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기술, 복합문화공간 ‘모나무르’
공존의 기술, 복합문화공간 ‘모나무르’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07.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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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가든 위 아트갤러리
워터가든 위 아트갤러리

이 프로젝트는 한 시골소녀의 꿈으로부터 시작한다. 언젠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는 문화예술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소녀의 꿈은 40여 년의 시간이 흘러 남편의 도움으로 현실이 된다. 

‘Mon Amour(모나무르)’는 불어로 ‘내 사랑’이라는 의미로 미술가인 아내와 음악을 전공한 두 딸을 위해 한 가장이 마련한 선물 같은 공간이다. 15000㎡ 가량의 평평한 대지에 갤러리와 공연·예식을 위한 콤플렉스 공간, 레스토랑, 카페 등으로 조성됐다. 

건축주의 요구와 건축가의 응답
대지는 본래 소나무 묘목을 키우던 농장이었다. 주변은 대부분 경작지였고 몇 개의 모텔 건물이 솟아있는 완만한 지형이었으며, 경관으로 내세울 만한 것은 원경으로 보이는 산능선이 전부였다. 건축주는 이 곳에 카페, 레스토랑, 예식 및 공연장, 갤러리 등의 프로그램이 포함된 4층 규모의 건물을 요구했다. 

요구조건에 부합하는 건축물은 평평한 대지에 홀로 우뚝 솟은 덩치가 큰 모텔 건물과 다를 바가 없었다. 우리는 호수가 많은 아산의 지역적 특징과 화강석 돌담이 매력적인 아산의 전통가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먼저 커다란 수공간을 만들고 그곳을 중심으로 단층으로 구성된 세부 프로그램들을 대지 곳곳에 흩어 놓았다. 그리고 이리저리 콘크리트벽과 돌담을 세워 사람들이 힘들게 돌아가게 만들었다. 첫 번째 프리젠테이션에서 건축가의 황당한 제안에 어안이 벙벙했던 건축주는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우리의 생각을 들어주기로 했다.

워터가든
워터가든
워터가든
워터가든
워터가든
워터가든
워터가든
워터가든
워터가든
워터가든

건축과 자연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크게 고민한 부분은 건축이 어떠한 방법으로 자연과 동화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유기적인 건축물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그것은 인공적인 창작물일 뿐이며, 자연의 흉내만 내다가 그치고 말 확률이 훨씬 높았다. 

우리는 건축이 가지는 기하학적인 선을 더욱 강조해 자연의 유기적인 선과 극명하게 대비시킴으로써 자연과 건축이 상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한 쪽으로의 동화가 아니라 공존의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외부에서 가져올 만한 자연요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자연적인 요소를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관람자로 하여금 진입에서부터 퇴장에 이르기까지 건축가의 의도된 경관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짜 놓은 전체 시나리오 위의 각각의 시퀀스마다 사람들이 경험 하게 될 감응과 분위기에 집중하여 설계가 진행됐다. 

꽃의 정원.
꽃의 정원.
꽃의 정원.
꽃의 정원.
꽃의 정원.
물소리 정원.

레벨의 변화와 내외부의 경계
총 4개동으로 구성된 단지는 각각 두 개동씩 2.3m 차이의 높이가 다른 지반에 위치한다. 그리고 이 레벨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물을 가로지르는 45m 길이의 외부램프이다. 관람자는 수벽 사이의 램프를 통해 수직적인 공간체험을 하면서 서서히 숨겨진 공간에 대해 인지하게 된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벽에서부터 그 벽 위에 담겨진 물을 두 발 아래에 두기까지 아이레벨의 변화를 통해 전체를 인지하는 극적인 체험을 하는 것이다. 

또한 각각의 매스에는 로비, 복도의 기능을 하는 공간이 외부로 구성되어 있다. 매스에 관입된 외부로비와 외부복도는 관람자가 건축적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도 외부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며, 이는 건축과 자연의 모호한 경계를 경험하게 하기 위한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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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를 꾀하는 물성
단지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재료는 노출 콘크리트이다. 주재료를 노출콘크리트로 선택한 이유는 건축물의 구조체인 콘크리트에 마감재를 붙이는 인위적인 행위를 최소한으로 하여 자연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관람자로 하여금 조금 더 공간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상징적 공간이 되는 아트갤러리는 스테인레스스틸 판넬을 사용했는데 그 이유는 재료가 가진 은은한 반사작용이 하늘과 물, 그리고 주변의 경관을 건물에 투영시켜서 기하학적인 매스가 가진 존재감을 주변에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평활도를 구현하기가 어려운 스테인레스 스틸 판넬의 특성상 헤어라인이라는 마감처리를 해야 했지만, 과감히 면처리 되지 않은 판넬을 채택했다. 이로 인해 완성되지 않은 것 같은 울룩불룩한 외관이 형성되었는데, 이는 미완적인 구축 행위를 드러냄과 동시에 유기적인 물의 형상에 더욱 조화되기 위한 선택이었다. 

