었지만 필자는 해외여행시 필자가 애용하는 전투복 긴바지와 대한민국 육군 군화를 고수하였다. 찌는 듯한 아라비아의 무더위에 육군사관학교 모자(필자는 이미 전쟁책 10권을 저술하였고 현재 전쟁사를 연구하는 육군사관학교 역사탐방 포럼의 상임고문임)를 쓰고 전투복 긴바지에 군화를 신고 공수부대 보조낙하산 크기 국방색 가방을 옆구리에 걸쳐 멘 필자를 보고 약간 정신 나간 노인네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으리라.  

아라비아 반도는 일년 내내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 건조기후이다. 그러므로 예멘 등지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삼림 지대가 거의 없다. 다행히 오일 달러 때문에 돈이 넘쳐나므로 아라비아 반도의 석유수출국들은 시내 곳곳에 나무를 심는 작업을 하면서 각개 나무마다 플라스틱 파이프를 연결하여 물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라비아 지역에서 나무를 포함한 식물을 키우는 작업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뒷 담 위에서 본 식물원. 물은 식물에 공급되고 있으나 관리는 전혀 안되고 있다.
뒷 담 위에서 본 식물원. 물은 식물에 공급되고 있으나 관리는 전혀 안되고 있다.
식물원의 뒷면. 폐자재와 쓰레기가 흉하게 버려져 있다
식물원의 뒷면. 폐자재와 쓰레기가 흉하게 버려져 있다

필자는 식물원을 찾아 가는 길에 식물원 인근에 있는 대규모 묘목장과 화초 판매소를 보았다. 너무 덮고 건조한 아라비아 지역 국가의 주민들은 집안에서라도 선선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집의 마당과 실내에 화초를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시내 여러 곳에 있는 이러한 대형 화초 판매소(상점)에서는 꽃, 화초의 씨앗, 그리고 어린 각종 묘목을 팔고 있는 것이다. 더운 날씨에 이러한 화초 판매소가 있는 것을 보고 필자는 오래전에 UAE의 아부다비를 여행하였을 때 방문하였던 훌륭한 식물원을 연상하고  이곳의 식물원이 비록 크기는 작을지 몰라도 부자나라답게 멋있는 식물원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그러나 막상 필자가 도착한 식물원은 높은 흰색 시멘트 담장으로 되어 있고, 평일임에도 정문은 굳게 닫혀있고 쇠창살로 된 정문 위에는 조그만 바레인 국기만 걸려있다. 국기가 조그만데다가 바람도 불지 않아 국기는 강렬한 태양 아래서 힘없이 축 쳐져 있다. 인근에 있는 철공소에 들려서 식물원이 언제 여느냐고 물어보니 오래전에 문을 닫았으므로 언제 다시 열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담장이 높고, 정문의 쇠창살 뒤에는 큰 판이 붙어있어 창살 사이로 식물원을 들여다 볼 수도 없으므로 필자는 식물원 담을 따라서 뒷면으로 돌아가 보았다. 담 주위는 지저분하여 쓰레기 더미와 폐기된 건축자재들이 여기저기 보기 흉하게 버려져 있다. 이들 폐자재들을 발판삼아서 올라가 담 넘어 보이는 식물원을 볼 수 있었다. 크기는 정사각형으로서 가로, 세로 각각 100m 정도이고 식물원안에는 초기에 나름대로 여러 식물을 식재하였으나 폐원(閉園)한 이후 전혀 관리가 안 된 상태이다. 그래도 물은 공급되는지 아라비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이곳의 나무, 관목 그리고 일부 화초들은 푸른색을 유지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관목들 사이에 조그만 집이 있다. 아마 관리실인 것 같은데 오랫동안 방치된 것 같이 보인다. 초기에는 나름대로 비전을 가지고 만든 식물원이지만 무슨 이유로 이렇게 방치하였는지 필자로서는 알 수가 없다. 부자나라인데 예산이 부족할 것 같지는 않고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폭염을 무릅쓰고 한껏 기대를 갖고 찾아 온 식물원이 이런 상태인 것을 보고 필자는 무척이나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을 돌렸다.    /나무신문

 

권주혁 박사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20개월 배낭여행 80개국 포함, 140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20권과 시집 1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