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83 - 아네모네 연가(戀歌)
나무와 꽃이 있는 창 83 - 아네모네 연가(戀歌)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3.07.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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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서진석 박사·시인
아네모네(대상화, 추명국)(Japanese anemone, Japanese thimbleweed)
아네모네(대상화, 추명국)(Japanese anemone, Japanese thimbleweed)

아네모네(Anemone)
아네모네! 어릴 때 영화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영화를 보지 않아 인터넷 검색을 해 본다. 참 좋은 세상이다. 모르는 수종, 꽃도 검색을 하여 찾아낼 수 있어 좋다. 살면서 모른 것을 알게 되는 그 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자그마한 즐거움이 아니랴. 그 먼 옛날 공자님도 배우고 또 때맞춰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 하지 않았던가!

이 꽃을 검색하니 바람꽃으로도 불린단다. 왜 하필 바람꽃이라 이름을 붙였을까? 바람벽에 피는 꽃… 꽃이름이 그리스어로 바람이란 뜻의 Anemos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혹시 음전한 여인네가 바람을 피운 것은 아닐까?  그리하여 핀 꽃? 엉뚱한 생각을 해 보며 봄날은 기운다.  

이곳 여느 집, 그리고 자주 찾는 에드워드가든(Edwards Gardens)에는 봄이면 아네모네가 핀다. 헬레보러스(Helleborus)란 꽃도 일찍 피는데, 비슷한 모양이다. 하지만 퀭한 눈으로 바라보는 듯, 학창 소녀가 입은 교복의 네모 나비 카라(Callar) 모양으로 피어 음전하고도 애처로운 기(氣)가 느껴진다. 그러려니 그리스 신화에도 신의 아들인 미소년 아도니스가 멧돼지에게 살해되어 흘린 피에서 피어난 꽃이라니 한번 더 가까이 보게 한다.   

꽃말도 <당신만이 볼 수 있어요>, <덧없는 사랑>이라니, 너를 두고 시 한 수를 아니 지을 수 없네.    

이미자 님의 ‘아네모네’ 노래를 들으며 봄날은 간다. ‘아네모네는 피는데/아네모네 지는데/아련히 떠오르는 그 모습/잊을 길 없네/해가 져도 달이 떠도/가슴깊이 새겨진/허무한 그 사랑은/전할 길은 없는가/(下略)’.    /나무신문

 

아네모네 연가(戀歌)

아네~ 모르네~ 하지 말고
여기로 와 봐요
와서 가만히 봐요

십자화도 아닌 꽃이
예쁘게도 피었네

음전히 피어
빨간 입술 달싹이며 
내게 무슨 말을 하려 하네요

아네~ 모르네~ 하지말고
여기 와서 그냥 보아주세요

당신만 이쁘게 보아주세요

바람타는 꽃이라 하지 말아요
그냥 아네모네라고 불러 주세요 /나무신문

 

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