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대지미술 ‘지리산 티 라인(Jiri Mountain Tea Line)’의 기적
시론 | 대지미술 ‘지리산 티 라인(Jiri Mountain Tea Line)’의 기적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3.07.0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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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학장
한국조형예술원(KIAD) 지리산아트팜 캠퍼스 / 조형예술가
김성수 학장
김성수 한국조형예술원(KIAD) 지리산아트팜 캠퍼스  학장

이게 무슨 일인가?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세계적인 작가가 수년 전 지리산에 조성한 대지미술 작품의 찻잎으로 본인의 병환 치료를 하게 된 것이다. 영국 출신의 대지미술가 크리스 드루리(Chris Drury) 얘기다. 오직 대자연만이 쓸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곧 ‘지구촌의 전설’이 될 것이다.

올해 3월, 작가 자신이 병환 치료 중이라며, 대한민국 하동의 지리산아트팜에 설치돼 있는 자신의 작품으로 차(茶)를 빚어 마시면 치유에 크게 도움이 되겠단다. 자신의 분신인 그 차를 마시면 심리적 위안으로 회복에 훨씬 좋을 거란 확신이 든단다. 이럴 수가? 순간 먹먹했다. 대자연이 연출한 생명예술 순환체계인가? 아니면 윤회(輪廻) 무대인가. 서둘렀다. 본인의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내준 하동 세계차엑스포 기간에 맞춰 지리산국제환경에술제에서도 ‘크리스 드루리 회고전’이 열렸다. 현존하는 최고 작가인 그를 기리며, 빠른 쾌유를 간절히 빌었다. 곧이어 하동 화개골에서 3대째 전통차 가업을 이어오는 분께 ‘특별한 차 빚기’를 부탁했다.

이미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크리스 드루리의 ‘지리산 티 라인(Jiri Mountain Tea Line)’은 2016년 지리산국제환경예술제 때 조성한 대지미술 작품이다. 입주작가로 특별 초대되어 하동군 적량면 삼화실 현장에서 40일여 일 동안 혼신을 쏟아부은 작품이다. 매몰 직전에 구출한 하동 차나무와 지리산아트팜 신축현장에서 나온 돌을 재료로 사용하여 동서양 융합 자연관을 잘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생성하고 자라나고 돌아간다’라는 자연주의 대지미술의 특성은 기후생태위기 시대에 더 빛나고 있다.

지리산에 설치된 크리스 드루리의 작품 ‘지리산 티 라인'에서 3대째 전통자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장인이 찻잎을 따고 있다.  사진제공 = 조영덕.
지리산에 설치된 크리스 드루리의 작품 ‘지리산 티 라인'에서 3대째 전통자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장인이 찻잎을 따고 있다.  사진제공 = 조영덕.

이미 지구촌 전설을 예감한 듯한 크리스 드루리의 ‘지리산 티 라인’ 작품설명을 되새김한다.

“산은 하늘과 땅을 연결한다. 또 물은 지리산으로부터 섬진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 강은 이 지역에 생명과 다양한 생물을 가져다준다. 이 작품은 하늘, 땅, 산, 물, 그 사이의 균형에 관한 것이다. 나란히 정렬된 12개의 돌은 작품이 마주하는 산의 정상과 일치하게 되어 있다. 그것은 우리 몸의 균형과 건강을 생성시키는 의학적 침을 맞듯, 자연 속에서 조화와 생물의 다양성에 힘을 실어 주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차나무는 12개의 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 차나무의 행렬은 해와 땅, 그리고 물을 연결한다. 우리가 차를 마실 때처럼 이 작품과 풍경 사이에서 그러한 기운의 흐름을 느끼게 하며, 곧 우리는 자연이 된다. 이 작품은 이 자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자라고 변화하며, 이 풍경과 같이 사는 사람들과 함께한다. 이곳의 대지를 품은 작품은 사람들을 산, 물, 강, 땅, 태양 그리고 그들의 삶과 연결해준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