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 환경부의 이중잣대, 그리고 몰락하는 목재산업
전문가 기고 | 환경부의 이중잣대, 그리고 몰락하는 목재산업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08.25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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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진 회장 (사)한국목재재활용협회
발전소 연료로 사용하는 폐목재고형연료(Bio-SRF).  /  물질재활용되는 재활용 폐목재원재료.
발전소 연료로 사용하는 폐목재고형연료(Bio-SRF). / 물질재활용되는 재활용 폐목재원재료.
유성진 (사)한국목재재활용협회 회장 
유성진 (사)한국목재재활용협회 회장 

인류가 지금까지 생존 가능했던 것은 다양한 곡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무가 없었다면 생존 가능했을까? 선사시대부터 음식과 난방의 연료가 되었고, 주거와 상업·공공시설까지 인간의 모든 생활공간에서 목재는 사용되고 있다.

나무를 심고, 키우고, 수확해 목재로 사용하기까지 최소 20~30년 이상 긴 세월이 소요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목재로 사용 후 배출된 폐목재라 하더라도 물질재활용해야 하고, 더 이상 물질재활용 할 수 없는 상태라면, 연료로 활용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환경부는 오히려 폐목재 물질재활용 산업은 억압하고, 에너지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에는 관대하다. 

경쟁력 상실한 5000억 파티클보드 시장
이번 달 국내 3개소 밖에 없는 파티클보드(PB) 공장 중에 한 곳이 ‘영구적으로’ 문을 닫았다는 소문이 있다. 50~60명 직원은 당연히 일자리를 잃는다. 기계 수리 및 각종 자재 납품, 원재료 납품 등 많은 협력업체가 타격을 받게 되었고, 파티클보드를 소재로 싱크대, 옷장, 신발장, 책상 등 각종 가구를 만드는 업체들도 수입 의존도 증가로 결국 악영향을 받게 될 게 뻔하다.

국내 파티클보드 시장은 연 5000억 원 규모다. 파티클보드를 소재로 가구를 제조하는 업체가 전국적으로 수천 곳은 된다. 이런 시장이 있음에도 30년 이상 가동되던 파티클보드 공장이 문 닫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파티클보드 공장은 깨끗한 폐목재를 원재료로 사용해 원가를 낮추어, 국내 시장 60% 이상을 점유한 수입 제품과 경쟁해 왔다. 파티클보드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 목재분진, 톱밥 등은 70년대부터 지금까지 제품 건조 에너지 연료로 사용해 왔다. 그런데 환경부는 양성화시키는 방법을 찾아주지 않고,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우려한다고 LNG 연료로 변경하도록 했다.

1개 파티클보드 공장의 1년 매출이 700억 원인데, LNG연료 사용으로 한 달에만 무려 10억 원 이상이다. 이처럼 에너지 비용 증가로 인해 원가 상승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2년부터 바이오매스 발전소들의 폐목재연료(Bio-SRF) 수요가 연 280만 톤까지 증가했다. 동절기에는 발전연료 부족이 심해져, 파티클보드 공장들이 사용하던 양질의 재활용 우드칩까지 웃돈을 주고 물량을 빼앗아 갔고, 원재료를 지키려고 대응한 파티클보드 공장은 엄청난 적자로 전환되었다.

그렇다면 환경부의 제조업에 대한 엄격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관리가 폐목재 연료를 태우는 발전소에도 동일하게 적용될까? 

폐목재고형연료 품질인증, 뭐시 중헌디?
국제적으로 바이오매스 연료는 화학물질 사용하지 않은 순수목재로 가공한 목재펠릿과 목재칩 만 ISO 품질인증으로 관리된다.

폐목재연료는 당연히 국제품질인증 기준은 없고, 발전소가 철저히 폐기물 소각시설에 준하는 대기오염물질 방제시설을 갖추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목재펠릿보다 무려 5~10배 이상 중금속 유해물질 함유량이 높은 폐목재고형연료(Bio-SRF) 품질인증 제도를 만들어 발전소들이 폐목재연료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폐목재고형연료가 될 수 없는 생활폐가구가 발전소연료로 공급되고 있지만, 묵인하고 있다.

폐목재고형연료 품질인증과 시설검사로 폐목재 재활용업체들은 연간 7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정기(수시) 점검에서 품질 미달할 경우에는 벌금과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고형연료 제조시설에 대한 샘플 품질검사와 달리, 실제로 발전소에 공급되는 폐목재고형연료는 품질기준에 전혀 적합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폐목재 재활용업계는 꾸준히 유럽처럼 중간에서 폐목재를 재활용하는 제조시설에 대한 규제를 중단하고, 최종 사용시설인 발전소에 철저한 대기 배출 굴뚝 관리로 전환할 것을 수없이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한결같이 “폐목재고형연료 품질인증 제도를 폐지할 경우에 발전소가 폐목재를 연료로 태우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수용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때린 데 또 때리는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가 폐목재품질인증 제도를 통해 발전소가 합법적으로 연료로 태울 수 있게 해주었다면서, 산업부는 폐목재 연료를 태우는 발전소에 대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중치 1.5배(1MWh전기 생산시 1.5 REC 부여)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바이오매스 발전소 중에는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무려 50%까지 달성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수익성이 높다. 

목재펠릿 대비 1/5~1/8 가격의 폐목재 연료를 합법적으로 사용하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는 동일한 가중치(전소 1.5)를 부여받는 희한한 제도가 한전의 적자를 가중시켜 전기요금까지 인상시키는 원인 중 하나이다.

1970년대 국민대조림으로 울창한 산림이지만, 목재 자급율은 고작 15%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으로 목재산업계는 소멸화되고 있다. 그만큼 제조업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산림을 생명 순환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목재산업이 사라지면, 산림의 나무는 전부 땔감이 되어야 한다. 이제라도 환경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과 잘못된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개선되어야 한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