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상식 2편] 자발적 탄소시장
[기후상식 2편] 자발적 탄소시장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3.07.24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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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를 둘러싼 여러가지 모험 155 - 글 노윤석

탄소시장의 종류
탄소시장은 규제시장과 자발적시장으로 나뉜다는 것은 이전 회에서 알아보았다. 간단히 다시 살펴보자면 규제시장은 탄소배출량에 일정한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나, 정부 등 규제기관에서 배출량 목표를 할당하고 그 할당된 배출량의 과부족분에 대해 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을 말하며, 자발적 시장은 민간 등의 다양한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배출권을 생성하고 이를 거래하는 시장이다. 탄소시장을 다른 분류방법으로는 할당량시장과 프로젝트시장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할당량시장은 기업별 배출허용량이 할당되고 할당량 대비 잉여/부족분 거래하는 시장이라면 프로젝트 시장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나 추가적인 탄소흡수 프로젝트를 실시해 달성한 감축량을 거래하는 시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할당량시장은 거의 대부분 규제시장으로 볼 수 있다. 반면 프로젝트 시장의 경우는 많은 부분 자발적시장에 속한다고 볼 수 있으나, 교토의정서 상의 CDM(Clean Development Machanism, 청정개발체계)나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 같은 것은 프로젝트 시장이면서 규제시장에 속하기도 한다.

이를 이해하기 편하도록 으로 표현한다면 다음과 같다.

자발적 탄소시장의 탄생배경
그렇다면 이 자발적 탄소시장은 왜 생기게 된 것일까? 결국 기후변화의 문제를 규제시장만으로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존의 규제시장이 해결하기 힘들거나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감축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의 개발 할  필요성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규제시장만으로 전 지구적인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다면 굳이 자발적 탄소시장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발적 탄소시장이 생긴 시기를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다. 왜냐하면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세계의 기업이나 환경단체들 심지어 개인들도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거나, 탄소흡수를 증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였다. 하지만 이를 계량화하여 크레딧으로 전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자발적 탄소시장이라고 말할순 없겠지만 넓은 의미의 자발적 탄소감축활동은 훨씬 이전부터 수행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규제시장의 한계는 분명하다. 현재의 기후위기의 대응을 위해서는 단순히 탄소배출감축이 아니라 탄소중립 또는 탄소네거티브로 가야하는 점은 명확하다. 산업혁명 이후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산업혁명이전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탄소배출 감축으로는 부족하며, 기존에 배출된 탄소를 다시 고정하여 지구에 고정시키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시장의 경우 거의 대부분은 기존의 배출을 감축하는 것이 중요 목표이기 때문에 현재의 탄소배출을 줄일 순 있어도 탄소중립 더 나아가 탄소네거티브 사회로 가는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기업의 측면에서도 자발적 탄소시장은 중요해 졌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 강조되면서 ESG경영, 탄소중립경영, 기후공시제도 등 다양한 기준에 의해 기업이 평가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기존의 경제적 측면에서의 지표(수익성, 현금보유력 등) 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적인 지표의 관리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이런 경우 기존의 규제시장에 따른 배출권할당제에 의한 탄소배출권 거래는 단순히 의무의 이행이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과는 큰 관계가 없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은 기업의 환경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좋은 대안 중의 하나가 바로 자발적 탄소시장이 된 것이다. 특히 철강산업, 시멘트산업, 화학산업 등에 속한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에 대한 대안으로서 자발적 탄소시장의 중요성은 매우 커지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의 플랫폼
자발적 탄소시장은 말그대로 자발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누구나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누구나 탄소시장의 플랫폼과 방법론 또는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발적 탄소시장의 장점은 규제시장과는 다르게 그 대상사업이나 방법론, 등록방법이 매우 다양하며 유연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자유에는 방종이 따른다는 격언이 있듯이 그 반대급부로 규칙화된 규정이나 절차가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자발적 탄소시장을 통해 발생한 크레딧의 진정성(?) (발생한 크레딧이 진짜 탄소배출을 감축하나거나 흡수한 것이 맞아?? 하는 의구심)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공신력이 없는 민간기관에서 주로 추진되다 보니 그 추진기관이 신용도가 자발적 탄소 크레딧의 가치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발적 탄소시장의 운영주체가 어느 정도 신뢰성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럼으로 해서 현재 국제적인 자발적 탄소시장은 몇 개의 운영주체에 의해 주도 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운영 중인 주요 자발적 탄소시장의 플랫폼은 미국의 VERRA에서 운영중인 VCS, 유럽의 Gold Standard Federation에서 운영중인 GS 및 Climate Action Reserve (CAR), American Carbon Registry(ACR) 등이 있으며, 이 주요 4개의 자발적 감축시장 크레딧이 전체의 8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4개의 주요 플랫폼 중에서도 VCS와 GS가 시장을 주도 하고 있다. 특히 VCS의 경우는 거래규모가 2.49억 달러로 다른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주요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의 규모
2021년 기준 자발적 탄소시장의 누적규모는 17억 tCO2이며, 금액으로는 약 10억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본격적으로 거래되기 시작하는 2015년 이후 연평균 20.9%정도 성장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자발적 탄소시장의 규모는 아직은 규제시장의 0.1%정도로 미미한 시장인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 전세계 온실가스배출량 중 시장에서 거래되는 양은 전체 배출량의 22% 정도인 11.65기가톤이지만 자발적 탄소시장의 거래량은 17억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발적 탄소시장의 미래의 전망은 매우 밝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관인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은 500억 달러( 한화기준 약 63조원)규모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에 다 나아가 TSVCM(자발적 탄소시장 관리기구)의 경우는 2030년까지 1800억 달러 한화로 약 226조원 규모를 예상하기도 하였다.