카페 전경. 레스토랑 전경.
카페 전경.
카페 전경. 레스토랑 전경.
레스토랑 전경.

시나리오와 시퀀스
관람자는 진입과 동시에 수평적으로 길게 선 콘크리트벽을 마주한다. 벽과 벽 사이 틈의 공간으로 들어서면 외부를 향해 열린 공간을 만나게 되고 돌아서서 건물로 진입하면 관입된 외부로비를 통해 낙수되는 벽천을 접하게 된다. 

이때의 벽천은 앞으로 나타날 수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제공함과 동시에 힌트를 제공한다. 내부에서 티켓팅을 하고 건물과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면에 흘러들어온 녹지를 만나게 된다. 

그 녹지공간의 옆으로 벽과 벽 사이의 틈을 찾게 되고 그 틈을 135도로 꺾어 돌아서면 양쪽으로 낙수하는 벽천으로 구성된 경사로를 만나게 된다. 경사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다 보면 담장으로만 생각되던 막힌 공간이 거대한 수공간을 담고 있는 그릇이었음을 인지하게 된다. 

그 경사로의 끝에는 7m 높이의 반사되는 매스가 하늘과 물과 뒤엉켜 서 있다. 경사로는 매스의 갈라진 틈으로 안내하고 그 틈을 지나서고 나면 4개의 전시관으로 둘러싸여진 원형 수공간을 만나게 된다. 

그 수공간의 중심에는 전체 시설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조형물이 서 있다. 4개의 전시관 사이사이에는 4개의 틈이 존재하고 그 틈에는 각각 들어온 길과 나가는 길, 그리고 들어오는 물길과 나가는 물길이 있다. 

아트갤러리 내부전경.
아트갤러리 내부전경.
아트갤러리 내부전경.
아트갤러리 중정.
아트갤러리 내부전경.
아트갤러리 내부전경.
COMPLEX SPACE

나가는 길의 틈으로 매스를 빠져 나가면 열린 공간을 마주하게 되고 그 곳엔 다양한 조경공간과 곡선의 산책로가 펼쳐진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거친 석재로 마감된 벽천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곳은 앞전에 본, 들어오는 물길과 이어져 있다. 

전체의 수공간이 시작되는 곳을 관람 마지막에 되어서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산책로의 끝자락엔 글라스로 마감된 카페가 있고 카페 내부로 들어가 야외 데크로 나오면 그동안 지나온 모든 길과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열린 공간과 닫혀있는 공간, 벽과 틈새, 형태와 마당, 자연과 인공 등의 건축적 어휘들을 연속적이고 교차적으로 사용하여 건축가가 의도한 시나리오를 적어 나갔다.   /나무신문

글 = 정효빈 HB건축사사무소 대표소장 / 정리 = 서범석 기자

컨셉
배치도
단면도
평면도(컴플렉스스페이스)
평면도(아트갤러리)
평면도(카페)
평면도(레스토랑)
관람동선과 시퀀스

건축개요
위치▷충청남도 아산시 장존동 185-7
용도▷문화 및 집회시설 + 제2종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14,546㎡
건축면적▷2,444.14㎡ 
연면적▷2,230.54㎡ 
규모▷지상 1층
건폐율▷16.80%
용적률▷15.33%
대표건축가▷정효빈(HB건축사사무소)
프로젝트건축가▷백경욱, 장한
디자인팀▷HB건축사사무소
구조엔지니어▷금구조, 김수경
기계엔지니어▷두현 엠앤씨
전기엔지니어▷라인엔지니어링
시공▷민광종합건설, 김태경(현장소장  조남식)
사진작가▷윤준환

건축가 소개
정효빈 Jung-Hyobin | 주식회사 에이치비건축사사무소
정효빈은 홍익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유현준건축사사무소, (주)SDPartners건축사사무소를 거쳐 HB건축을 개소했다. 건축에 관여하는 다양한 속성들의 관계맺음과 분위기에 주목하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UIA International Competition Asia 1st Prize, 경기도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다. 건축사(KIRA), 한국건축가협회 정회원, 한국건축사협회 정회원, (현)서울특별시 마을건축가, (현)서울특별시교육청 꿈담건축가, (현)SH공사 청신호건축가, (현)SH공사 품질점검위원, (현)HB건축사사무소 대표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