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 성경 식물원
일본 후쿠오카 성경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3.07.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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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97 - 글·사진 권주혁 박사
세이난 가쿠인 대학의 성경 식물원.

성경의 땅, 팔레스타인(이스라엘과 인근지역)은 고대에 중근동(中近東)의 여러 민족이 정착하여 살던 땅으로서 소위 ‘비옥한 초생달 지대’의 서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약 3만㎢ 크기이나 동서로는 국토가 좁다. 식생은 동북부 산악지역부터 남부 건조지대인 사막까지 약 2800종 이상의 다양한 식물이 생육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0종 이상의 식물이 성경에 등장하고 있다.

 필자는 1979년 2월부터 현재(2023년 5월)까지 140개국을 여행하면서 이들 나라의 식물원 수백 곳을 방문하였다. 그런데 성경에 등장하는 식물들만 모아 놓은 식물원을 이웃 나라 일본에서 방문하게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기독교인 인구가 수십분의 일(인구비례기준)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기독교가 미약함에도 성경에 나오는 식물만 모아놓은 성경식물원이 있다는 사실에 필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런 식물원은 우리나라처럼 기독교인이 많은 나라에서 볼 수 있어야 하는 데 기독교인이 극소수인 일본에서 이런 식물원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역설적이다. 여하튼 성경 식물원으로서는 아마 이곳이 세계에서 유일한 식물원인 것으로 짐작된다.

후쿠오카(福岡) 시내의 니시진(西新) 지하철역 3번 출구에서 나와 3분 정도를 걸어가면 세이난가쿠인(西南學院) 대학에 도착한다. 이 대학의 캠퍼스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있다.

이 대학교는 1906년(메이지 39년), 미국 남부 지역의 기독교 침례교단에서 파견한 선교사 도지어(Charles Dozier) 목사가 1916년에 후쿠오카의 다이묘조(大名町) 지역에 세이난 학원을 설립한 것이 시초였다. 기독교 남자중학교로서 학생 104명으로 개교한 이 학교는 1918년에 소나무에 둘러싸인 현재의 니시진 지역으로 이전하였다. 이 학교의 교육은 기독교 신앙에 입각한 것으로서 이 학교를 통하여 후쿠오카 지역은 구미(歐美)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설립된 이 학교는 오늘날도 건물은 물론이고 운동장에서 조차 교수, 교직원, 학생 모두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이 대학에서는 성경에 등장하는 모든 식물을 가능한 모두 복원하여 전시하려고 1999년 11월에 대학개교 50주년 기념사업으로서 대학 동창회의 기부금을 기초로 하여 성경(성서) 식물원을 개원하였다. 성경에 등장하는 식물을 복원하여 전시하려는 계획에 대학에서는 ‘초록의 고고학’이라고 이름 붙였다. 고대에는 현대와 같은 식물분류학이 없었으므로 성경의 식물을 복원하는 사업은 어려움이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성경의 식물은 일본에 거의 없고 번역상 혼란도 있었으므로 정확한 식물을 찾는 일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후쿠오카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팔레스타인의 건조 기후가 다르므로 팔레스타인 식물을 후쿠오카에서 생육하는 문제에도 봉착하였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좌절하지 않고 우선 9종의 식물을 식재하였고 그 후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이스라엘, 벨기에 등 외국에서 식물을 구입한 결과 현재는 100여종의 성경 식물을 식재ㆍ관리하고 있다.

성경 식물원은 이 대학 캠퍼스에서 별도 지역을 차지하고 있지 않고 대학 박물관, 정문 입구의 십자가 광장, 제1,2,3,5 강의동 주변에 집중하여 식재하였다. 그리고 겨울을 견디기 어려운 식물은 온실 속에서 키우고 있다.                                           

로뎀 꽃. (구약성경 열왕기상 19장 5절)
로뎀 꽃 설명판.

필자는 이들 성경 식물과 그 옆에 세워진 이름판도 일일이 사진 찍었다. 이름판에는 그 식물이 등장하는 성경구절과 함께 그 식물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쓰여 있다.

예를 들자면 엘리야 선지자와 ‘로뎀 나무’에 대해서는 식물의 학명(과,속,종)인 콩과(Leguminosae)의 Retama raetam 이라고 설명한 옆에 로뎀 나무가 등장하는 구약성경 열왕기상 19장 5절 말씀(로뎀 나무 아래 누워 자더니 천사가 어루만지며 이르되 일어나서 먹으라 하는지라)을 기록하여 놓았다.  

필자는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 아라비아 반도 지역을 여행하면서 나름대로 성경에 나오는 식물을 조사하였으나 일부만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 이웃나라 일본에서 성경에 나오는 많은 식물들을 만날 줄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다. 필자가 관심을 가졌던 성경 식물들을 이 대학 식물원에서 모두 만나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 참고로 이 식물원의 정식 명칭은 西南學院大學 聖書植物園이다.  /나무신문

권주혁 박사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20개월 배낭여행 80개국 포함, 140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20권과 시집 1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