자발적 탄소시장의 경우 그 크레딧의 가격도 시장에 따라 결정되고 있으며, 그 가격의 변동폭도 매우 크다. 이런 변동폭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플랫폼의 종류(혹은 지역)이나 배출감축부분 등 여러가지 요소에 의해 가격이 매우 다르다. 현재 자발적 탄소 크레딧의 가격은 3불에서 10불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2022년 초 기준으로 기술기반의 감축활동에는 4.33불, 항공산업의 탄소상쇄시장에서는 5.39불으로 형성되어 있다. 반면 산림이나 농업을 통한 감축활동인 자연기밥의 탄소상쇄사업(Nature Based Carbon Offsets)은 10.66불 정도의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이는 산림 및 토지이용분야의 탄소크레딧이 품질이 높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가치를 높게 인정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자발적 탄소시장의 미래
위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대부분의 탄소전문기관들은 자발적 탄소시장의 미래를 밝게 내다보고 있다. 새롭게 개발되는 탄소배출저감이나 탄소흡수능력을 증대하는 사업을 기존의 규제시장에서 처리하기는 힘들기도 할 것이며, 규제시장에 적용되는 탄소배출감축 프로젝트들이 이미 많은 부분 실행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자발적 탄소 크레딧에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자발적 탄소시장의 시장규모를 긍적적으로 바라 볼 수 있게 한다. 또한 다른 한가지 중요한 점도 있는데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발생한 크레딧이 파리협약 제6.2조의 협력적 접근법을 통해 국제적으로 이전가능한 감축실적 (ITMO’s, Internationally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s)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도 자발적 탄소시장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파리협약에 따른 탄소배출권의 거래문제는 다음회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나무신문

노윤석 
녹색탄소연구소 선임연구원 / 우드케어 이사 / 우드케어 블로그 영자

서울대학교에서 산림자원학을 전공했다. (주)효성물산, 우드케어, (주)일림에서 재직했다. 현재 한국임업진흥원 해외산림자연개발 현장자문위원과 녹색탄소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에서의 산림청, 코트라, 국립산림과학원, 농업진흥청 등의 해외임업과 산림을 이용한 기후대응 및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